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1

Aug 10 2018

쓰던 거 지워져서 다시 쓴다ㅠ
12시간 비행 끝 히드로 공항에 도착했으나 비오는 날씨로 입국이 지연되어 비행기 안에서 삼십분, 그리고 튜브 타고 가다가 (뭔진 모르겠지만)문제가 생겨서 또 한 이삼십분. 여섯시 거의 다 돼서야 유스턴 역에 도착했다. 애초에 19:07로 여유있게 예매한 것이 신의 한 수가 된 것. 만일의 상황을 대비하고 여유있게 움직이자는 교훈이다.

입국심사는 엄청 걱정했던 데 반해 매우 싱겁게 끝났다. 체류 기간과 목적, 직업, 방문 도시와 그곳에서 무얼 할 것인지 묻는 게 전부. 리턴 티켓이 꼭 필요하다는 말이 많았는데 내가 운이 좋았던 건지, 덜 빡빡해진 건지 잘 모르겠다. 리버풀과 런던 간다는 말에 리버풀에서 뭐 할거냐고 묻는 질문이 돌아왔고, soccer과 football을 헷갈려하며 버벅임과 함께 축구 보러 간다고 하니 옅은 웃음을 지으며 통과시켜 줬다. 꽤 오래 붙잡혀있던 사람들도 있던 걸 보면 운이 좋았던 것도 같다.

오이스터 카드를 우여곡절(지폐 넣기가 너무 힘들다..낮고 자꾸 뱉어내고..) 끝에 구입&탑업하여 드디어 런던의 튜브 탑승. 데이터가 잘 안된다더니 정말 지상에 있을 때 빼곤 서비스 아예 안 됨 이다. 때문인지 몰라도 나이 드신 분도, 젊은 사람도 신문을 보는 모습을 많이 봤다. 나름 나쁘지 않은 것도 같다. 잠시간의 눈에 주는 휴식이랄까. 폰하는 사람은 건너편 한국 여자 둘 뿐..나포함ㅎㅎ,, 이번 여행을 시작하는 시점에서 1년 간 쓴 안경의 도수가 낮아 눈이 불편하다는 점인데, 그래서 다니는 내내 눈 스트레칭 해줬던 내가 이런 광경을 봤으니 좋아보인다는 마음과 함께 반성하게 되는 것 같았다. 눈아..열일해줘ㅠㅠㅜㅜ

Edgware Road에서 멈춰서 서비스 그만한다고 갈아타라는 말을 하길래 갈아타서 꽤 기다렸다. 내려서 택시를 잡아야 하나 별 생각을 다 했는데 결국 출발. 그나저나 첫날의 그냥 느낌이지만, 참 사람들 친절하다. 그 기다리던 열차 안에서 짐 가지고 있던 아주머니에게 선뜻 자리를 내주고 짐도 주워 줬던 한 청년도 그렇고, 리버풀 넘어오는 길에 옆자리 앉았던 사람이 휴대폰 찾는 걸 보고 알려주기도 하고. 쓰고 보니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오는 길에 웸블리도 운 좋게 보고, 잤다.ㅎㅎㅎ 구경 많이 하고 싶었는데 너무 졸려서.. 웬만하면 자지 말자 했는데 잠들어 버렸다. 누가 뭘 가져가도 몰랐을 거야..^^

세인즈버리, 테스코, 프레타망제 오늘 다 가보고 시장조사를 했다. 샌드위치는 £1.1~3(마트기준)/£3~5(프레타망제) 정도 하고, 빵은 70페니 정도부터 했다. 하도 음식점 물가가 비싸서인지 엄청 싸게 느껴진다. 궁금해서 £1.1짜리 참치마요 샌드위치 먹었는데, 맛있다. 맛은 있는데 좀 적어서, 이걸로 하루 한 끼 때우려 했던 계획은 수정이 좀 필요해 보인다ㅎㅎㅎ.. 그래도 샌드위치 하나에 쿠키들(£1-2)이나 빵 몇개 먹는 건 좋을 것 같다. 이렇게 하면 유니폼 사도 덜 죄책감 들지 않을까..! 오늘 이미 £20이나 아꼈으니ㅎㅎ

리버풀은, 매우 작은 도시라는 느낌이 확 나면서도 아기자기하고 흥겨운 도시라는 느낌이다. 들어오는 길에 봤던 버스킹도 그렇고, 숙소 근처 클럽 거리에서 밤을 즐기던 사람들도 그렇고(클럽은 그냥 만국 공통인가..). 오히려 첫인상은 런던보다 좋은 느낌. 덜 딱딱하고 친근하달까? 내가 리버풀 축구팀을 좋아해서 그런지. 산책하면서 스토어도 구경하고 왔는데, 내가 리버풀 단독 스토어 앞에 있단 게 실감이 안나더라. 내일 안필드 가면 또 엄청난 감동과 실감을 하겠지(?).

