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1

Dec 11 2017

내가 가진 건 평온함과 약간의 걱정 뿐이었다.
D-Day가 오고야 말았고, 나는 비행 중인 이 순간에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
근 1년 고민하였고, 준비 아닌 준비(마음의 준비)를 품고 있었다. 미래란 너무 불투명한 것인데, 마냥 놀 수 없는 나이를 체감하며 선택을 해야만 했다.

편하고 소박하게 하던 일 하며 가끔 즐기는 인생을 살지, 또는 더 얽매이기 전에 떠나볼 지.

집에서 가까운 예쁜 카페, 같이 있던 친구를 먼저 보내고 혼자만의 시간을 갖던 날이었다. 비행기 가격을 살펴보다가 12월 중 가장 저렴한 날이 나의 출국일이 되었다. 며칠 후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엄마! 저 비행기표 샀어요.
12월에 호주 가요!"
"그래, 잘했다"

출국까지 남은 시간 세달 반, 차곡차곡 긴여행을 준비하기 보다는 하루하루 누구보다 행복한 카페 알바생이 되었다. 일도 재밌었을 뿐만 아니라 스트레스 받지 않는 삶과 알람 없는 아침을 누가 안부러워 할 수 있을까. 나는 열정적으로 순간의 즐거움을 추구했다.
출국일이 점점 가까워지자 마음이 살짝 조급 해졌고, 3주 전쯤 본격적인 여행 준비를 위해 일을 그만두었다. 와 백수다! 라고 외치려는 찰나, 5박 6일 태국 가족여행 일정이 잡혔다. 긴 여행을 떠나기 직전인 나와 입시에서 자유가 된 동생의 끝내주는 타이밍을 잡은 부모님의 결정이었다. 워킹홀리데이 보다는 가족여행 부담이 앞섰고, 호주보다는 태국을 준비했다. 남은 시간 동안 하루가 멀다하고 차곡차곡 사람들을 만났고, 하루하루가 행복했던 여행을 다녀왔다. 돌아오자마자 긴 여행을 위해 나의 소중한 보금자리도 정리를 했고, 해남집에 내려가서 할머니도 뵌 후 서울로 돌아왔다. 그리고 주말을 불태우고 나니 출국일이 되었다.

첫날 묵을 숙소 조차 예약하지 않아 이것저것 처리하고 알아보다가 40분 자고 공항으로 출발했다. 서늘한 새벽 공기를 맞으며 1년 365일 공항버스 못탄 사람들을 위해 대기한다는 택시를 타고 공항에 도착. Am 5:30 새벽 같지 않은 분주함. 추가 환전을 하고, 짐을 부치고 졸린눈과 싸우며 비행기를 기다렸다.

운 좋게도 나는 맑은 날, 낮 비행의 창가자리였다. 지금이 아니면 못 담을 아름다운 하늘이 좋아서 잠을 아껴 하늘을 봤다. 그리고 기내식을 먹으며 생각했다. '내가 구름 위에서 황홀한 풍경을 벗삼아 밥을 먹고 있다니! 아 얼마나 멋진일인가!'

이 황홀한 풍경을 두고 잠들기 아까워서

말레이시아 공항에 도착했다. 약간 구름낀 날씨였고, 허기가 졌다. 면세점에 오자마자 가장 중앙에 보이는 식당에 들어가 허브누들을 시켰다. 잘 먹었는데, 오분 후 후회했다. 더 둘러보고 먹을걸.

시간은 많지만 시내까지는 나갈 수 없어서 먹고 죽자는 심정으로 10달러를 환전했다. 먹고싶은건 많았지만 몸과 돈이 허락한 것은 카야토스트 뿐이었다. 비행기에서 배고플까봐 맥도날드도 사서 싸갔는데 냄새만 베기고, 정작 거의 먹진 못했다.

지루할 줄 알았는데 시간이 금방금방 흘러갔다. 마지막 남은 10링깃을 어떻게 쓸까 1시간을 고민했는데 결국 컵라면과 모카번을 사서 다음 비행기에 올랐다.

중앙의 중앙자리, 잠이 안올 줄 알았는데 미친듯이 잤다. 그러고 일어나보니 멜버른의 아침이었다.

DAY 2

Dec 12 2017

맑은 가을 날씨였다. 공항에 도착했어도 도통 실감이 안났다. 긴 줄을 기다려 입국심사를 받고, 커버 벗겨진 캐리어를 못 알아보는 바보짓도 하다가 시티로 가는 스카이버스를 탔다. 이제서야 실감나는 호주 워킹홀리데이

체크인 하고, 빵 먹고, 씻고, 화장했다. 나갔는데 추워서 다시 돌아와 옷을 더 걸치고, 마지막 양식 컵라면을 먹었다. '본격적인 나들이'라고 칭하지만 야라강을 산책했다. 적당한 벤치에 앉아서 사람 구경도 하고, 음악도 들었다. 정말 다양한 인종, 옷차림, 헤어스타일, 악세사리, 애완견들. 한국과는 다른 풍경이다.

피곤이 몰려와서 백패커에 돌아와 낮잠을 잤다. 이력서와 집을 알아보기 위해 6층 로비에 갔고, 한국인을 만났다. 오늘 귀국 예정이었는데 발목을 다쳐 집에 못간 소라언니. 언니랑 이야기 나누다 서브웨이에서 일하던 한국인 동생도 합석. 금방 친해지고, 화이트 와인도 땄다. 도란도란 이야기 꽃을 피우다 새벽 3시에 방에 돌아갔다. 내가 지금 어디에 있는건가.

DAY 3

Dec 13 2017

힘겹게 눈을 떴다. 힘겹게 몸을 일으켜 조식을 먹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희망을 품으며 6층에 갔다. 아무렴 조식시간은 끝났고, 우유만 덩그러니 남아있었다.
어젯밤에 만난 언니와 서브웨이 샌드위치를 나눠먹고, 배웅했다. 발이 다쳐서 귀국이 하루 늦춰진 언니. 다행히 잘 돌아갔다고 한다.

오늘은 계속 인터넷으로 집을 알아봤고, 저녁 7시에 인스펙션이 하나 잡혀있었다. 어제 같이 알게 된 동생이 같이 가준다고 했다. 4시가 되어 출출해서 밖에 나왔는데 동생을 만났고, 슈퍼에 갔다가 밥을 먹고 산책겸 걸어갔다.

날씨가 너무 아름다웠다. 반짝였다. 이 풍경 바라보는게 너무 즐겁고 신이났다. 뜨거운 햇빛도 건너 집에 도착했고, 시간이 남아 앞에서 앉아 기다렸다.

