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27

Sep 15 2018
"난 모든 것이 답답해졌을 때,

여행을 떠나곤 했다."

2018년 2월 24일, 나는 모든 것에 지쳐있었다. 쉴 틈이 없었던 학교와 인간관계도 마찬가지였지만, 이 시기 '미투 운동'이 사회 전반적인 운동으로 대두되었다. 나는 의심되기 시작하였다. 대학로를 지나다 보면 보이는 몇몇 글귀들 중에는 '연극은 시대를 대표하는 정신이다'라는 문구가 있는데, 과연 우리는 시대를 대표할 수 있는 정신일 수 있을 만큼 깨어있고 또 앞서 나가고 있는지에 대한 의심이었다. 미투 운동은 법조계에서 시작했지만 미디어의 중심을 차지한 것은 우리의 연극계와 우리의 영화계였기 때문이다. 밖으로 나가지 않고 연습실 안에 틀어박혀서 오래된 희곡을 분석하고 연기하는 것만으로는 시대를 대표하는 정신이 되기에 부족했다고 판단했다. 나는 좀 더 넓은 세상을 강구하고 있었다.

그리고 즉흥적으로 일년의 휴학을 결정한지 6개월의 시간이 지났다. 나는 무엇을 위해 쉬어가는 기간을 내게 만들어 주었던 것일까. 난 모든 것이 답답해졌을 때 여행을 떠나곤 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나의 영화 <십대사정>에 부담감을 느끼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한 손에 이병률의 '끌림'이라는 책을 들고 문예창작과 친구 3명과 함께 기차를 타고 정동진으로 떠났었다. 대학교 1학년 때는 하고 있던 연극이 체력이 부쳐 아무런 계획도 세우지 않은 채 노트북 하나만 들고 오사카와 교토로 떠나서 쉬다 오곤 했다.

이제는 4년이라는 연속된 학업에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주고자, 그리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여유를 만들어 줄 수 있는 시간을 나에게 주기로 했다. 지난 6개월 동안 갇혀있던 세상에서 벗어나 아르바이트와 잠깐의 여행으로 또다른 세상을 경험한 후, 이제 한 달 간의 유럽 여행을 통해서 내가 정말로 무엇을 좋아하고, 또 내가 무엇을 하고 싶어 하는지, 그리고 내가 항상 꿈꿔오던 영화 속의 빈으로 가는 기차 안에서 남녀간의 낭만과 작년 나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준 단어인 '젊음스럽게'란 말이 준 '지금 내 나이에 경험할 수 있는 것'을 최대한 느끼려 한다. 그리고 오늘, 그 낭만을 공유할 3명을 만났다. 서로 다른 삶의, 서로 다른 목적의, 서로 다른 취향의 우리 네 명이 유럽에서 한 달 동안 만들어낼 이야기의 결말은 어떻게 될까.

젊음스럽게, 낭만적이게
우리의 여행은 시작되었다.

DAY 1

Oct 12 2018

인천국제공항

대한민국KR

히스로 공항

영국GB
"우린 분명 비행기를 12시간 탔는데,
왜 아직도 낮인거야?"

12시간의 비행 후에 런던 히드로 공항에 도착했다. 내가 가장 오랜시간 비행기를 탄 것은 하와이를 갔을 때 걸린 8시간이었지만, 이번이 더욱 힘들게 느껴졌던 것은 오랜 시간 비행하고 도착해도 시차 때문에 낮이라는 사실 때문이었다. 하지만 몸을 미리 피곤하게 만들어 놓아서 선잠으로 8시간 정도를 잔 것 같아 그렇게 지루하지는 않았다. 물론 깨어있을 때 보았던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도 시간을 보내는 데에 큰 도움이 되었다. 애초에 계획했던 책은 읽지 못했다. 비행기 좌석이 좁았기 때문이었다.

