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1

May 15 2018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요즘 tv 프로그램 <짠내투어>를 즐겨 보면서 늘 여행을 가고 싶다는 생각이 잦았다. 다만 어디로 갈지는 정하지 않았다. 혼자 갈지 또는 여럿이서 갈지, 만약 누군가와 간다면 시간과 마음이 맞는 친구가 있는지도 고민했다. 

절친한 대학교 친구에게 내 마음을 털어놓았더니 친구가 마침 자기도 여행을 가고 싶었다며 함께 놀러 가자고 했다. 갑작스러운 여행 제안에 선뜻 오케이를 해준 친구에게 고마운 마음으로 어디를 가고 싶은지 물었다. 친구의 대답은 의외였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사실 여행을 가기로 했던 3월에 <짠내투어>에서 한창 싱가포르 편이 방영되었다. 친구도 이 프로그램을 애청해서 싱가포르나 그 전에 소개된 여행지 중 한 곳이 언급될 줄 알았다. 친구의 입에서 나온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는 예상하지 못한 도시였지만, '대한민국에서 가장 가까운 유럽'인 이곳을 한번 방문해 보는 게 좋을 듯했다. 우리의 블라디보스토크 여행은 '우정 10주년 기념 여행'이라는 주제로 기분 좋게 문을 활짝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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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KR

블라디보스토크

러시아RU
호텔로 고고싱~😄

약 2시간 30분의 비행 끝에 우리는 블라디보스토크 땅을 밟았다. 심사 시간은 꽤 길었는데, 입국 심사관이 입국 확인서를 직접 작성해서 입국자에게 주기 때문이었다. 확인서는여권 사이에 끼워서 주며 출국할 때까지 반드시 갖고 있어야 한다! 공항 밖으로 나오니 시곗바늘은 어느덧 3시를 가리켰다. 

우리는 호객하는 택시 기사님에게 이끌려 곧장 택시를 타고 타고 호텔로 향했다. 공항에서 호텔까지는 얼추 50분 정도 걸렸다.

호텔은 4성급으로 3일 동안 머무르기에 깔끔하고 깨끗했다. 위치도 관광지 주변으로 둘러싸여 있어서 이동하기에 편리했다. 본격적인 일정은 호텔에서 짐을 모두 푼 이후에야 시작되었다.

음침했던 해양 공원

우정 여행의 첫 일정은 해양 공원에서 출발선을 끊었다. 첫째 날 날씨는 다소 흐렸는데, 날씨 때문인지 해양 공원은 한산하다 못해 분위기마저 음산했다.

해양 공원의 랜드마크인 어린이 공원은 더욱 한가했다. 놀이 기구를 타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이곳은 버려진 곳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매우 조용했다. 기억에 남는 건 형형색색의 놀이 기구뿐이었다. 

예뻤던 아르바트 거리

다음 일정은 아르바트 거리였다. 아르바트 거리로 가는 길이었다. 러시아인 한 명이 우리에게 "안녕하세요"라며 인사했다. 한국어를 공부한다는 이분은 직접 한글로 쓴 카드를 나에게 건네주었다. 내용은 성경 말씀이어서 당혹스러웠지만, 낯선 이에게 뜻밖의 선물을 준 현지인의 마음은 따뜻이 전해졌다.

블라디보스토크에 오기 전에 가장 기대했던 곳은 아르바트 거리였다. 해양 공원에서 주춤했던 햇빛은 점차 강해지더니 아르바트 거리를 환히 비추었다. 말로만 듣던 아르바트 거리는 실제로도 예뻐서 카메라 셔터를 연신 누르게 했다. 🙆

벽화는 어디에?

아르바트 거리를 뒤로하고 우리는 블로그에서 찾은 한 카페를 찾아갔다. 카페를 가는 길에 벽화가 몇 개 보였는데, <짠내투어> 블라디보스토크 편에서 나래 팍 언니가 말했듯 기대 이하였다. 

핫 플레이스, 카페마

블로그에서 "배스킨라빈스 옆"이라고만 힌트를 주어서 카페 이름은 몰랐는데, 이곳을 방문해 카페명을 알아냈다 히히. 카페마(Kafema)는 현지인이 즐겨 찾는 카페로, 우리 빼고 현지인으로 가득해서 핫 플레이스임을 입증했다. 