첫 방문한 집은 호의적이었고, 친절하며 깨끗했다. 흠잡을 곳이 없었다. 가자마자 마음에 쏙 들었다. 그 가격에 이 위치라면 선택하지 않는게 이상할 일이었다. 조목조목 설명을 듣고,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나왔다. 그리고 그 집에 가기로 마음먹었다.

우리는 쭉 걷고 걸었고, 목이말라 세븐일레븐에서 수퍼 킹 사이즈 스무디를 물고 공원에 갔다. 각기 다른 사연으로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 아마 그들도 나를 구경했겠지.

날씨도 좋은데, 기분도 둥둥 떴다.

내가 집을 구했다니!

DAY 4

Dec 14 2017

무거운 눈꺼풀로 조식을 먹었다. 여행 와서는 조식이 왜이리 좋은건지. 계좌를 개설하기 위해 열심히 검색을 하고 잠을 조금 더 잤다.

돈을 모아 점심을 함께 만들어 먹자고 약속한 날이었다. 메뉴는 김치찌개!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한의 맛을 내기 위해 노력했다. 각 10달러로 꽤 괜찮은 찌개와 밥을 만들었으나 설탕 두 스푼으로 달달한 김치찌개가 완성되었다. 그래도 오랜만에 먹는 찌개와 밥은 너무나 내 스타일! 맛있게 잘 먹었다.

계좌들을 비교 분석 하고 추천을 들어본 결과 웨스트팩이 가장 좋을 것 같아서 채비를 마치고 은행으로 향했다. 떨림과 긴장으로 무장한채 은행 입장. 넉살좋은 아저씨의 웃음이 날 반겼다. 계좌 개설하겠다는 말도 다 못외어서 캡쳐 화면을 보고 이야기 해야 할 정도였다. 잠시 기다렸다가 젊은 아저씨가 있는 방에 들어갔다. 말이 빠르고 모르는 단어가 많은데 문맥상 대충 이해했다. 어떻게 정신없이 있다보니 계좌 완성. 어플도 다운받아 설명을 들었다. 집주인한테 보증금 보내야 했는데, 그래서 방에 가서 돈도 들고왔는데 은행 끝날 시간이어서 내일로.
텍스파일 넘버를 만드려는데 우편번호를 찾다가 포기. 이것도 내일로.

저녁에는 동생과 멜버른대학 산책하고 돌아와 해남이야기 부산이야기 하다가 방에 돌아와 잠이 들었다.

DAY 5

Dec 15 2017

평화롭고, 평온했다. 남들 하루 이틀안에 다 마치는거 하나하나 차근차근 해 나아가는 느낌이다. 오늘은 연금계좌를 신청하고 택스파일넘버를 신청했다. 조금 어렵지만 혼자서 해 볼만한 일이었다.
이사 날짜가 19일이라 들어가기 전 까지 3일이 남았다. 내가 지내는 백패커가 시설은 좋으나 비싼편이라 다른 곳으로 옮기기로 결정했다. 두어시간의 비교분석 결과 가장 싼 곳으로 가기로 했다. 어짜피 백수라 남는게 시간이어서 캐리어 끌고 가야할 길을 미리 트램타고 가보게 되었다. 자신있게 반대방향 트램을 탔고, 내려서 건너편에서 다시 트램을 탔다. 어렵지 않게 백패커에 도착했으나 여권 안가져와서 예약 실패. 나 정말 바보인가 싶었다.

예약 실패를 뒤로하고 빅토리아 마켓을 구경갔다. 추억의 딸기쨈도넛을 두개나 샀고, 운 좋게도 1달러 망고를 세개나 샀다!

그린하우스에서 마지막 밤.
어제 만들었던 김치찌개와 밥을 마지막으로 나눠먹고, 후식으로 망고와 요거트까지 해치웠다. 그리고 마지막 산책! 걷고 이야기하고 또 걷다가 돌아와서 영어공부 팁도 얻고 방에 돌아왔다.
이곳에 온 후로 밤 12시 전에 방에 들어간 적이 없었다. 동생은 말했다.

"그게 좋은거야"

DAY 6

Dec 16 2017

10시 전에 체크아웃을 해야한다는 부담감으로 잠을 제대로 못잤다. 늦잠자서 방송에 이름 불릴까봐. 어제 자기 전 샤워한 덕에 세수만 하고 조식을 먹었다. 천천히 먹고, 천천히 짐을 챙기니 10시가 되었고, 체크아웃까지 완료! 짐을 맡겨 놓고 로비에 쭉 있었다. 뭘 하긴 했는데, 기억이 안난다.

12시쯤 배가 출출해 마지막 망고와 요거트를 먹었다. 1시가 넘어 캐리어를 끌고 밖으로 나왔다. 여전히 활기찬 거리. 어제 연습한 대로 트램을 타고 두번째 백패커에 도착했다. 12명 방이 없어서 14명 믹스룸에 들어왔다. 운 좋게도 1층 침대였고, 사물함도 큰편이었다. 약간의 사람냄새와 널린 옷가지들은 이미 예상한바 크게 당황하진 않았다. 사물함에 잘 쓰는 물품을 넣고, 누웠는데 마냥 쉬어지진 않았다. 말소리가 꽤.. 컸다. 침대와 로비를 왔다갔다 했다. 저녁을 무엇을 먹을까 크게 고민했다. 간단한 샌드위치? 혹은 고기? 그래도 온김에 고기 한번 썰자 싶어서 콜스에 갔다.
6천원 짜리 소고기, 마늘 소금, 양파, 바베큐소스, 라면 2개를 사고나니 15달러. 만 오천원짜리 스테이크를 먹게 되었다.

정말 다 좋았는데, 칼이 안좋아서 먹기가 좀 힘들었다. 먹은 후 힘내서 이력서 쓰기 시작! 근데 생각한 만큼 집중이 잘 되진 않았다.
시간은 술술 흘렀고, 집중력은 더 떨어졌다. 큰 노랫소리에 흥겨운 분위기. 목이 너무 말라서 큰맘 먹고 맥주 한병 시켰는데, 너무나 시원했다. 한병 더 마시려다 참았다. 결국 이력서는 내일로 패스. 방이 시끄러워서 잠은 잘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너무나 조용했고 잠이 들었다.

