DAY 1

Jul 16 2018

이 이야기는 완성되지 않은 이야기이다. 간사이 지방 도시들을 2박 3일만에 돌아다닐 생각은 애초에 하는 게 아녔다. 오사카 한 도시만을 탐구하기에도 부족한 시간인 것 같다. 게다가 올 여름은 너나할 것 없이 폭염에 축 늘어지지 않았던가. 그래서 이 이야기는 휴가에 관한 이야기가 아닌 생존을 위한 사투를 그린 이야기이다.

로비 안내원의 안내에 따라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면 고베 시내를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 무료 전망대가 나온다. 포트 타워에 입장료를 지불하고 싶지 않다면 시내 번화가에서도 멀지 않은 여기로 가면 좋다.

간사이 공항에서 리무진 버스를 타고 바로 고베에 왔다. 그리고 시영 전동 자전거를 빌려 고베 이 곳 저 곳을 돌아다닐 생각이었다. 완벽한 계획이라 생각했는데 내 체력을 너무 믿은 탓일까. 첫 도시 첫 방문지인 기타노이진칸에서부터 땀을 너무 많이 흘렸다. 사람은 왜 최악의 상황을 어느 정도 예측하면서도 기꺼이 그 고생길에 빠져드는지. 한국에서 미리 예약해 간 자전거가 아니었음 제대로 여행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동하는 시간만큼은 시원했으니까.

일본의 아름다운 별다방 건물 리스트에 빼놓지 않고 등장하는 곳. 유형문화재로 지정된 건물의 모습을 한 번쯤 들여다 볼 만하다. 입구에 마스코트 강아지가 있으니 인사하는 것을 잊지 말자.
난킨마치는 천장이 없는 차이나타운, 모토마치는 천장이 있는 상점가다. 여기서 제일 유명하다는 만둣집에 가서 만두를 사 먹은 것이 큰 수확이다. 정말 맛있었다.

해가 어느 정도 기운 후 항구로 자전거 핸들을 돌렸다. 이제 좀 견딜만한 더위다. 바닷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오는 곳이다. 이에 맞춰 현지인들은 축제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우리나라와는 같은 듯 또 다른 풍경. 나는 외로운 1인 여행자였다. 뻥 뚫린 바다 경치가 옆구리를 더 시리게 하였다.

공원 곳곳에 설치 작품들이 있어 사진 찍기도 좋고, 핫플레이스 카페에서 쉬었다가 해질 녘 야경보러 포트 타워에 오를 수도 있다. 작지만 알찬 곳.
포트 타워에 오르지 않고 야경을 보려면 이 곳 테라스가 딸린 레스토랑이나 펍에서, 혹은 맥주 한 캔 들고 아무데나 앉아도 좋다. 지는 해와 함께 밝아오는 도시의 조명에 어울리는 음악을 선곡해보자.

DAY 2

Jul 17 2018

아침 일찍 교토에 가기로 했다. 더위에 주눅 들 시간이 없었다. (사실, 그래놓고 힘들까봐 여행 전 교토 계획을 몇 번 수정했다.) 빠듯한 여행자에게 자비롭지 못한 것이 바로 여행지에서의 시간, 모르고 짠 계획인데 마침 오늘이 일본 3대 마츠리 가운데 하나인 기온 마츠리 행사일이라 기대가 더욱 컸다.

간사이 한큐패스를 구매하여 고베와 교토, 오사카를 넘나들었다. 고베에서는 숨겨진 한큐산노미야 역을 찾느라 애먹었고, 우메다의 거대한 지하 요새에서는 길을 잃기 일쑤였다.

교토는 아침부터 후끈한 사우나였다. 여기가 내륙 지방이라는 걸 잊고 있었다. 여행 전 호기롭게 기요미즈데라에서 철학의 길까지 한 번 걸어가볼까 생각했던 나 자신이 가소로웠다. 기요미즈데라 본당은 공사 중이라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도 제 값 하지 못 할 거라 생각하여 기념품 거리만 구경했는데도 벌써 땀을 한바가지 흘렸다. 주변에서 왜 한여름에 일본 여행하지 말 것을 권유했는지 그제서야 알았다.

기요미즈데라에서 산넨자카~니넨자카를 걸어 내려오다보면 커다란 목조 탑을 마주하게 된다. 더운 날에도 그 탑을 중심으로 펼쳐진 옛 거리의 풍경만큼은 넋놓고 감상하였다.

교토에 관광만 하던 시대는 옛말. 전통을 자랑하는 곳부터 트렌디한 곳까지, 교토는 카페 천국이었다. 다양한 디저트 구경은 덤이다. 게다가 이번 여행은 아이스 커피 없이 생존할 수 없는 여행이었다. 쉽게 지치지 않는 체력인데 기요미즈데라를 떠나고 한 나절 정도 지나니 탈진 증세가 와 그만 걷기로 했다. 교토에는 꼭 다시 와야 한다.

난젠지를 방문하는 여행자들을 유혹하는 파란 병의 입간판을 지나 골목을 약간 걸으면 나오는 건물. 7월 방문 당시 아직 오픈한 지 얼마 안 되어 다소 어수선한 분위기였는데 지금은 괜찮겠지.
절 한 바퀴를 은은히 걷는 것부터가 좋은데 낮은 산을 올라 전경을 바라보는 것 또한 아주 좋았다. 너무 화려하지 않은 것이 진정 아름다울 수 있는 방법인지도 모른다.
글리코상, 그대를 만나러 왔다네!

결국 기온 마츠리 관람은 포기하고, 다시 오사카에 돌아갔다.(축제의 시작을 알리는 의식 같은 것을 니시키 시장에서 보고 돌아가긴 했다.) 숙소부터 가서 씻고 30분 정도 잠들었나, 여전히 발은 아프지만 저녁 일정을 소화할 정도의 체력은 남아있었다. 이 날 저녁부터 오사카에서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이미 주유패스도 개시했으니 지체할 수 없다. 신발끈을 꽉 조인다.

난카이남바 역에서 덴덴타운 방향으로 가는 길. 어느 골목길에 들어가야 있는지를 숙지해야 한다. 대기 방식부터 특이한 이 곳을 꼭 다시 방문하고 싶다.

DAY 3

Jul 18 2018

마지막 날까지 더위는 식을 줄 모른다. 내가 있는 동안 일본 어느 지역의 낮 최고 기온이 40도를 훌쩍 넘기도 했다. 그런데도 오사카 성을 배경으로 스냅 사진을 찍던 어린 친구들의 열정이 대단히 느껴졌다. 나도 친구들과 더 젊었을 때 왔었어야 했는데, 이번 여행은 후회가 많이 남는다. 살아갈수록 후회할 것들만 늘어나는 이유는 뭘까?

지피지기 백전백승. 일본인의 관점에서 보는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알기 위해선 자료들을 꼼꼼히 눈에 담아야 한다. 물론 꼭대기 층에서 보는 오사카 시의 전망은 멋지다.

후회하더라도 해 보고 후회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다. 어디에서 읽었는데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아, 너무 힘들면 그냥 죽어버리지.’라고 생각하면 의외로 마음이 다스려진다고 한다. 요즘은 생판 처음 가는 여행지에 혼자 다녀도 스마트폰만 있으면 죽을 일은 없다. 그래서 세상은 여전히 끊임없이 도전하라고 손짓한다. 이제 더 늦기 전에 그 부름에 응답해야 할 때. 또 다시 그 날이 다가오기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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