친구와 나는 시원한 커피를 마시고 싶어서 '니트로 커피(150루블)'를 주문했다. 친구는 커피가 입맛에 맞는다며 좋아했고 나는 그저 시원한 맛에 커피를 들이켰다. 커피는 신맛이 강해서 나처럼 (과일처럼 상큼한 맛이 아닌 식초 같은) 신맛을 싫어하는 분에게 추천하지 않는다. 😣😫

이고르 체르니곱스키 사원

카페에서 충분히 휴식을 취한 후 우리는 이고르 체르니곱스키 정교회 사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 사원은 연해주 용사를 기리기 위해서 2007년에 건축했다고 한다. 

러시아 국교는 러시아 정교회로, "러시아 문화 그 자체"라고 한다(해시태그 트래블 블라디보스토크, 2018). 이를 방증하듯 정교회 사원은 블라디보스토크 시내에서 자주 보였다. 

석양이 지는 해양 공원

사원 내부는 패스! 저녁 식사를 하기 전에 시간이 조금 남아서 해양 공원 방향으로 걸었다. 해양 공원 뒤쪽에는 드넓은 바다가 펼쳐졌다. 노을빛 하늘, 잔잔한 바다, 산들 부는 바람은 피로가 쌓인 몸을 해소하는 데 충분했다. 

주마에서 저녁 식사🦀

여행 첫날의 저녁은 주마(Zuma)에서 해결했다. 주마는여행 2주 전에 예약했다. 식당은 한국인 맛집답게 한국 사람으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주마 하면 킹크랩! 주문한 음식은 킹크랩 1.6kg(3,000루블), 관자 요리와 맥주 두 잔이었다(관자 요리와 맥주는 가격이 기억나지 않는다😧). 관자 요리는 익숙한 맛이라서 맛있었으나, 킹크랩은 살짝 실망스러웠다. 킹크랩 살을 바르는 게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었고 살은 탱탱하지 않아서 먹을 게 별로 없었다. 주마에서의 식사는 만족스럽지 않았다🤔

두근두근했던 여행 첫날

여행 첫째 날에 기대 이상으로 좋은 시간을 보냈지만, 20시간 깨어 있던 터라 노곤함은 결국 사라지지 않았다. 다음 날 일정을 위해 호텔에서 푹 쉬기로 결정! 친구와 나는 빠른 걸음으로 호텔에 갔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의 첫날은 호텔 창가로 짙은 남색을 띤 밤하늘을 바라보며 마무리되었다.

DAY 2

May 16 2018
조식으로 일정 시작!

상쾌한 공기로 맞은 두 번째 날! 건강한 하루를 위해 조식으로 배를 든든히 채웠다. 매번 여행할 때 먹는 조식은 왠지 더 맛있고 입에 잘 들어가는 것 같다. 😋

시작과 끝을 상징하는 곳

두 번째 날의 첫 일정은 블라디보스토크 기차역을 가는 거로 시작했다. 블라디보스토크 기차역은 시베리아 횡단 열차의 시발점이자 종점으로 매우 가치 있는 역이다. 늘 기차 여행을 꿈꾸었던 사람이라면 이곳이 더욱 의미 있을 것이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모스크바까지 거리는 서울에서 뉴질랜드까지 가는 거리라고 하며,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면 시차는 총 7번 바뀐다고 한다. 역 중앙에 설치된 기차를 바라보며 내 인생에서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고 여행할 수 있는 날이 한 번쯤 왔으면 하는 바람이 들었다. 

역시 유럽이구나!

블라디보스토크 기차역을 둘러본 후 다음 장소로 이동하려고 발길을 돌렸다. 맑디맑은 날에 가벼운 걸음으로 목적지를 향해서 가다 보니 파스텔 톤의 유럽풍 건물이 눈에 띄었다. 이곳이 바로 유럽이구나!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치더니 들뜬 기분은 한층 더 달아올랐다. 🤗

승리과 슬픔, 그 사이

두 번째로 찾은 장소는 혁명 광장(또는 중앙 광장)이었다. 혁명 광장은 사회주의 혁명의 성공을 축하하며 건설된 곳이다. 광장에 설치된 세 개의 동상은 혁명 광장을 지키며 위엄한 자태를 뽐내는 듯했다.