DAY 7

Dec 17 2017

조식을 먹으러 일어났다. 그러나 조식은 보이지 않았다. 이미 끝난 건가..?
실망 후 방에 들어와 조금 더 쉬다가 일어났다. 오늘의 끼니는 서브웨이 샌드위치. 긴걸 사서 아침, 저녁 혹은 오늘, 내일 나눠먹을 요량이었다. 맛있게 6센치를 먹었는데 배가 덜찼다. 결국 한 자리에서 12센치 끝. 나 왜이렇게 많이 먹지?..
아침부터 밤까지 이력서을 잡고 있었다. 글을 쓰고, 번역기를 돌리는데 내 영어실력 참 엉망이구나 싶었다. 내 손으로 쓸 수 있는 글이 없었다. 그래도 쓰던 커버레터는 완성하였고, 외국인 친구에게 교정을 부탁했다. 살아있는 문장이 없었다. 친구가 일을 구하려면 내 능력을 올리는 시간을 먼저 가지라고 조언해주었다. 틀린 말이 아니기에 완전히 인정했다.
어쩌면 이 엉망진창의 영어실력으로 일을 구한다는 것는 말이 안되는 것이다. 한국에서 호주에 오기 직전까지 책 한번 들여다보지 않았으니 당연한 일이다. 무엇이라도 바로 일하려던 생각은 버리고 공부를 하며 영어에 익숙해져야 겠다고 다짐했다.
저녁엔 방에 쉬러 갔다가 방 친구들이 카드게임에 이워줬다. 고마운 친구들. 그러나 게임하면서도 내 영어실력에 자존감이 낮아지더라. 어서 열심히 해야지 하고 마음을 가다듬었다.

DAY 8

Dec 18 2017

분명 아침 일찍 일어나 조식을 먹는게 목표였다. 7시에 눈을 떴는데 잠들었고, 결국 10시에 잠에서 깼다. 오늘은 RSA수업을 신청한 날이라 씻고 화장을 했다. 배가 안고파 밥을 먹을지 말지 고민을 했는데, 수업듣다 배고플까봐 먹기로 했다. 너무나 귀찮아서 제일 간단하게 해결하기로 했다. 비싼 햇반과 3분 짜장. 샌드위치 보다는 밥이 나을 것 같아서 밥을 먹었다. 먹고 나니 올라오는 초콜릿 생각. 결국 비싼 트윅스 까지 클리어. 왜이렇게 축축 쳐지고 모든게 귀찮았을까 생각해 봤더니, 마법때문이었다. 호르몬의 변화란.

수업을 편안한 마음으로 기다렸었다. 블로그에서 쉽다고, 누구나 딸 수 있다는 후기가 날 안심시켰다. 수업 직전부터 떨리기 시작했다. 선생님이 유쾌한 사람인 것 같았지만 호주식으로 발음이 매우 빨랐다. 대부분 알아들을 수 없는 말들. 세시간 집중 했지만 얻을 수 있는 건 없었다. 3시간동안 뭘 듣고있나 싶었다. 쉽다던 시험지는 매우 어려웠다. 이렇게 공부 안했던 표가 나는구나. 이상태로 문제를 풀면 100프로 떨어지고 돈 날릴 것이 분명했다. 옆의 인도친구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위기를 넘기고 밖으로 나왔다.
무력감이 온 몸을 감쌌다.

우울함에 잠시 쉬다가, 먹을 것을 찾아 나섰다. 트윅스로 이미 사치를 부렸으니, 팀탐을 사고 싶었는데 너무 비싼 관계로 제일 싼 과자 2개를 골라왔다.
먹고 눈좀 붙이고 일어나 바베큐 소스를 넣은 라면을 끓여먹고, 차를 마셨다.
잉블에 쿠키를 먹으니 기분이 한결 나았다.
승한이가 추천해준 방법으로 공부를 하다 허리가 아파서 방에 들어갔다.
디스커버리의 마지막 밤이었다.

DAY 9

Dec 19 2017

드디어 입주 하는 날! 깜깜한 방에서 열심히 짐을 챙겼다. 체크아웃시간인 10시가 되어서도 어두운 덕분에 짐챙기면서 침대에 머리 두번이나 부딪혔더라지. 체크아웃을 하고, 공부한다는 마음으로 책을 꺼낸 후 앉았지만 현실은 분위기 즐기기. 사람 구경, 친구 연락, 사진 찍기. 그러다 비싼 햇반 사와서 점심을 해결. 그리고 또 늘어지기. 똑같은 페이지만 여러번 본 것 같다. 다양한 사람들이 자유롭게 머무는 이 곳을 꽤 오랫동안 눈에 담았다. 그들 눈에는 나도 그런 사람 중 한명이겠지.

시간이 술술 지나갔다. 4시가 넘었고, 캐리어를 끌고 길을 나섰다. 날씨는 왜이렇게 더우며, 바람은 휘몰아치는지. 공원을 넘고. 찻길을 지나 마침내 새 집 도착! 집에서 누가 나가는 걸 보니 아마 나의 룸메이트라 예상하고 쳐다보다가 벨을 어떻게 누를까 망설이는데 그 예상룸메가 돌아와 들어가게 해주었다. 방에는 내 침대 1층을 쓰는 사키가 있어서 나에게 집 전반적인 내용을 설명해주었다. 짐을 다 풀고 2층 침대에 올라가니 매우 색다른 느낌이었다.뭐랄까 드디어 내가 머물 자리에 온 깔끔한 기분?
백패커 생활이 다양한 사람을 만날 수 있어 즐거웠지만 한편으로는 워낙 눈치보이고, 조마조마 했던지라 안심이 되었다.

누워있다보니 비가 세차게 내렸다 그쳤다. 주방에 올라가니 풍경도 예술. 벌써 집이 좋아져버렸다.
밤이 되니 일 나갔던 예상룸메 아키가 돌아왔고, 약간의 이야기를 나누다 잠이 들었다.

DAY 10

Dec 20 2017

오랜만에 생긴 약속이다. 그게 누구던간에 그저 만나서 시간보낸다는 사실에 신이 났다. 룸메이트들은 9시에 방을 비웠고, 나는 홀로 씻고 화장을 하고 집을 나섰다.
기대는 없었다. 나의 영어공포증 극복을 위한 한국어 잘하는 호주인일 뿐이었다. 그가 왔고, 나를 바로 찾았다. 생각보다 잘생기고, 말랐다. 약간 어색할 뻔 했지만 한국어를 하는 그를 보니 바로 친근해졌다. 둘다 배가 고팠고, 버거를 먹으러 갔다. 12달러짜리 버거라니.... 큰 가격에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지만 그가 냈다. 주책맞은 안도감. 우린 버거를 먹으며 한국어와 영어로 대화를 했다. 1년 2개월 공부했다는 그는 한국어 70%를 알아듣고, 말할 수 있었다. 독학 했다는 노트도 대단했다. 본받아야지.