얼 코트

영국GB

Piccadilly Circus

영국GB

런던에서 첫 자유일정은 아름다운 시간이 되지는 못했다. 허기가 짐에도 레스터 스퀘어의 웬만한 식당들은 사람이 너무 많았으며, 우여곡절 끝에 들어간 식당에서 한국과 다른 주문과 결제 문화 때문에 애를 먹었기 때문이다. 주문을 할 때 웨이터를 부르는 게 아니라 눈짓으로 오게 한다던지, 추가비용이 발생하는 것을 모르고 있다던지, 그리고 결제할 때 계산서를 부탁하고 자리에서 결제하는 데에 많은 시간이 걸려 사람을 지치게 만드는 등 모든 것이 낯선 우리들에게 모든 것들은 우리를 지치게 만들었다. 물론 나중에는 완벽하게 적응했지만.

그러나, 기분을 좋게 만들어 주었던 것은 유명한 관광지에 가서 관광을 한 게 아니라 정말 사소한 것들이었다. 내가 영국에서 처음 한 영어는 길에서 흡연하고 계신 여성분에게 "라이터를 빌릴 수 있을까요?"를 물어본 것이나, 우리가 방송이나 영화로만 보았던 런던의 거리를 걸어본다는 것이나, 그리고 영국의 사람들은 어떻게 말하고, 입고, 행동하는 지를 관찰할 수 있다는 데에 있었다.

우여곡절이 많고 오랜 비행으로 지쳐있어 힘들었던 첫 날이지만, 낯설음이 주는 설렘으로 인해 내일을 기대하게 만드는 도시임에는 분명하다. 좋은 잠을 청하기 위해 호텔 근처 마트에서 치즈와 맥주를 사서 숙소에서 마신 뒤 이 글을 쓴 뒤 잠자리에 든다. 물론 치즈는 입에 안 맞아서 세 번 정도 퍼먹고 버렸다.

DAY 2

Oct 13 2018

그린 공원

영국GB

버킹엄 궁전

영국GB

내셔널 갤러리

영국GB

코번트 가든

영국GB

웨스트민스터

영국GB

우스갯 소리로 '런던이 런던했다.'고 말하곤 한다. 이 말의 뜻은 '런던의 음식은 역시 맛이 없다'는 것이다. 버킹엄 궁전 옆의 그린 파크에서 돗자리를 편 후 샌드위치로 점심을 해결했는데, '런던 했다'. 그러나 공원에서 여유로움을 즐기며 점심을 먹는 경험은 한국에선 쉽사리 할 수 없는 것이기에 사실 런던 하면 기억해낼 가장 좋은 기억이 되지 않을 까 한다.

내셔널 갤러리에서는 내가 예술을 공부한 이후로 책에서만 보았던 많은 작가와 그림들의 실물을 미술관에서 볼 수 있었다. 아직도 지금도 실감이 잘 나지 않는다. 또한 이 미술관이 인상깊었던 것은, 시대별로 그림들이 구분되어 있어 회화의 변화를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다는 점이다. 대학교 때 과제로 골라갔던 아르놀피니 부부의 초상이나, 보티첼리, 라파엘로, 레오나르도 다 빈치, 루벤스, 세잔, 그리고 반 고흐의 그림을 직접 본다는 것은 감격스러운, 정말 감격스러운 일이다.

저녁으로 먹은 버거 앤 랍스터는 물리긴 했지만 런던에서 먹은 처음의 맛있는 음식이었으며, 빅벤과 웨스트민스터, 그리고 런던 아이는 공사로 인해 보는 재미가 떨어지긴 했지만 런던에 왔다고 느끼게 해주는 곳이었다. 하루를 마무리하려 호텔 1층에 있는 펍에 앉아 맥주를 마시며 이야기를 할 때는 사람들끼리 친해졌다고 느끼게 해주었다. 내가 이 사람들과 하고 싶었던 여행이 이런 거였구나하고 내심 생각하게 된다. 그렇지만 술을 좋아하는 건 나뿐이라 나만 마셨다.

DAY 3

Oct 14 2018

영국 도서관

영국GB

브릭 레인 마켓

영국GB

글로브 극장

영국GB

테이트 모던

영국GB
"일상과 예술이 결합되는 것,
그것이 현대 예술의 기본이다."