이곳에는 우리나라의 슬픈 역사가 깃들었는데, 강제 이주민을 한데 모은 장소 또한 혁명 광장이라고 한다. 그때 그 시절이주민의 삶은 어땠을까? 막막하고 불안했을 그들의 마음을헤아리니 혁명 광장은 더 이상 웅장한 곳으로만 보이지 않았다.

귀여운 기념품관

혁명 광장 맞은편에는 귀여운 마트료시카 모양으로 입구를 꾸민 기념품관이 자리하고 있었다. 기념품관에 들어가자마자 빨간 리본을 단 고양이 한 마리가 앙칼진 눈빛으로 반갑게(?) 손님을 맞이해 주었다. 

우리가 이곳을 방문한 목적은 단 하나! 아기자기한 마트료시카를 사기 위해서였다. 마침 눈에 띈 마트료시카가 있었는데, 무당벌레를 모자로 삼아 쓴 원색의 마트료시카였다. 보자마자 마음에 쏙 들어서 마트료시카를 집고 곧장 계산대로 간 게 기억난다 히히😄

밥 먹으러 가는 길에 쿵!

기념품관에서 즐겁게 쇼핑하니 시간은 어느새 낮 12시가 되었다. 우리는 정오마다 울려 퍼지는 대포 소리에 깜짝 놀라며 출출한 배를 잠재우러 식당으로 향했다. 참고로 대포를 쏘는 것은 승전 도시의 위대함을 알리기 위해서라고 한다.

식당으로 가는 길에 자라(Zara) 건물이 예뻐서 사진을 찍었다.

미셸에서 점심 식사

점심 식사는 <짠내투어> 블라디보스토크 편에서 소개된 카르보나라 맛집 미셸(Michelle)에서 했다. 요리는 애피타이저와 카르보나라, 그리고 명수옹이 극찬한 호박 수프를 시켰다.

애피타이저는 조금 짜나 먹을 만했고, 호박 수프는 담백하니 치즈와 잘 어울렸다. 카르보나라는 맛이 일품이라고 표현하고 싶을 만큼 매우 맛있었다! 미셸은 비주얼도, 맛도 모두 합격이었다. 카르보나라를 매우 좋아하는 분이라면 이곳은 반드시 들러야 할 장소일 듯싶다. 👍👍👍

매력 있는 굼 옛 마당

우리는 배도 불렀겠다 싶어 소화할 겸 식당 근처에 있는 굼 옛 마당에서 산책했다. 굼 옛 마당은 예쁜 골목길마냥 사진 찍기 좋게 잘 꾸민 곳 같았다. 이곳에서 사진을 얼마나 많이 찍었던지! 굼 옛 마당은 여심을 사로잡는 매력이 돋보이는 곳이었다.

디저트를 빼면 섭하지!

굼 옛 마당을 쓱 돌아본 후 우리는 디저트를 먹기로 했다. 먼저 들른 카페는 써드 플레이스(Nevinnyye Radosti Wine Bar)로, 원래는 와인 바다. 이곳에서 아이스크림을 곁들인 파운드 케이크 하나와 아이스 아메리카노 두 잔을 주문! 금세 배가 고팠는지 친구와 나는 단 5분 만에 디저트를 후딱 해치웠다.