우리는 버거를 먹고, 공원에 갔다. 그러나 좋은 날씨는 아니였다. 흐리고 바람이 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원 산책을 하고, 사진을 찍고, 박물관 기념품샵 구경도 했다. 별거 아닌 것도 재밌고 웃겼다. 이 외국인이 정말 나랑 즐겁게 놀고 있는게 맞는지, 얘가 나를 보고 웃고 있는게 실화인지. 벤치에 앉아서 이야기도 나누고, 사진도 찍었다. 뭐랄까 데이트하는 느낌이었다. 추워서 카페를 갔고, 커피 마시며 영어공부, 한글공부를 했다. 시간은 벌써 7시, 집에 가려고 일어났는데 집에 먹을 것이 없다는 것이 생각나 같이 콜스에 갔다. 그렇게 장도 같이 보고, 바로 헤어지기 아쉬워 내가 기차 타는 곳 까지 데려다 줬다.
그 시각 8시 50분
"뽀뽀 해도 돼요?" 라는 말과 함께 쪽 하고 입술에서 소리가 났고, 그는 집에 돌아갔다.
이게 뭐라고 그렇게 기분이 좋던지. 짐이 무겁고, 추웠지만 돌아가는 길이 너무 행복하더라.

DAY 11

Dec 21 2017

마음은 영어공부였지만, 푹 쉬는 날이 되었다. 아무것도 하기 싫었다. 역시 인생 낭비 짱잼! 아무도 없는 방에서 뒹굴거리고, SNS하니 시간이 술술 지나갔다. 그러다 도저히 오늘 안사면 안될 용품이 생겨서 대충 입고 가장 가까운 콜스에 갔다. 간김에 쌀도 사고, 참치, 달걀, 마요네즈도 샀다. 응용 가능한 자취 필수품!
돌아와서 밍기적거리니 밤이 되었다. 나 오늘 진짜 한게 뭘까. 아, 부엌에 있을 때 집주인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크리스마스 이브 디너파티에 조인하게 되었다. 나에게도 드디어 일정이!

DAY 12

Dec 22 2017

얼떨결에 약속이 두개가 잡힌 날이다. 그리고 오늘은 꼭 하리라 다짐한 이력서를 인쇄하는 날. 사실 인쇄하면 이력서 내러 다니려고 했는데, 그것까진 힘들어서 뽑기만 했다.
보통 오피스워크에서 많이 한다던데 나는 주립도서관을 이용했다. 어벙하게 서 있으니 할아버지가 와서 카드 발급방법을 알려주셨고, 블로그를 통해 컴퓨터 예약하고, 쓰는것까지 오케이. 이제 인쇄가 어려웠는데, 젊은 언니가 와서 친절히 설명해줘서 30장 뽑기 완료! 사실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할일 다 했다 싶었다.
하나의 문제는 종이가 꾸겨질 것 같은 우려. 화일이 필요해서 다이소에 갔다. 사고싶은건 참 많았지만 대체로 꾹 참으며 L자 화일 열장짜리 딱 하나 사고 왔다. 이미 몇바퀴를 돌아서 힘든 상태. 아무 벤치에서 쉬다가 시티도서관 들어가서 쉬려고 일어났다.
갑자기 다가와서 말거는 외국인. 내 옷차림이 멜번스타일이 아니고, 귀여워서 단지 인사하고 싶어서 말걸었다고 한다. 이런 일도 생기고, 별일이다. 어쨌든 기분은 참 좋았다.
도서관에서 멍 때리고 쉬다가 3시에 커피약속장소로 향했다. 일찍 도착해서 삼십분 동안 동상인척 하는 퍼포먼스를 하는 사람과 그걸 보는 관객들을 구경했다. 꽤나 재미난 관찰이었다.
약속시간 10분이 넘어서 그 사람이 왔고, 큰 기대는 안했지만, 커피에 대한 기대마져 없애버린 남자와 약 한시간 이야기 나누고 헤어졌다. 지금껏 만난 사람중에 최악이었다.

최악과 헤어지고, 약속시간인 7시까지 도서관 벤치에 앉아서 기다렸다. 그냥 사람 구경도 하고, 공부도 했다. 그러던 중 옆자리에 앉아 말거는 인도인. 내 눈이 예쁘단다. 한국에선 이런 소리 거의 못듣는데. 그냥 이런저런 이야기 나누었다. 크게 재미있지도, 없지도 않은 사람이었다. 나랑 데이트을 원한다길래 바로 거절하긴 어려워서 번호는 줬다. 그리고 길고 긴 기다림 끝에 그가 왔다.

우리는 한국 식당에 갔다. 들어가자마자 한국어로 인사하는 알바생. 우린 족발과 주먹밥 세트 그리고 카스 한병을 시켰다. 비싼데 맛있었다. 얘랑 다시 만나 한국 음식을 먹는다는 것도 좋았다. 한국말, 영어 섞어가며 즐겁게 저녁을 먹고 공원으로 향했다
벤치에서 가위바위보 놀이를 하다가 잔디에 갔다. 외국 잔디밭에 와서 누워본 건 처음이었다. 그것도 외국인과 함께. 같이 하늘을 구경하고, 달을 구경했다. 아마도 서로의 얼굴을 가장 많이 구경했던 것 같다.
그냥 그렇게 있는 자체가 참 즐겁고 행복했다. 떨리고 설레기도 했다. 멜번의 주말은 밤새 열차가 다닌다고 한다. 정말 살기 좋은 곳이다. 우린 공원에 물이 뿌려지는 것도 보고, 피하며 산책을 하다 헤어졌다. 손톱달이 뜬 날이었다.

DAY 13

Dec 23 2017

이력서를 돌리기로 한 날이다.
왠지 나가기가 싫었다.
처음으로 새집에서 불을 사용한 아침을 먹었다. 오믈렛, 빵, 참지&마요네즈, English Breakfast tea
단단히 챙겨먹고 나와 west melbourne 중심거리로 향했다. 보는건 쉬운데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나에게 너무 어려운 일이었다. 백번 다짐해야 들어갈까 해보는 정도. 너무 어렵고 힘들어서 두시간 반 동안 방황했다. 똑같은 길 걸으며 방황만 몇시간 했던 것 같다.
결국 레스토랑 한 곳과 카페 한곳에 이력서를 냈다. 너무 힘들고 지쳐 벤치에 앉아 가방 안 과자를 우걱우걱 먹고, 내일 디너파티에 필요한 한국적인 과자를 챙겨서 돌아왔다.
그게 뭐라고 너무 힘들어서 잠이 들었다. 깬 후 검트리에서 5곳 정도 이력서를 보냈다. 오늘 일정 끝