비가 내렸다. 나중에는 비맞는 것에 익숙해져 우산도 쓰지 않고 걸어다녔다. 감기가 오는 것 같다. 아침 겸 점심으로 간단하게 숙소 근처 역 주변의 맥도날드에서 햄버거를 먹고 킹스 크로스역으로 출발했다. 그리고 햄버거는 역시 치즈버거이다. 유럽을 돌아다니면서 맥도날드를 가게 되면 난 항상 치즈버거를 먹었는데, 이 이야기는 나중에 하도록 하겠다.

영국 도서관은 시샘이 날 정도로 멋진 도서관이었다. 단순한 책의 열람과 서점의 역할을 넘어, 하나의 문화 랜드마크와 박물관의 역할을 동시에 하고 있다는 점이 특히 대단했다. 옛 서적과 문서, 그리고 소설과 악보들을 전시해 놓았는데 그것의 보존상태에 깜짝 놀랐고 또 '모차르트와 콘스탄체의 결혼 문서' 같은 것도 있기에 수집력에도 깜짝 놀랐다. 영국 도서관 내 작은 서점에서 책을 한 권 구입했는데, 아서 밀러의 <세일즈맨의 죽음>이었다. 다른 책들은 읽기에 너무 힘이 들기에 가장 만만한 희곡을 골랐다. 영국의 서점과 서적을 보고 느낀 것은, 우선 주로 비치되어 있는 것은 소설과 시, 과학 서적, 페미니즘, 그리고 책에 관한 책이었다. 종이의 재질은 한국 책보다 부드러웠으나 텍스트의 선명도 자체는 한국의 도서가 질이 더 좋았다.

책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영국 지하철은 네트워크가 연결되지 않는다. 그래서 사람들은 지하철에서 핸드폰을 보지 않는다. 대부분 역 앞에 비치된 신문을 가져다 읽거나 책을 읽는다. 물론 하이퍼 리얼리즘의 시대에서, 신문과 책은 핸드폰으로 읽을 수 있기에 영국의 문화가 바람직하고 한국의 문화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평가하는 것은 무리이지만, 취향의 측면에서 바라볼 때 나는 이러한 영국의 문화가 좋다고 생각한다. 지금 한국 지하철에서 책을 읽는 사람과 신문을 읽는 사람을 찾긴 힘들지 않은가. 물론 지하철에 데이터가 터지지 않았던 때에는 우리도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신문과 책을 읽는 사람을 자주 볼 수 있었다. 영국 지하철 내에서 데이터가 터진다면 그런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사라질 지 모른다. 하지만 난 가끔은 네트워크에 연결되지 않은 아날로그한 공간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도서관에서 나와 리버풀 스트리트로 갔다. 내가 좋아하는 축구 클럽이 있는 '리버풀' 지역과는 다른 그냥 런던 내의 지역이다. 어제 메신저로 용원이가 영국에 가면 브릭 레인 마켓에서 지드래곤의 '삐딱하게' MV를 약물오남용TV 버전으로 찍어달라 했었는데, 마침 주말이기도 하고 빈티지한 느낌의 마켓이라 하여 가보았다. 그러나 빈티지함, 그 뿐이었다. 게다가 비가 계속 왔기에 거리의 마켓을 즐기기엔 무리가 있었다. 우산과 가방을 간수하기에도 벅찼기 때문이다. 그저 거리에서 사진을 몇번 찍고 발걸음을 돌렸다.

밀레니엄 다리를 건너 글로브 극장으로 향했다. 셰익스피어의 극장인 그 글로브 극장, 고등학교 3학년 때 세계연극사 수업에서 배웠던 글로브 극장 말이다. 뭔가 연극영화과 학생으로서 주체하지 못할 두근거림이 있었다. 일요일이라 내부를 구경하지는 못하였지만, 사실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는 알고 있었기에 큰 상관은 없었다. 단지 내가 글로브 극장에 왔다는 것이 중요했다. 왠지 모르게 함효진 선생님이 생각나서 <베니스의 상인> DVD를 기념품 샵에서 구매해 선물로 드리기로 마음 먹었다. 그리고 'Will These Hands Never Be Clean'이라고 쓰인 맥베스 티셔츠가 있었다. 아마도 레이디 맥베스의 대사였을 것이다. 그 티셔츠도 기념으로 사서 유럽 여행 내내 잘 입고 다녔다.