다음으로는 에클레르(에클레어)로 유명한 퍼스트 시티(Vspishka Eclair)를 방문했다. 에클레르는 화이트 초콜릿과커피 맛을 맛보았는데, 기대 이상으로 달달해서 깜짝 놀랐다. 사람들이 맛집을 가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더니! 퍼스트 시티는 디저트 맛집으로 인정할 만큼 에클레르가 매우 달콤했다😘

굼 옛 마당서 추억 만들기

디저트 두 종류를 섭렵한 후에 우리는 또다시 굼 옛 마당을 구경했다. 건물 사이로 조그마한 전구가 줄지어 매달려 있는데, 저녁이 되면 모든 전등은 불을 밝혀 이곳을 따스하게 빛내준다. 지금에서야 아쉬운 건 굼 옛 마당의 조명이 빛나는 밤을 보지 못했다는 거다. 그래도 전등 아래서 인생 샷을 남긴 건 매우 만족스럽다💃

쇼핑은 대실패🤔

우리의 발걸음은 쇼핑으로 이어졌는데, 쇼핑은 대실패였다😱 우리가 애초에 가려고 했던 이브로셰, 클로버 하우스는 공사로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쇼핑에 대한 아쉬운 마음은 블라디보스토크 시내를 구경하며 달랬다.

해적 커피서 에너지 충전!

시간은 어느덧 오후 5시가 되었다. 우리는 거의 온종일 블라디보스토크 시내를 거닐어서 지칠 대로 지친 상태였다. 생각보다 더운 날씨에 시원한 음료수가 더욱 간절했다. 잠시라도 휴식을 취하기 위해 선택한 곳은 해적 커피(Pirate Coffee)! 해적 커피는 해양 공원 방향으로 아르바트 거리 왼편에 있다🤓

해적 커피는 블라디보스토크판 스타벅스로 불릴 만큼 체인점이 곳곳에 있다. 커피 덕후인 친구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나는 상큼한 모히토를 주문했다. 커피값은 꽤 저렴했던 거로 기억한다. 가격도 싸고 맛도 괜찮았던 해적 커피! 블라디보스토크를 대표할 만한 커피집인 게 틀림없다 :-) 

스보이에서 냠냠

마지막 일정은 저녁 식사로 끝냈다. 저녁 장소는 스보이(Svoy)였는데, 주마(Zuma)를 운영하는 한국인이 이곳도 관리한다고 얼핏 들었다. 정보가 확실하지 않지만, 아마 맞는다면 한인분이 굉장히 대단하신 분이 아닐까 싶다. 

저녁 식사는 점심처럼 세 코스로 식사했다. 게살 샐러드는 입맛을 돋게 했고, 크림 생강 닭고기는 식욕을 폭발하게 할 정도로 식감이 부드러웠다. 볼로레제 스파게티는 다소 싱거웠으나 먹으면 먹을수록 왠지 중독되는 맛이었다. 세 요리 모두 성공적이었다!

뿌듯했던 두 번째 일정

두 번째 날은 첫째 날보다 더욱 바삐 움직여서 정신없이 지났다. 그럼에도 종일 걸으며 계획했던 곳을 모두 방문해서 마음이 뿌듯했다. 다음 날도 행복한 하루가 되길 바라며 우리 집 같은 호텔에서 긴 잠을 청했다. 

DAY 3

May 17 2018
쾌청한 날로 시작하는 셋째 날!

밤사이 강풍으로 호텔 방 창문은 달그락거렸다. 세 번째 날은 아무래도 온종일 흐리고 바람이 불 거로 예측했다. 그런데 웬걸! 바람은 불어도 날씨는 코발트 블루빛 바다가 영롱하게 보일 정도로 푸르렀다. 3일째 일정은 쾌청한 날로 시작되었다! :-)

아름다운 전경을 보다.

첫 번째로 들른 곳은 독수리 전망대! 우리는 혁명 광장에서 16ц(16ch) 버스를 타고 푸니쿨료르에서 내려 전망대까지 올라갔다. 전망대로 가는 길은 꽤 가파르니 운동화를 신는 걸 권장한다. 발레 공연을 보려고 구두를 신었던 그때의 나를 생각하면 진절머리가 난다. 구두 때문에 택시를 빈번하게 탔으니 말이다😅

날씨 덕분에 독수리 전망대서 바라본 금각교는 마음이 뻥 뚫릴 정도로 시원한 풍경을 선사했다. 푸른 하늘과 바다가 마주하는 지점에서 금각교가 자리하고 있으니 마치 두 공간이 연결된 듯했다. 러시아어 알파벳의 시초였던 키릴 문자를 전파한 키릴 형제는 이곳의 수호신 같았다. 