DAY 14

Dec 24 2017

크리스마스 이브!
가을날씨의 크리스마스
리스와 만나서 커피를 마시기로 했고, 집주인 커플 친구집에서 디너파티를 하기로 한 날이다.
크리스마스니까~ 예쁜 원피스 입고 시티로!
플랜더스 스테이션 옆 야라리버 브릿지에서 만났다. 우린 야라강 주변을 산책하고, 공원에서 오리를 보며 시간을 보냈다. 날씨가 너무 좋았다.
리스가 인생샷도 찍어주고, 내가 원하던 분위기의 카페도 갔다. 플랫화이트와 차이라떼
이야기를 나누며 커피를 마시고, 또 다른 공원에 가서 누웠다. 하늘도 보고, 사람들도 보고 여유로운 시간 만끽

리스의 눈은 너무나도 예쁘다. 눈만 봐도 지루하지 않다. 디너파티가 예정되어 있었지만, 헤어지기 너무나도 아쉬웠다. 그래도 가야하기에, 굿바이라는 인사와 함께 헤어졌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마침 준비가 거의 끝났다는 필립의 연락이 왔고 나는 집에 도착했다. 처음 보는 콜롬비아인도 함께 채비를 마치고 차에 탔다.
흥겨운 음악과 함께 20~30분 달렸을까? 멋진 집에 도착했다. 미국인, 브라질인, 일본인 등 모두 합치면 나 포함 10명정도 되었다. 낯설지만 좋은 느낌이었다. 내가 못 어울려도 상관 없었다. 그냥 그 자리에 함께 하며, 그 분위기를 함께 즐기는 것 자체가 좋았다.
빨리빨리 준비를 해서 바로 먹는게 아니었다. 천천히 요리를 준비하고, 하나씩 하나씩 완성해가는 요리를 먹었다. 콜롬비아 감자튀김, 튀김위에 닭고기를 올린 요리, 샐러드, 리조또, 감자샐러드 그리고 칠면조까지. 다양한 음식들이었다. 특히 칠면조에는 큰 공이 들어갔다. 오븐이 안되어서 밖에서 바베큐를 하고 있었는데, 5시간 후 꺼냈지만 덜익어서 다시 익히느라 애를 썼다. 그러나 칠면조가 다 익었을 땐 배도 거의 다 차있었다는 함정.
드문드문 이야기도 나누고, 맥주도 마시고, bonbon 게임도 하고, 설거지도 하고, 몸으로 말해요 게임도 했다. 디저트로는 초콜릿 케익크와 푸딩 그리고 과일! 아마 오늘 몇천 칼로리는 먹었을 것이다. 배가 불러도 음식이 맛있어서 계속 먹었지만 결국 한계가 왔다. 반은 졸려서 방으로 올라갔고, 소수만 거실에 남았다.
영화를 보다가 졸려서 잠이 들었고, 5시쯤 일어나 우버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즐거웠던 크리스마스 이브다.

DAY 15

Dec 25 2017

오자마자 씻고 잠이 들었다. 점심 쯤 일어나 매운새우깡을 먹으며 페이스북을 보다가 또 잠이 들었다. 일어나서 웹툰을 보다가 또 잠이 들었다. 저녁으론 시리얼과 잼 바른 빵을 먹었다. 크리스마스인데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카톡으로 메리크리스마스~ 하는 정도?
그저 푹~ 쉰 하루였다.

DAY 16

Dec 26 2017

아침을 단단히 챙겨먹고 이력서를 내러 나왔다. 오늘은 boxing day라고 한다. 큰 할인을 하는 날인데 나와는 상관 없는 날이라 신경도 안썼다. 오늘은 도클랜드로 이력서를 내러 왔는데 상점이 텅텅 비어있었다. 아무래도 크리스마스 다음날이라 연속으로 쉬는 상점들이 많아보였다. 바다 풍경 바라보다 시티로 향했다.
어김없이 북적이는 사람들. 젤라또를 먹을까 굉장히 고심했는데, 결국 포기했다. 사람이 너무 많아서 그런지 금방 기운이 빠졌다. 너무 북적여서 이력서를 내고자 하는 마음도 없었다. 그래서 쇼핑몰에 들어가 좀 우울하게 무기력하게 있다가 엄마랑 영상통화하고, 허니버터칩 먹으며 기운을 차렸다. 거의 회복이 됐을 쯤 티룸에 이력서 내볼까 망설였는데 리스가 도착해서 얼른 약속장소로 향했다.
우리는 어김없이 공원에 갔고, 좋은 날씨에 누웠다. 이야기를 속삭이며 햇빛이 너무 강해 계속 자리를 옮겼다. 저녁은 인디안푸드! 카레, 난, 라이스가 무한제공이었다. 저렴한데 굉장히 맛있었다! 아마 나중에 나 혼자서라도 또 갈 것 같다.
먹고 또 공원에서 물벼락을 피해다니다 각자의 집으로 헤어졌다. 이렇게 아쉽고 아쉽고 또 아쉽다.
나는 집에 오기 전 콜스에서 바디워시와 화장지, 우유, 치약을 사서 돌아왔다. 무기력했지만 다시 충전 된 하루였다.

DAY 17

Dec 27 2017

너무 더운 날이다.
이력서를 내러 나가기 위해 씻었지만 아침을 먹으면서 집에 있기로 결정했다. 왜냐하면 아침을 먹으면서도 땀이 났기 때문이다.
침대에 있으니 잠이 몰려와 잠을 잤고, 오랜만에 한국 영화도 한편 봤다. 마음은 영어공부 열심히! 였지만 슬슬 흘러가는 시간을 잡기 싫었다. 분명 돈이 필요하고, 일자리가 급하지만 백수생활도 좀 즐길래.
조급한 마음이 싫어 떠나왔으니, 잠시만 내려둘래