테이트 모던은 오늘 다닌 곳 중에서 가장 울림을 준 곳이었다. 물론 내일 내부를 제대로 보겠지만, 전시가 아닌 공간 자체로도 현대의 예술은 어떠한 방향으로 가고있는가에 대한 질문에 해답을 주는 곳이었다. 1층 기념품 샵에 가면 책들이 비치되어 있는데 그것은 대부분 '그림을 어떻게 그릴 것인가'에 관한 책이다. 사실 대부분 유럽의 미술관 기념품 샵은 이렇게 구성되어 있다. 작가에 관한 책이나 도록들, 그리고 그림을 어떻게 그리는 지에 대한 책들이 대부분이다. 기념품샵 맞은 편에서는 아이들이 몸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있는데, 이 공간과 어우러져 그것도 하나의 예술적 행위가 되었다.

우리는 예술을 '누리기' 위해 돈을 내고 미술관에 가 그림을 본다. '향유한다'는 표현은 어울리지 않아 쓰지 않겠다. 우리는 누린다. 더 나은 삶을 위해? 한국의 미술관은 내부의 사진을 찍는 것도 대부분 금지되어있다. 허용된 미술관은 대부분 애초에 사진과 함께 찍을 것을 목표로 한 전시가 열릴 때이다. 우리는 전시를 보기보다는 사진을 찍기 위해 미술관을 간다. 그리고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에 업로드 하는 것이다. '저는 미술관을 다니는 교양있는 사람이에요.' 무엇이 이러한 차이를 만들었을까? 우리가 예술에 대해 관심이 없어서? 아니다. 오히려 반대의 경우이다. 무료로 개방된 내셔널 갤러리나 테이트 모던의 그 어떤 곳도 사진촬영을 금지하는 곳이 없다. 그냥 사람들은 이 아름다운 공간에 자연스럽게 들어와 아무런 제약없이 예술을 즐기고 나가는 것이다. 예술에 대한 접근성이 좋기에 예술을 자연스럽게 즐기는 것이다. 우리는 아직도 예술을 일상과 별개로 생각하는 '교양의 영역'으로 보게 하는 것은 이러한 공간이 없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내가 이 공간에서 느낀 것은, 현대 예술의 첫번째는 예술이라는 그 껍데기가 갖고있는 숭고함을 해체하는 일이라는 것이다. 예술은 우리 삶의 일부로 만드는 것이지 과시하고 소비하는 것이 아니다. 테이트 모던이라는 공간을 체력 때문에 완전히 다 보지는 못했지만, 이 공간만으로 영국이란 국가에 대한 질투심과 경외심이 들었다.

DAY 4

Oct 15 2018

영국 박물관

영국GB

세인트 폴 대성당

영국GB

테이트 모던

영국GB

Queen's Theatre

영국GB

타워 브리지

영국GB
"Do you hear the people sing?"



감동적인 날이었다.

대영 박물관은, 런던에서 갔던 곳 중에 가장 거부감이 느껴지는 곳이었다. 애초에 내 성격이 박물관을 좋아하지도 않긴 하지만, 대영 박물관이라는 공간에 이질감이 느껴졌던 부분은 '영국 박물관' 같지 않다는 점이다. 이곳에는 이집트관과 고대 그리스, 로마관, 그리고 아프리카관 등 여러 국가의 정말 유명한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다. 그러나 이 유물들이 런던 한복판에 크게 지어진 이 박물관과 무슨 연관이 있단 말인가. 그저 영국의 위상을 과시하려는데 지나지 않아 보인다. 영국과 관련된 것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이 박물관은 그저 제국주의의 하나의 산물로서, 이곳에 비치된 유물들은 슬퍼 보이기 까지 했다.

세인트 폴 대성당은 웅장함으로 감동을 준 곳이다. 이 건물의 건축 양식이나 내부, 그리고 성경까지 오디오 가이드로 함께 공부를 하게 해준 이 곳은 지하 성당에 묻혀 있는 웰링턴 공작, 넬슨 제독 등과 더불어 그저 건축 그 자체만으로 아름다운 곳이었다. 나는 종교가 없지만, 어릴 적 문화상품권을 얻기 위해 갔던 한국의 교회가 이런 건물들이었다면 난 자연스럽게 기독교를 믿게 되지 않았을까. 종교가 없기에 '신성함'이라는 단어의 뜻을 파악하기 어렵다면, 유럽에서 성당을 가보면 된다. '신성하다'.