전쟁 공원을 가다.

끊임없이 불어대는 바람에 우리는 서둘러 다음 목적지로 이동했다. 이번에 방문한 곳은 잠수함 박물관, 영원의 불, 성모 승천 성당, 니콜라이 개선문이 한곳에 모인 전쟁 공원이었다. 

친구와 나는 잠수함 박물관을 지나고 영원의 불 앞에 섰다. 영원의 불은 365일 불이 꺼지지 않는 데서 불린 이름이며, 전쟁에 참전한 러시아군의 넋을 기리기 위한 곳이라고 한다. 영원의 불 앞에는 추모의 의미를 담은 꽃들이 나란히 놓여 있었다.

영원의 불 너머로 주황빛 성모 승천 성당이 보였다. 이 성당은 블라디보스토크의 3대 성당으로, 니콜라이 2세 방문을 기념해서 개선문과 함께 건축되었다고 한다. 성당은 크기가 작지만, 기품이 넘치는 듯했다. 

성모 승천 성당 뒤로 조금만 오르니 니콜라이 개선문이 화려한 장식으로 우리를 반겼다. 니콜라이 2세가 거친 모든 도시에는 개선문이 세워졌다. 개선문을 지날 때 소원을 빌면그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말이 있다는데, 당시 우리는 이를 몰라서 그냥 지나친 거로 기억한다. 😂

스베틀란스카야 거리

오전 일정을 후다닥 끝내니 점심시간이 다가왔다. 스베틀란스카야 거리에서 택시를 타고 점심을 먹으러 고고싱~~~😎

고급스러웠던 점심시간

셋째 날의 점심은 아가뇩(Огонёк, Ogonёk)에서 먹었다. 아가뇩은 호텔 식당이라서 그런지 분위기가 물씬 고급스러워 보였다. 식사는 러시아 전통 수프인 보르시, 송아지 고기 스테이크, 타이거 새우 파스타를 주문했다. 

처음 맛본 보르시는 꽤 익숙한 맛이었다. 우리나라 음식으로 따지면 빨간색 국물의 소고기 뭇국 같달까? 겉모습은 특이해도 맛이 부담스럽지 않아서 보르시가 바닥이 보일 정도로 맛있게 먹었다. 스테이크와 파스타는 흔하지만 맛은 확실히 보장할 수 있는 요리였다. 🍖🍝

흐릿해진 날씨에 사원을 가다.

배는 부른데 이상하게 컵라면이 갑자기 당겼다. 친구와 나는 발레 공연을 본 후 저녁으로 컵라면을 먹기로 했다. 블라디보스토크를 배신해서일까(?), 하늘은 점차 흐려지더니 이내 먹구름으로 가득해졌다. 

아직 비가 오지 않아서 우리는 빠른 걸음으로 포크롭스키사원에 다다랐다. 포크롭스키 사원은 블라디보스토크에서거대한 규모를 갖춘 정교회 건물이다. 이 사원은 유럽식과 이슬람식이 섞였다는 게 특징이다. 포크롭스키 사원의 독특한 외관은 시선을 사로잡을 만했다. 

울적할 땐 달달한 게 최고😚

사원을 구경하는 것도 잠시, 하늘에서 구멍이 뚫리듯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친구와 나는 비를 피하고 디저트를 먹을 겸 택시를 타고 우흐 뜨이 블린(ун ты блин)으로 자리를 옮겼다. 

비 때문에 우울했던 마음은 커피 두 잔과 초콜릿 바나나 블린으로 위로를 받았다. 블린은 러시아식 팬케이크였는데, 디저트답게 맛이 부드럽고 달콤했다. 포스트를 쓰는 지금 블린을 생각하니 입안이 달달해지는 건 기분 탓일까 싶다 히히!

발레 보러 극장으로 고고싱🙆

어느새 대망의 마지막 일정이 왔다. 바로 마린스키 극장에서 발레 '해적'을 보는 것이었다. 이 시간을 위해 평소 거들떠보지도 않던 구두를 온종일 신었던 나, 기대로 부푼 마음을 안고 마린스키 극장에 들어갔다. 참고로 발레는 여행 전 미리 티켓을 구입했다(650루블, 4층 2열). 공연은 규정상 촬영할 수 없었다. 