DAY 18

Dec 28 2017

아침에 일어나 슬슬 준비를 마치고 밖으로 나왔다. 오늘은 도클랜드 쪽으로 일자리를 알아보러 나섰다. 멀지 않은 그 곳에 바다 같은 강과 놀이공원이 있었다. 날씨가 흐려서 빗방울이 떨어지길래 쇼핑몰 안쪽에 들어가 눈치를 살폈다. 아이들과 어른들이 꽤 많았다. 바쁜 매장들이었고, 손님들도 많았다. 두어군데 시도 해보려고 했지만, 너무 매장이 커서 감당 못할 것 같아서 결국 포기했다.
저번부터 젤라또 한번 사 먹을까 말까 고민을 했는데 놀이동산 온 기분 낼겸 사먹기로 결정! 눈에 보이는 쿠키&크림 콘으로 선택했다. 가격은 한 스쿱에 5달러나 하더라. 매우매우매우 달았다. 달아서 미각이 마비되는 정도라 이게 맛있는지 맛이 없는건지 잘 감이 안잡혔다. 그냥 기분에 취하기로 했다.
너무 스윗한 젤라또를 먹으며 아이들이 놀이기구 타는 모습을 지켜봤다. 너무나 귀엽고 행복한 모습들이다. 5불주고 산 5분의 행복을 마치고 다시 상점들을 지켜보다가 결국 시티로 나왔다. 아직 망설임이 나에게 크다.
어느 레스토랑에 가볼까 열심히 눈을 돌리며 돌아다니다 의자에 앉아 쉬었다. 그리고 리스를 만나 브리또를 먹으러 갔다. 몇개 추가했다고 두개 합해서 30달러나 나왔다. 비쌌지만 맛은 합격점! 일단 매콤한게 나의 취향을 저격했다. 우린 급식체에 대해 이야기를 했고, 리스는 인정을 배웠다.
우린 흐린 탓에 공원을 못가고 우리집에서 잠깐 쉬고, 내가 데려다줬다.

DAY 19

Dec 29 2017

오늘은 밖을 나서니 빅토리아 마켓 부근에서 세차게 비가 내렸다. 멜버른 와서 처음 본 큰 비였다. 거리의 레스토랑을 다닐 수 없어 바로 멜번 센트럴로 향했다. 구경과 염탐을 병행하며 돌아다니다 다시 리스를 만났다. 친구와 영화를 보고 바로 헤어졌다는 리스. 오늘은 리스 집에 가기로 했다.
그의 집은 기차로 30분 정도 걸리고, 차로 10분정도 달려야 나오는 곳 이었다. 처음 본 고양이는 매우 사교적이었고, 우린 고양이 먹이를 주고 동화책을 읽었다. 리스의 동생을 데려다주며 저녁으로 먹을 하와이안 피자를 사왔다. 이런 환경에 이런 남자친구과 이런 이국적인 피자를 먹고 있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우리는 미드를 보며 피자를 먹었고, 리스는 드라마 내용에 대해 나에게 열심히 설명해주었다.
우린 피자를 다 먹고 방에서 한국 웹툰을 함께 보았다. 이번엔 내가 설명해주는 시간이었다. 즐겁게 웹툰을 보며 이야기하다 리스는 배가 아팠고, 나는 걱정하다 잠이 들었다.

DAY 20

Dec 30 2017

일어나서 뒹굴거렸다. 하루종일 뒹굴거리다가 배가고파 일어났다. 피넛버터 샌드위치에 치즈케익 그리고 우유를 먹었다. 다시 봐도 정말 멋진 집이다.
넓은 주방과, 테이블, 푹신한 소파. 잡동사니가 많지만 워낙 집이 크고, 흰색 바탕으로 깔끔했다. 역시 호주의 집!
열한시 이십분 쯤 전화가 한통 왔는데, 하우스키핑 잡이었다. 그러나 1시까지 오라는 말에 거절을 했고, 나의 처음 온 잡 전화는 그렇게 못가게 되었다.
우린 하루종일 방에서 노닥거리다가 여섯시 반이 넘어서 기차를 타러 갔고, 기차 밖 풍경을 보며 도심으로 돌아왔다. 집에 오는 길, 한인마트에 들려 김치와 신라면을 샀고 정말 한국적이게 맛있게 끓여먹었다. 금새 입맛이 외국적으로 변한건지, 신라면이 매워졌다.

DAY 21

Dec 31 2017

올 해의 마지막 날이다.
나는 오늘 처음으로 호주바다라는 사이트를 알게 되었다. 멜번의 구인구직 사이트였다. 잡을 못구하고 있으니, 한인잡으로 눈을 돌렸다. 3주 고집부렸으면 됐다 싶었다.
몇군데 문자를 보냈고, 이메일도 보냈다.
그리고 몇군데는 직접 가보기로 했다.
처음에 도착한 곳은 한국인들이 너무 많은 것 같아서 갑자기 꺼려졌다. 그리고 다른 곳으로 향했다. 별 다른 정보가 없었던 그 곳은 한국인이 면접을 봤는데 시급이 12불이라는 말에 조금 놀랬다. 주로 2잡 뛰는 사람들이 한다고 하더라. 마지막 레스토랑은 너무 핫해서 들어갈까말까 고민 많이 하고 들어갔는데, 매니저님이 친절한 남자분이셨다. 이력서 받으시고, 다음에 연락준다고 하셔서 알겠다고 인사하고 나왔다. 나름 이력서 많이 냈다고 스스로 칭찬하며 쉬다가 리스를 기다렸다.
오늘은 새해 맞이 불꽃놀이 보는 날!
여덟시 넘어서 리스가 왔고, 잠시 이야기를 나누다 시간을 보고 깜짝 놀라 불꽃놀이 스팟으로 향했다. 사람이 너무 많아 트램도 안다녀서, 결국 걸어서 공원 도착! 오자마자 예쁜 불꽃이 터져서 너무 좋았다. 굿 타이밍~ 즐겁게 펑펑 터지는 불꽃을 감상하고, 돌아와 리스 버거를 먹은 후 헤어졌다.
나는 미드나잇 불꽃까지 보기위해 도클랜드로 향했고, 시간이 얼마 안남고, 좋은 장소가 어딘지 몰라서 망했다고 생각했던 찰나 불꽃이 도시 전체에서 터치는걸 보게 되었다.
참 색다른 경험이었다. 이렇게 새해를 맞이하는구나.
집에 돌아오는 길 연주와 통화를 했고, 돌아와서 가까운 분들에게 신년인사를 보냈다.
내가 호주에서 마지막과 새해를 맞는구나

DAY 22

Jan 01 2018

새해가 되었다. 어김없이 준비를 마치고 밖으로 나왔다. 열심히 한인잡을 찾아 나섰지만 결과는 허탈했다. 신년을 맞아 쉬는 곳이 많았다. 가려고 점 찍어둔 곳마다 휴무였다. 지치고 힘들었지만 빈손으로 돌아가긴 아쉬워서 ALDI에 들러 빵과 두유, 피넛버터를 샀다. 몇가지 품목들은 콜스보다 저렴했다. 가는 길, 리스와 통화를 했다.
집으로 돌아와 간단한 간식을 먹고 생각들을 정리했다. 앞으로의 방향, 꿈, 하고싶은 것들.
잔고에 돈이 없다는 것도 생각나 친구에게 부탁해 해외송금도 했다. 역시 110만원으로 살아남긴 어려웠다. 주절주절 이런 생각, 저런 생각에 잠기다 새벽 두시가 되어 방에 들어갔다.
나, 살아남을 수 있을까