미국에 갔다 온지 얼마 안됐고, 둘 다 영어권이라 그런지 막 새로운 느낌은 없다. 그냥 어디 갔다 런던 돌아온 유학생 느낌..? 심드렁하달까,,,ㅋㅋㅋ 과연 이 지금의 마음상태가 하루하루 지나면서 어떻게 바뀔지, 그것도 나만의 여행 포인트가 될 것 같다.

피곤하다. 내일 아침의 안필드를 위하여! 이제 얼른 자고 내일 아침 9시에 공식스토어 가볼 생각이다. 카페리뷰를 보니 거기에 17-18 유니폼이 있다고 해서!! 그게 이번 시즌 유니폼보다 더 맘에 들기도 하고 시즌오프라 더 쌀테니 만약 있다면 맘편하게 살 수 있을 것 같다. 있기만을 바라며, 동행분 만나기 전에 오픈하자마자 가봐야지. 있어라!!!!ㅋㅋㅋ

자기전에,
Nice to meet you, England :)


P.s. 가장 영국에 왔구나!하고 느꼈던 순간은, 웃기게도 옆자리 할아버지께서 보고 계시던 신문 맨 끝면에 무리뉴와 포체티노의 기사가 있던 것. 우리의 스포츠 면이 그러하듯, 그들의 스포츠 면도 그러했다. 다만, 그것이 프리미어 리그라니.. 그들의 여가생활이 심히 부러웠던 순간이었다ㅠ

미국에서도 느꼈지만, 보행자 횡단보도에서 버튼을 누르지 않으면 하루 종일 서있게 된다. 버튼을 눌러야 시간이 지난 후 초록불이 켜진다. 매우 효율적이고 경제적인 방식이다.

그리고, 리버풀은 갈매기&버스킹&피아노&비!

히스로 공항

영국GB

Euston Station

영국GB

Liverpool Lime Street

영국GB

Euro Hostel Liverpool

영국GB

DAY 2

Aug 11 2018

실화냐?.. 세 번째 쓰고 있다. 다른 걸 할 때마다 저장하고 나가야 하는거니..?

할 말이 참 많은 날인데, 하루 종일 돌아다닌 피로에 숙소 돌아오자 마자 잠들어 버렸다. 그래서 차르다시 알람과 함께 당황하며 깬 오늘, (세 번째) 쓰고 있다.

일어난 뒤 인터넷 하다가 여행까지 와서 이게 뭐냐 싶어서 얼른 준비하고 도시의 아침을 느끼러 나갔다. 꽤 쌀쌀한 아침공기(10도였다.)와 함께 햇빛을 정면으로 받으며 거리를 거닐었다. 한국의 두 배는 되어 보이는 하리보를 £1에 팔던 Poundland, 가슴을 뛰게 했던 리버풀 머플러 가판대와 정체 모를 건축물까지. 과거의 무엇을 기념하며 만든 것 같은데, 오후에 앞을 지나 보니 사람이 정말 많았다. 이방인의 눈에는 나무 판 이어 붙여 놓은 알 수 없는 존재이지만, 현지인에겐 익숙한 무언가일지 모르겠다.

사실 아침 거리를 거닐자는 생각을 한 것은, 애초에 9시에 오픈하는 리버풀 스토어에 가기 위함이었다. 허나 오픈 시간에 맞춰 바로 가면 좀 민망할까봐, Tesco에 들러 구경 차 우리<->하나은행 용도를 바꿔 두고 그곳으로 향했다. 정말! 팬에게는 천국이 이런 곳이지 않을까 싶었다. 유니폼은 말할 것도 없고, 컵이며 열쇠고리며 다양한 옷들까지. 내내 구경해도 부족할 만큼 정말 ‘눈 돌아갔다.’ 실컷 구경한 뒤 안필드 투어 동행하기로 한 분이 늦게 오시는 바람에 리버풀 원에 있는 스토어까지 구경했다. 유니폼 가격대 시장조사차 방문한 것도 있었는데, 다 똑같았다. 기본 £55에 마킹 추가하면 최대 £80. 유니폼 장사 꽤 쏠쏠할 거다, 특히 이런 ‘빅클럽(!!)’은.