어제는 테이트 모던에서 공간만 보았다면, 오늘은 테이트 모던의 전시까지 보았는데 런던에서 가장 감동적인 공간을 고르라고 하면 주저없이 테이트 모던을 꼽을 것이다. 우선 오래된 기차역을 개조하여 미술관으로 탈바꿈한 것 부터, 안에 현대 미술 전시, 그리고 기념품 샵과 소소한 공간들을 예술적으로 활용하는 이 공간은 하나의 콘텍스트에 정확하게 맞아 떨어지는 공간이었다. 또한 고등학교 때 미학 수업을 들으면서 중요하게 다뤄졌던 뒤샹의 <샘>이나, 포스트 모더니즘을 공부하며 보았던 몬드리안의 그림이나 피카소의 그림을 실제로 본 것은 감동적인 일이었다.


테이트 모던을 나와 피카딜리 서커스로 가서 티켓을 수령하고, <레미제라블> 뮤지컬을 보았다. 사실 나는 레미제라블이라는 뮤지컬로 인하여 뮤지컬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이에 대한 관심으로 예술고등학교를 가게 되었다. 고등학교 입학 면접을 볼 때도 이 뮤지컬을 얘기해서 붙었다. 25주년 기념 공연 영상은 수십번을 돌려 보았으며, 모든 가사를 외울 정도였다. 그래서 원조인 웨스트엔드에서 이 뮤지컬을 실제로 본다는 사실에 객석에 앉는 순간 공연이 시작되지도 않았음에도 벅차오르기 시작했다. 극장 자체는 큰 극장이 아니었지만, 모든 부분에서 완벽한 공연이었다. 핀마이크라는 것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자연스러운 음향, 심지어 하수구 장면에서는 하수구에서 말하는 것 같은 믹싱이 더해졌다. 또한 무대 장치는 지금까지 내가 본 모든 레미제라블 뮤지컬 중에서 가장 화려하고 정교했으며, 심지어는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극은 내가 지금까지 레미제라블을 보면서 파악하지 못했던 감정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판틴의 'I Dreamed a Dream'을 들으며 울었는데, 예전에는 이 노래가 이렇게 슬픈 음악인지 어떠한 감정인지 파악하지 못했었다. 심지어는 판틴이 과연 필요한 인물인가도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그렇지만 이번에 확실히 깨달았다. 한국계 배우였던 에포닌의 'On My Own'을 들으며 울었고, 장발장의 'Bring Him Home'을 들으며 울었고,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서 오열했다. 아직도 사람들은 레미제라블이 프랑스 혁명(정확히는 2월 혁명이다.)에 관한 이야기인 줄 아는 사람들이 많은데, 아니다. 그저 장발장의 이야기이다.

공연이 끝난 뒤, 11시에 타워브리지로 가 타워브리지를 배경으로 야경 사진을 찍고 지친 상태로 숙소에 돌아왔다. 숙소에서 레미제라블 티셔츠를 입고 악보집을 든 채 용원이에게 영상 편지를 보냈다. '이거 갖고 싶으면 나에게 잘하라고'

DAY 5

Oct 16 2018

세인트판크라스 역

영국GB

파리 북역

프랑스FR

네시간 가량의 짧은 잠을 자고, 세인트 판크라스 역에서 유로스타를 타고 런던을 떠나 파리로 입성했다. 파리의 낮은 생각했던 것 보다, 아름답지는 않았다. 파리가 호불호가 갈리는 이유도, 이러한 거리의 조금은 지저분함 때문일까.

에투알 개선문

프랑스FR

Av. des Champs-Élysées

프랑스FR

그랑 팔레

프랑스FR

센 강

프랑스FR

알렉상드르 3세 다리

프랑스FR

에펠탑

프랑스FR
"파리의 밤은 낮보다 아름답다."