DAY 23

Jan 02 2018

아침부터 그냥 이유 없이 기분이 좋았다. 아침을 든든히 챙겨먹고 오늘도 한인잡을 찾아 나섰다. 미리 찾아둔 곳 들을 갔는데 닫혀있었다. 겨우 찾은 문 연 곳은 이미 다 구했다며 날 거절했고, 그냥 Tea 관련이라 물어라도 보고싶어서 간 곳 역시 직원을 구하지 않았다. 길가다가 본 네네치킨은 정말 왜 왔냐는듯한 표정으로 내 이력서를 받았다. 점점 기분이 울적해지더니 우울해졌다. 실망과 거절, 일을 못구하는 내 상태 그리고 남자친구의 줄어든 관심이 나를 슬프게 했다. 나는 배가 고프지 않았지만 기분을 채우고 싶어서 리스와 갔던 인도식당에 갔다. 병아리콩이 있는 카레가 너무 먹고싶어서 갔는데 저번보다 더 맛있었다. 그래서 카레 리필하고 깨끗히 식판을 비웠다.
배불리 맛있는 것을 먹고 나니 그나마 기분이 좀 나아졌다. 그러나 전부 풀린 것은 아니었다. 집에 돌아왔고, 불을 끄고 좀 울었다. 엉킨 마음이 좀 풀려갔다. 집중해서 뭘 보고싶은 마음에 영화 "너에게 닿기를"을 보았다. 아름답고 예쁜 영화였다. 찡한 마음에 영화를 보며 또 울었다. 이제서야 마음이 풀렸다. 아까 화풀이 했던 리스에게도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호주에 오고 난 후 세번째 우울이었다.

DAY 24

Jan 03 2018

아침에 일어나니 눈이 퉁퉁 부었다. 오늘은 본가, 한라, 스시집에 이력서를 내는 계획을 세웠다. 세시쯤 본가에 가니 이미 어떤 남자애가 설명을 듣고 있었다. 내가 가니 함께 앉아서 설명을 들었다. 이야기 들어보니 완전 좋은 잡이다. 그러나 우릴 뽑아줄 지..
설명을 듣고 나오니 같이 있던 애가 멜번 정보를 알려주기 시작했다. 나야 땡큐지~ 좋은 꿀팁들을 잘 얻고, 면접 조언도 들었다. 좋은 애였다.
이력서를 내러 간 한라는 이미 내 앞에 두명이나 면접을 보고 있었다. 가장 당황스러웠던 것은 영어로 자기소개. '아, 내가 이거 왜 준비 안했지?' 싶었다. 너무너무 못해서 이건 떨어졌구나 싶었다.
마지막으로 간 스시집 면접은 느낌이 꽤 괜찮았는데, 내 앞에 경력자가 둘이나 이미 있었다. 결론은 희박하다는 점. 나 일 구할 수 있을까?

오늘 처음 쓰레기 당번이라 세리오와 함께 쓰레기를 비우고 리스 집으로 향했다. 기차가 중단상태라 버스를 타고 도착. 정류장에서 날 기다리고 있는 리스가 참 보기 좋았다. 우린 울월스에서 나초와 소스, 치즈 등 여러가지를 샀고 집에 왔다.
이런저런 이야기도 하고, 한국 예능도 보고, 서로 영어와 한국어를 가르쳐 줬다. 놀다보니 어느새 4시.
참 즐겁고 좋은 시간이었다.

DAY 25

Jan 04 2018

리스랑 공부도 하고, 이야기 하며 하루를 보냈다. 어제 사온 나쵸도 만들어 먹었다. 나쵸 위에 나쵸 소스랑 치즈를 뿌리고 전자렌지에 데우면 끝! 청포도에 나쵸에 팀탐까지 맛있게 잘 먹었다. 벌써 하루가 저물었고 나는 집에 갔다.
버스 풍경, 트램풍경 보기 좋았다.

DAY 26

Jan 05 2018

오늘도 준비를 마치고 이력서를 돌리러 나간다. 처음 간 곳은 사장님이 좋아보이셨는데, 조금만 더 빨리오지~ 하고 아쉬워하셨다. 역시 타이밍이 중요하구나.
두번째 간 곳은 챱샵 바베큐 레스토랑. 매니저가 오늘 트라이얼 가능하냐 묻는다. 당연히 오케이라고 했다. 영어도 주문받는 정도는 가능하다고 했다. 트라이얼은 여섯시 반. 집에 돌아가면서 약간 멘붕이었지만 세시간동안 영어공부 하리라 굳세게 다짐!
레스토랑 영어, 주문 영어 열심히 외우고 투입되었다. 간단한 메뉴 설명을 받고, 테이블 정리와 서빙을 했다. 약간 정신 없었지만 일하는게 재밌었고, 살맛 난다 싶었다. 50분이 순식간에 지나갔고, 일 끝. 나름 잘 했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연락이 오지 않았다. 더 빠릿빠릿한 행동을 해야겠다고 다짐하였다.

DAY 27

Jan 06 2018

최근 2년 중 가장 더운 날 이었다. 낮 온도가 40도까지 올라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팬케익과 오믈렛, 두유를 잘 챙겨먹고 밖으로 나왔다. 녹을 것 같은 날씨였다. 실시간으로 호주바다를 살펴보고, 곧장 이력서를 내러 다녔다. 오늘 다녀온 곳은 총 4곳. 본가, 스시집, ABC치킨, 우가이다. 본가는 경력직만 뽑아서 바로 떨어진거나 다름 없었고, 스시집도 경력자 우대였다. 다 경력자만 뽑으면 신입은 어디에서 일해야하나 이런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또 한가지, 고깃집 말고는 최저시급을 지키지 않는 레스토랑이 많다는 것. 호주에 살면 호주 법을 따라야지, 한국처럼 일은 많이 시키고, 돈은 적게주는 식당이 많았다. 참 슬픈 현실이다.
면접을 보신 분들 모두가 다음주 월요일까지 연락을 준다고 한다. 안오면 그대로 탈락. 월요일에 여러 곳에서 연락이 오는 기적이 일어났으면 좋겠다는 상상을 해본다.
페이스북 동영상을 봤다. 일취월장이라는 책의 저자가 자신감은 경험과 실력에서 나온다고 했다. 어서 실력을 키워야지.

DAY 28

Jan 07 2018
한 달 동안 잡을 못구하는 날 보며 생각했다.