10시 반이 넘어서야 버스를 타고 안필드로 출발할 수 있었다. 알아봤어야 했어.. 시작부터 꼬였던 동행인데 내내 별로 좋지 않았으니. 딱 맞게 도착하여 입장권과 오디오를 받은 뒤, 투어를 시작했다. 메인스탠드 꼭대기층부터 시작해서 인터뷰실과 기자회견실, This is Anfield를 지나 경기장 1층까지. 구단의 주요 사업이긴 하지만, 꽤나 이익이 되는 주요 사업일 것 같았다. 팬에겐 잊지 못할 시간이 되고, 구단은 돈이 되고. 이게 바로 상부상조일까.ㅎㅎ 투어 뒤 뮤지엄도 갔다 왔는데, 정말 구단의 역사를 잘 정리해 소개하고 있었다. 이스탄불의 제라드 유니폼과 5개의 빅이어(손에 꼽히는 클럽!)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내내 동행분과 사진 찍어주며 다녔는데, 나중에 보니 정말 못찍었더라. 초점도 안맞고, 밝기 조정도 못하고 정말 최악. 게다가 슈퍼스토어에서는 자기 지인이랑 통화하며 나는 안중에도 없이 한참 쇼핑. 보다 못해 먼저 가겠다고 했더니, 그제서야 옷 갈아입고 같이 가잔다. 동행 별로야 정말.

유니폼 산 이야기를 안할 수 없지. 고민 끝에 No.9 피르미누 홈 유니폼을 샀다. 입어봤는데, 이건 미쳤다. 안 샀으면 두고두고 후회했을 듯하다. 이쁜 것도 그렇지만, 구단의 역사에 내가 한 줄 추가한 듯한 느낌이 들었다.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 그이의 역사를 사랑하는 것이라는 말이 있지만, 축구팀을 응원하는 것도 비슷한 느낌이지 싶다. 그렇게 샹클리 동상과 사진찍고 정류장 앞에서 Allez! Allez! Allez! 머플러 사고, 이렇게 기대했던 안필드 탐방이 마무리되었다.

경기장에 다녀온 뒤 기대했던 Fish & Chips를 먹고!!(맛있었다. 콩인지 신기한 소스와 함께 나왔다. 하지만 배고파서 급하게 먹었더니 결국 밤까지 이어진 소화불량의 원인이 됐다는..) 해양박물관과 리버풀 뮤지엄에 들렀다. 둘 다 5시 폐관이라 1시간 남짓 되는 시간에 돌아야 하는 상황(결과적으론 시간이 남았지만). 해양박물관에서는 타이타닉에 관한 이야기와 노예에 관한 전시가 인상적이었다. 타이타닉이 리버풀에서 만든 배라는 사실과 희생자 중 리버풀 주민이 상당했다는 사실. 실제 사건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는데 이게?하며 놀랍게 다가왔다. 노예 박물관은 뜬금없네 생각하며 돌고 나왔는데, 나중에 찾아보니 리버풀이 18세기 노예무역의 중심지 역할을 했다고 한다. 도시의 어두운 과거를 덮는 것에만 몰두하지 않고 따로 전시까지 하며 기억하는 모습, 정말 멋있다(일본 보고있나?!). 그리고 리버풀 박물관에서는, 존과 요코! 처음엔 아 그냥 리버풀이라 비틀즈도 전시하나보다 싶었는데, 1년 동안만 하는 특별 전시였다. 존 레논의 Imagine을 좋아하지만 비틀즈엔 관심이 없었던 나였는데, 그 전시를 보며 존이라는 사람을 많이 이해하게 되었다. 요코라는 연인이 그에게 미쳤던 영향과 두 사람의 평화를 위한 노력. 리버풀 사람들이 그와 비틀즈를 자랑스러워하고 또 기억하려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어떤 매력을 가지고 있는 건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참, 이건 계속 느낀건데, 리버풀이란 도시가 정말 새롭게 다가왔다. 딱히 어떤 생각을 가질 수 있는 계기도 없었지만, 별 것 없는 작은 소도시라는 느낌이 180도 뒤집어졌다. 물론 대도시에 비하면 별 게 없긴 하지만, 주말에 가족끼리 나와서 산책하며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 정말 보기 좋았다. 나다니는 사람이 적었던 8시경의 모습과는 정말 다르게도 안필드에 다녀온 뒤 마주했던 시내의 모습은 많은 사람들로 정말 활기찼다. 도시가 작아서 lime street 역에서 알버트 독까지도 걸어서 갈 수 있고, 주요 시설이나 관광지가 모여 있어 오밀조밀한 느낌까지 든다. 다니다 보면 그냥 마냥 좋아지는, 그런 도시로 다가와 이미지가 정말 많이 바뀌었다. 다른 곳에 가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넘버원으로 기억될 정도로!(이건 아닌가?ㅎㅎ)