숙소에 짐을 풀어놓고, 나는 쉴틈도 없이 밖으로 나섰다. 파리의 거리는 분명히 런던의 거리에 비해 난잡한 데가 있었다. 조원들과 지하철을 타고 개선문 쪽으로 향했다. 개선문 주변과 샹제리제 거리에는 여러 국가의 관광객들이 가득했다. 샹제리제 거리하면 우리는 '오, 샹제리제'라는 노래처럼 아름다운 거리를 떠올리지만, 그저 명품을 판매하는 상점이 많은 거리이다.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멀다. 이동으로 인해 피곤한 상태였기에, 잠깐 샹제리제 거리의 카페에 앉아서 쉬기로 하였다. 나는 맥주를 주문하였다. 휴학 기간 동안 기초 프랑스어를 독학했고, 준비도 나름 해왔지만 역시 프랑스어를 사용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다시 일어나서, 샹제리제 거리를 지나 엘리제 공원을 거쳐 센 강 유역에 도달하였다. 마침 해가 지고 있었다. 파리의 거리는 런던 거리보다 아름답지 않을지라도, 센느강의 풍경은 분명 템즈강 보다 아름다웠다.

바토무슈 유람선을 타기 전에, 레스토랑을 찾아나섰다. 그렇지만 가슴 한 켠에는 영국 음식의 맛이 생각나서불안함을 안고 있었다. '런던하면 어떻게 하지?' 우연히 합리적인 가격을 찾아 들어간 레스토랑에서의 주문은, 방금 전 카페에서 한 주문보다 훨씬 수월했다. 나의 불어를 상대가 알아듣는다는 것은 큰 기쁨이 되었다. 그리고 음식은 정말 맛있었다. 왜 파리가 미식의 도시인지 느끼게 해줄 정도였다. 생전 처음 먹어보는 오리와 감자 바베큐였는데, 유럽에 온 이후 처음으로 한 그릇을 다 비웠다. 먹는 즐거움도 분명 여행의 묘미 중 하나이기에, 런던은 그 부분을 충족시켜주지 못했다.

바토무슈 유람선을 타면서, 센느 강 바람을 맞으며 센느 강의 풍경을 보는데 정말 예뻤다. 특히 모든 랜드마크의 벽면이 야경에 맞게 은은한 주황빛으로 빛나는 모습은 장관이었다.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은 랜드마크는 역시 에펠탑이었다. 요즘 자주 감격하고 벅차오르는 것 같지만, 에펠탑을 실제로 볼 땐 벅차올랐다. 야경에 맞게 빛나는 에펠탑의 모습은 정말로 아름다웠다. 유럽을 여행하면서 건축물을 보고 벅차오르게 되는 일은 생각보다 많이 없는데, 에펠탑은 그만한 인상을 주는 건축물이었다.

밤의 파리의 거리를 보고 걷고 있자니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가 떠올랐다. 그리고 영화를 보고 핸드폰에 해놓았던 메모가 떠올랐다. '여행은 파리로 간다'라는 메모였다. 이 영화는 내가 고등학교 3학년, 한창 공부에만 집중하고 있을 때 집에서 보고 저곳을 가겠다고 다짐했던 영화였다. 학교와 독서실은 지금 내 행동의 모든 것인 '낭만'과는 반대급부에 있었기에 나는 영화를 보면서 낭만을 꿈꾸었다. 이제는 우디 앨런이 왜 영화의 시간적 배경을 미드나잇으로 설정했는지 알 것 같다. 그도 나처럼 밤의 파리에 깊은 인상을 받았음이 분명하다. 돌아오는 길에 노라 존스(Norah Jones)의 'Lonestar'를 들었다. 잔잔한 강물의 찰박거리는 소리와 노라 존스의 목소리는 완전한 조화를 이루었다. 파리의 밤은 분명 낮보다 아름답다.

DAY 6

Oct 17 2018
"여행 중에 생긴 첫 번째 시련."