시간과 노력의 투자 없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것은 결코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되는 것은 없었다.
그것은 나의 큰 착각이었다.

머리와 손톱이 자라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지만, 그것을 다듬는 것은 내 몫이었다.
시간이 흐르며 삶도 흘러가지만, 내가 원하는 삶을 살아가려면 나의 창작이 필요했다.

Don't be shy

DAY 29

Jan 08 2018

기다린다. 기다리는 중이다.
약간의 희망과 기대를 상처받지 않기 위해 절제하고 있다.
여러곳에서 연락오면 어쩌지? 라는 망상도 하고, 제발 한 곳에서라도 연락 왔으면 좋겠다 라는 기도도 한다.
오늘은 휴대폰 선불요금 끝나는 날이다.
돌이켜보면 한달동안 공부도 안하고 일도 못구했다. 정말 뭐했지 싶다.

DAY 30

Jan 09 2018

내심 희망을 품지만 그 신경조차 쓰지 않으려
하루 온종일 리스랑 놀았다.
일기도 고쳐주고, 나쵸도 먹고, 초콜릿도 먹고
하루가 금세 저물었다.
호주의 하루는 참 긴데, 시간은 참 빨리 흐른다.
결국 아무 곳에서도 연락이 오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껄렁한 청소년들이 시비를 걸고 나를 조롱했다. 더 영어공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DAY 31

Jan 10 2018

오늘부터 일도 열심히 구하고, 영어공부도 열심히 하겠다고 마음을 강하게 다졌다. 그래서 이력서도 7곳이나 가려고 스케줄을 짜놨다.
야무지게 밥도 잘 챙겨먹고, 아침부터 당충전도 많이 한 후 출발!
첫번째 레스토랑은 안타깝게도 내가 못하겠다 솔직히 말했다. 얼굴 마주치고 대화하는 것은 할만한데 전화로 주문받거나 알러지, 주소 변경 등은 아직 준비가 안되었기 때문이다. 더 실력을 키워서 오겠다 말씀드리고 나왔다.
두번째는 다락인데 영어자기소개 시켜서 내 영어실력 다 들켰다. 망함.
코리아 스파이시에서는 주방일, 다 잘한다고 말씀 드리긴 했는데 연락이 올지 안올지 잘 모르겠다.
다음은 문이 닫았고, 그다음 간 술통은 페이가 너무 심했다. 야간일인데 13불이라니.... 그래도 되면 할 수 밖에.
다음으로 간 와라와라는 면접 보자마자 트라이얼 해보겠냐고 물었다. 당연히 yes!
할 때마다 느끼는건데 일하는거 왜이렇게 재밌는거야..
크게 바쁘지는 않았지만 하다보니 한시간 훌쩍, 페이 대신 스텝밀을 받았다. 무려 고추장불고기덮밥. 퀄히티가 상당했다. 빨리 먹고싶은 마음에 브리또 집에서 포크 하나 가져와서 주립도서관 앞에서 흡입!!!
너무 맛있게 잘먹었다.

나 진짜 돈벌면 하고 싶은거 많은데
돈이 없어서 최대한 안쓰는 중이다.
잡 언제 생길까

집에 놀러온 브라질리언 친구가 나의 7번의 잡 인터뷰 소식을 듣고 말했다.

"너는 예쁘니까 내일 6곳에서 전화가 올거야."

정말 듣기 좋은, 감동의 한마디였다.

굳세게 마음 먹고, 배고프면 서러울까봐 밥도 평소보다 더 많이 챙겨먹는 중이었다.
마음처럼 안풀리지만, 붙어도 호주 최저시급도 못받은 채 일해야하겠지만 사실 이런 힘든 시간도 소중하다 느낀다. 지금이 아니면 언제 느껴보겠어.
다른 워홀러들과 비교하지 않으려 애쓰고있다. 스스로 초라해 보이고 싶지 않은 마음이 크지만, 사실 제일 큰 문제인 영어를 안해왔다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다.
나는 그들이 아니기에, 나는 나로서 존재하기로 했다.

DAY 32

Jan 11 2018

스스로 맛있는 것을 먹으며 다독인다.
그냥 간다고 되는 일이 아니었다.

DAY 34

Jan 13 2018

키친핸드 첫 트라이얼.
그렇게 마음을 다 잡았는데도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내가 생각해도 느리고, 부족했다.
연락 올 가능성 30%
나는 잡을 언제 구할까

DAY 36

Jan 15 2018

한 달, 그리고 4일
드디어 잡을 구했다.

갑자기 몰려오는 트라이얼과 인터뷰들
시급 낮지만
너무나도 감사하다

DAY 38

Jan 17 2018

가끔은 아무것도 아닌 일에도 예민할 수 있다는 점

DAY 43

Jan 22 2018

첫 주급이다.
이제 세컨잡을 구해야지!

DAY 49

Jan 28 2018

하루종일 잠만 자고 신의탑만 봤다.
아침은 떡볶이 저녁은 라면
저녁 8시까지 39도라니
미친 날씨였다.

온 지 벌써 두달이 지났다.
사실 큰 변화는 없다. 익숙해져서 그럴지도 모른다.

이곳에 와서 가장 크게 느끼는 것은 노력 없이 이루어지는 것은 없다는 것. 내가 딱 한만큼 얻어지는 보상이 참 값지다.

사실 생각은 많고 하고자하는 것은 넘치지만 작심삼일을 넘기지 못한다.
그래도 자꾸 해보려고 시도 중이다.

오늘도 테이블 앞에 앉았지만
하려던 것은 시작도 못했다.
내일부터 다시 공부 시도해보기!

DAY 78

Feb 26 2018

일찍 일어나도
공부에 손이 가지 않는다.

DAY 116

Apr 05 2018

이틀 전 세컨비자를 결정했다.
결정에 큰 영향을 준 건 남자친구의 의견이었다.
내가 좀 더 호주에 머물렀으면 좋겠다는.
사실 이대로 시티 생활만 하고 돌아가기엔 너무 짧고 아까운 시간이다.
나의 소극적인 생활을 바꿀 변화가 필요하다 느꼈다.
농장에 가서 부대끼고, 노동을 하면 조금 바뀌지 않을까?

지금까지 얻은 정보에선
페북에서 알게된 분이 설명해주신 게튼이란 지역과
승한이의 호스텔이 가장 괜찮다.
다만 돈을 세이브하는 것과
경험을 넓히는 부분에서 어디가 더 나을 지 저울질 중
더 알아보고 더 수집해야지

DAY 133

Apr 22 2018

이틀 전 튜터링 코스를 질렀다.
도저히 혼자서는 공부가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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