앞의 것들을 다 제치고 단연 어제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것. Cavern Club. 동행분께 감사하단 생각이 들었던 유일한 순간인데, 그게 매우 컸다(앞의 것들 다 용서할 수 있을 정도로ㅎㅎ). 애초에는 일요일에 가려고 했던 캐번클럽이지만, 그분의 의견으로 어제 가게 되었다. 8시 이전 £2.5의 혜택으로(이후는 £5였다.) 몇 번을 돌아 내려간 뒤 비틀즈가 탄생한 전설적인 그곳, 캐번 클럽에 도착! 첫인상은 정말 덥고 사람이 많았다. 상상했던 느낌과 일단 열기부터가 달라서 당황. 그래도 바로 맥주 파는 곳으로 다가가 영국은 흑맥주지! 하고

Liverpool ONE

영국GB

안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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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yal Albert Dock Liverpo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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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cklands Fish and Chip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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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rseyside Maritime Muse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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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eum of Liverpo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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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번 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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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3

Aug 12 2018

안필드!

당일 아침은 물론이고 라운지에서 식사할 때까지도 실감이 나지 않았던, 꿈에 그리던 직관.

전날 캐번 클럽에서 숙소로 돌아온 후 다시 나가야지 하다 일찍 잠드는 바람에 아침 8시에 깼다(응?). 시간을 어떻게 사용할까 하다, 뭐든 하자 싶어 준비하고 길을 나섰다. 잠시 알버트 독 쪽으로 갈까 싶었지만 이내 마음을 바꿔 도보로 안필드까지 걷기로 결정.

첫 번째 행선지는 즉흥적이고 뜬금없는 이번 도보여행의 컨셉에 걸맞게 가는 길에 있던 한 공원이었다. 이름은 St. John’s 가든. 시내 한가운데 조성되어 있는 공원을 리버풀에서는 찾기 힘들기도 했고, 전날 버스타고 안필드 가는 길에 사람이 많았던 모습을 봤기에 궁금하여 발길을 돌렸다. 수많은 알지 못할 동상들 사이에서 눈길을 끌었던 것은, 한국전쟁 참전 영국인들을 추모하는 공간. 일장기인줄 알고 다가갔다 태극기임을 확인하고 반가워했지만, 동시에 참 여러 생각이 들었다. 생활 속에서 그들의 과거를 추모하려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고, 이것이 그들의 역사에서도 작지 않은 사건이었음을 느끼게 하였다. 미국 링컨기념관 앞 한국전쟁 참전용사 추모기념관과 정말 유사한 느낌을 주는 곳.

공원을 조금 벗어난 길에서 커다란 기념물을 마주쳤다. 그 이름 웰링턴! 워털루 전투에서 큰 공을 세웠던 그가, 런던에서뿐만 아니라 이곳 리버풀에서까지 기억되고 있었다. 유일한 지식의 출처인 ebs 세계테마기행이 새삼 고마워지는 순간이었다.

시내를 벗어나 본격적으로 걸어가면서 보았던 것은, 어찌 보면 진짜 사람 사는 리버풀이라는 동네의 풍경. 리버풀의 유니폼을 입고 그 거리를 걸어가니 괜히 주민들이 쳐다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지난 미국 연수의 중간 지점이었던 워싱턴에서 원희 선배 차를 처음 타고 숙소로 가던 길, 그때 보았던 워싱턴 외곽 버지니아의 모습과 유사하였다. 다른 점이 있다면, 훨씬 쌀쌀하고 흐렸으며 집도 적었다. 그때 그곳의 더운 날씨가 창밖을 보는 입장으로 하여금 푸근하고 따뜻한 인상을 만들었던 것과는 상당히 대비되었다. 리버풀 원과 알버트 독, 그리고 호스텔을 걸으며 리버풀의 지리는 이제 손바닥 안이다! 생각했던 내 자신이 다소 웃기게 느껴졌던 순간.ㅋㅋ 가면서 응원가 연습했는데, 가서는 크게 부르지 못하였다. 못내 아쉽네.