발레 '해적'은 첫 번째 공연(1시간) - 인터미션(20분) - 두 번째 공연(1시간)으로 진행되었다. 공연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볼거리가 많았다. 내용도 단순해서 발레를 이해하는 데 어렵지 않았다. "러시아 하면 발레"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닌 듯싶다😍 

별이 빛났던 마지막 밤

발레를 감상한 후 밖으로 나오니 비가 그쳐 밤하늘이 더욱 맑게 빛났다. 친구와 나는 조명으로 빛나는 금각교를 눈에 담으며 세 번째 밤을 보냈다. 

사실상 블라디보스토크 여행 일정을 모두 마친 우리! (다음 날은 오전에 체크아웃을 하고 오후 비행기로 한국에 돌아가는 일정이었다) 우리가 계획했던 대로 다 이루어서 정말 뿌듯했다. 우리 우정 10주년 여행은 3일 내내 안전하고 행복했다. 이번 여행은 컵라면으로 축배를 들며 더욱이 아름답게 마침표를 찍었다💟

DAY 4

May 18 2018
잊히지 않는 여행 에피소드

Episode 1. 흔히 블라디보스토크 땅을 밟으면 '공항' 사진으로 이곳에 여행 온 걸 인증한다. 하지만 우리는 그럴 새도 없이 호객하는 택시 기사님에게 붙잡혀 곧장 시내로 가게 되었다. 택시비가 합리적이어서 그나마 덜 억울했다.친구와 나는 마지막 날이 되어서야 블라디보스토크 공항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다. 블라디보스토크 공항은 왠지 깊고 푸른 블라디보스토크의 색을 잘 담아낸 건물인 것 같았다. 



Episode 2. 블라디보스토크를 여행하는 동안 유독 눈에 띈 건 호랑이였다. 근엄한 호랑이를 모델로 한 빌보드와 기념품으로 파는 호랑이 자석과 같이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호랑이와 관련된 게 자주 보였다. 한국에서 인터넷으로 '블라디보스토크 호랑이'를 검색하니 블라디보스토크와 호랑이가 서로 연관되어 있다는 걸 알았다. 블라디보스토크는 호랑이가 자주 출몰하는 곳이며, 이곳에서는 환경 보호를 목적으로 매년 '호랑이 축제'가 열린다고 한다. 블라디보스토크는 '호랑이의 도시'로 불릴 만큼 호랑이를 사랑하는 듯하다🐯



Episode 3. 해외여행 시 팁 문화는 당연한 거로 여겼지만, 이번에는 황당한 일을 경험했다. 팁 문화는 러시아에서도 자리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우리는 한 식당에서 아주 만족스러운 식사를 했고 팁을 포함해서 음식값을 계산하려고 했다. 그런데 테이블을 맡았던 종업원이 대놓고 팁을 요구해서 우리는 당황하기 그지없었다. 물론 그분의 서비스가 좋아서 팁을 드리는 게 마땅했지만, 팁 받는 걸 당연시했던 그분의 태도는 여행자인 우리에게 불쾌감을 주었다. 결국, 소정의 팁을 남기고 식당 문을 나왔으나 음식이 소화되지 않듯 마음은 다소 찝찝했다😣🤔



Episode 4. 이브로셰, 츄다데이, 클로버 하우스, 블라제르는 블라디보스토크에 가면 꼭 들러야 하는 상점들이다. 우리는 네 곳 중 단 한 군데인 츄다데이만 갔는데, 그 이유는 나머지 상점이 모두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아르바트 거리에 있는 이브로셰는 리모델링으로 문을 닫았고, 클로버 하우스과 블라제르는 시의 행정적인 이유로 한동안 영업을 하지 않는다고 게시판에 공고되었다. 친구와 나는 괜히 허탕만 친 채 "여행은 정보력"이라는 신념만 쌓았다. 마음에 쏙 드는 마트료시카가 수중에 있다는 걸 그나마 위안으로 삼았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우정 10주년 여행기, 진짜로 끄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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