안필드 로드와 그 뒤로 보이는 안필드의 모습을 옆에 두고 눈물을 머금으며 앞으로 향했던 것은, 리버풀의 숙명의 라이벌 에버튼의 구디슨 파크가 근처였기 때문! 정말 상당히 가까웠다. 어제 투어 도중 전망대에서 보이기도 했지만, 정말 가까웠다. 리버풀 져지를 입고 있어 걱정과 함께 가까이 갔지만 경기가 없어서인지 직원들도 딱히 신경쓰지 않는 느낌이었다. 리버풀이 존재하기 전 안필드를 독점했었다는 에버튼, 지금은 잠시 떨어진 곳에서 훨씬 초라해 보이는 경기장과 함께 형식상 라이벌로 점점 전락해가는 중이다. 그런데 이렇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주요 더비 중 하나인 머지사이드 더비의 두 주인공을 직접 보니, 그 경쟁심과 열기가 왜 그렇게 심한지 알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같은 지역 연고의 축구팀이라는 것은, 아마 우리에게 잠실의 두산과 LG와 같은 느낌이겠지. 내 고향이 아니라 느낌은 잘 안온다.

발길을 돌려 드디어 안필드로!! 티켓을 받으려 메인에 갔다 호스피탈리티에 갔다 다시 메인으로 가는 번거로움을 거친 후 달글리시 동상을 지나 라운지가 있는 곳으로 갔다. 어제 밤에 산 물을 반 나눠 담아 왔는데 입장할 때 다 버렸다는.. 아까운 물ㅜㅜㅠㅠ 들어가서 오른편에 8 Lounge가 위치해 있었고, 런던 사는 콥 누나(나이 좀 있으신?)와 아프리카 옆 섬에서 오신 그 동생분이 앉아 계셨다. 지난 4월에 서울에 가셨었다고! 갈비가 맛있었단다. 반가운 마음에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나중에 경기장에서 런던 사는데 왜 리버풀 좋아하냐 물었고, 자기가 어린 시절이었던 80년대엔 영국 전체에서 리버풀과 맨유만이 인기있었다고 한다. 그럼 프리미어 리그가 출범한 이후에 런던의 다른 팀들도 인기가 생긴 것인지. 현지인이 알려준 PL의 역사! 반갑고 신기했다.

수박&토마토 수프로 시작한 식사는 부페식이었고 고기 스튜와(갈비 살만 있는 느낌?) 하몽, 정체모를 고기들과 청포도 샐러드 등이 있었다. 처음에 갖다 먹었다가 하나가 텁텁한 느낌이 있어 겨우 다 먹고, 맛있는 것만 가져다 먹었다. 디저트도 맛있어서 두번이나 먹었는데, 여행 중 이런 호화로운 식사를 또 할 수 있을까 싶다. 호스피탈리티 프로그램이 현지인들로 하여금 이렇게 새로운 콥들을 만날 수 있는 좋은 창구 역할을 하는 것 같았다. 처음 만난 사이지만, 리버풀을 좋아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친구가 될 수 있게 만드니! 축구란 참 재밌는 것이다.

밥먹고 거기 있던 한국인과 같이 경기장 올라가려는...데!! 이게 누구야!!! 로브렌과 선수들!!! 키 정말 컸다. 감탄사를 연발하며 다시 돌아가 사진까지 찍고 왔다. 슬슬 실감이 났던 순간. 발길을 다시 돌려 자리를 찾았고, 킥오프 한시간 전의 안필드는 그렇게 사람이 많지는 않았다. 훈련하는 선수들의 모습을 눈에 잘 담고, 리버풀 선수들이 나올 때의 함성도 귀에 담고. 경기는 정말, 생각했던 것보다 빠르고 수준높았다. 그리고 정말 가까웠고. 수비하는 반다이크와 코너킥 처리하는 살라와 밀너, 스로인하는 로버트슨이라니!! 정말 바로 눈 앞에 있는 기분이었다. 피파 스쿼드만 장식하고 있는 선수들이 이렇게 눈앞에 있다니..시간이 가지 않기만을 바랐던 90분이었고, 골 넣을 때의 함성과 경기장을 정말 가득 메우는 응원가에 여러 번 소름이 돋았던 시간이었다. 가장 좋았던 것은 참 웃기게도, 교체되어 들어온 스터리지의 골!! 교체와 거의 동시에 골을 넣고 우리 스탠드 쪽에서 ㄱㄴㄱㄴ세레머니를 했다. 한 번 이쪽으로 왔음 했는데, 그게 그 세레머니라니!! 너무 기분 좋은 골이었고, 반가운 세레머니였다. 안필드 정말..사랑할 수밖에 없는 곳이자 클럽이다. 마네 골도 눈앞에서 보고.. 최고야ㅠ

맞아, 기억남는 또 하나의 에피소드가 있다. 80여분이 지났을 때 쯤, 1층에 앉아 있던 어린아이가 살라를 향해 돌진했던 것. 가벼운 포옹으로 경기장에 있던 이들을 웃음짓게 하였고, 그를 데리고 경기장을 나가는 직원들에게는 야유가 쏟아졌다. 경기 보면서 맘만 먹으면 경기장 난입은 쉽게 하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진짜 말로만 듣던 관중 난입을 보게 되었다. 고마운 꼬마ㅎㅎ

하프타임에 차 마시러 내려가고, 경기종료 후에는 선수들끼리 포옹하는 모습을 본 뒤 내려가서 샌드위치와 고기가 들어간 파이를 먹었다. 사람들이 뭘 마시는게 부럽기도 하고, 목이 너무 말라 고민하다 맥주 한 잔을 시켰다. 칼스버그 라거! 그렇게 깔끔하고 맛있을 수가 없었다. 캔맥주와는 차원이 다른 느낌. 돈이 하나도 아깝지 않던 맛이었다. 세상에 안필드에서 칼스버그를 마시다니.. 정말 좋은 추억으로 기억될 것 같다 :)

라운지에서 나와 바로 가기 아쉬운 마음에 경기장 주위를 어슬렁거렸다. You’ll never walk alone 문구가 써있는 게이트를 찾아다니다가 그 주변에 사람들이 모여있는 것을 발견하였고, 이쪽으로 선수들이 나오는구나! 싶어 펜과 매치데이 북을 들고 기다렸다. 오리기, 파비뉴, 로브렌 등 몇몇 선수들이 그 쪽으로 나왔고 유명한 선수들, 반다이크나 살라, 로버트슨 등은 차 타고 지나가 버렸다. 다른 곳에나 가보자 싶어 좀 걷다 보니 사람들이 더 모여있네? 이게 뭐야! 마네를 코앞에서 보고, 피르미누가 차타고 가는 모습을 보았다. 최고의 자리였다. 마누라를 다 보다니 :)

돌아오는 길은 구글맵이 알려준, 다소 인적이 드문 길이었다. 점점 흐려지는 하늘과 함께 안필드를 마지막으로 담고 가는 길. 경기장에서 조금만 벗어났는데 또 한적한 사람 사는 동네가 나왔다. 손꼽히는 축구팀의 동네라고는 참 믿기지 않았던 신기한 순간. 그리고 우연히 만난 공원에서 리버풀의 전경을 마주했다. 역시 보이는 바다 위 풍력발전기. 비가 갑자기 쏟아지기 시작하여, 현지인 스웩처럼 그냥 맞을까 하다 우산을 꺼내들었다. 어느 순간부터 계속 쳐다보는 느낌이 들어 확인했더니 동네 이름이 에버튼. 에버튼 깃발을 집에 붙여 놓은 집이 있어 인상적이었는데, 루니 유니폼을 입은 한 여자아이가 날 이상하게 계속 쳐다보면서 그 집으로 들어가는 걸 보고 참 재밌었다. 그 라이벌 팀 서포터의 동네 한가운데를 이방인이 리버풀 져지를 입고 누비는 꼴이라니.

숙소에 돌아온 뒤 피곤해서 누워 있다가, 좀이따 나가서 마지막 밤을 즐겨야지 하는 생각과 함께 잠들어 버렸다. 체력이 안좋은 건지, 아님 하루 2만 보면 피곤할 만 한건지(다음날은 3.5만보 걸었다,,). 저녁 분위기가 좋은데, 자꾸 못 만나고 있다. 여튼, 생애 첫 유럽축구 직관기 이렇게 끝!



왜 남미선수들이 리버풀과 맨체스터를 싫어하는 지 알게 해준 다음날 아침의 날씨, 물건 올리기 쉽게 만든 알버트 독. 순식간에 비가 몰려온 그 모습..

Euro Hostel Liverpool

영국GB

구디슨 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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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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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pert lane recreation garden

영국GB

Euro Hostel Liverpo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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