저는 그냥 카페 뢰 두 마고의 테라스에서 담배를 피우며 레드 와인과 스테이크를 먹고, 물랑 루즈에 들른 뒤 숙소로 돌아왔죠. 그런데 들어오자마자 저와 같은 방을 쓰는 룸메이트가 저에게 할 말 없냐고 묻더군요. 저는 무슨 말이지 했는데, 자신의 70유로가 사라졌다고 하더군요. 저는 그 때 까지만 해도 이게 무슨 상황인지 감이 안왔습니다. 레드 와인 2잔에 피로까지 더해져 약간 취기가 돌았거든요. 알고보니 이 친구는 제가 70유로를 가져갔다고 의심, 아니 확신하고 있었습니다. 놀라운 경험이었죠, 초등학교 2학년 때 문방구에서 메이플 딱지 훔치려다가 걸린 이후론 남의 물건에 손을 대본 적이 없거든요.

그런데 이 친구가 저를 의심할 심증은 있던 상태였습니다. 제가 오늘 그 친구가 나가있을 때 그 친구의 컵라면으로 점심을 먹었거든요. 그래서 억울한 부분도 있지만 제가 여지를 남긴 것도 분명한 사실입니다.그러나 저는 신께 맹세코, 같이 여행할 사람의 돈을 훔치지 않았습니다. 제가 무엇때문에 남의 돈에 손을 대겠습니까? 저에겐 환전해온 돈이 있고, 이 친구와 계속 같이 방을 써야하기에 불편함을 남기고 싶지 않은 목적조차 분명합니다. 제가 왜 74,000원에 아름다운 파리의 밤을 이토록 찝찝하게 만들겠습니까?

그렇지만 제가 훔치지 않았다는 상황적 증거조차 없는 딜레마 상황이기 때문에 원상 회복은 쉽지 않아 보입니다. 사실 객관적으로 범행을 증명하기 위해 사용되는 범행 동기나, 물적 증거에 있어서 저는 한치의 부끄러움도 없지만, 어느 누군가의 관계가 어떠한 오해로 인해 틀어진다는 것이 썩 유쾌한 경험은 아닙니다. 오해를 풀면 되지만, 풀려할 수록 저는 거짓말쟁이로 몰아져가게 됩니다. 이런 경우에는 이미 제 손을 떠났다고 봐야지요. 파리의 두번째 밤은 불신만 남긴채 지나갑니다.

루브르 박물관

프랑스FR

뛸르히 가든

프랑스FR

퐁뇌프 다리

프랑스FR

생제르맹데프레 수도원

프랑스FR

카페 뢰 두 마고

프랑스FR

물랭 루주

프랑스FR
"여행은 사진을 찍으러
가는 게 아니라
거리를 걸으려 가는 것이다."

루브르도 대영 박물관과 마찬가지로, 정감가는 곳은 아니다. 모나리자는 줄로 쳐져있어 사람들이 가까이서 볼 수 없었으며, 지나치게 화려한 내관과 너무 많이 걸려있는 그림들은 작품을 보는데 방해가 될 뿐이었다. 허나 밀로의 비너스만큼은 인상깊었던게, 내가 밀로의 비너스의 뒷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어느 교과서든, 어느 책이든 밀로의 비너스 정면만 나와있는데 오늘은 입체적으로 볼 수 있었다는 게 의의다. 그리고 내셔널 갤러리에서 시대에 따른 회화의 변화를 볼 수 있었다면, 루브르에서는 시대에 따른 조각의 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 고대 그리스의 조각과 로마의 조각은 큰 차이는 없어보이지만, 인물의 표현 방식과 세부적인 면에서 좀 더 사실적으로 표현하려한 변화가 느껴졌다.

루브르를 나오니 다른 사람들은 피곤해 해서, 모두 숙소로 돌아갔고, 나는 튈르리 정원을 거쳐 생제르맹 지구 쪽으로 걸어갔다. 해가 다 진 상태에서 생제르맹 데프레 성당을 들어갔는데, 마침 미사시간이었다. 운도 좋지, 내부는 공사 중이었지만 미사 만큼은 엄숙하고 성스러웠다. 성당을 나와서는 성당 바로 앞의 프랑스 최초의 카페인 '카페 뒤 라 마고'의 테라스에서 혼자 와인을 시켜 식사를 했다. 사실, 누가봐도 나는 관광객이지만, 내 여행은 그렇다. 관광지가서 사진 찍기 보다는 거리를 걸으며 잠시나마 그 사람들의 문화를 경험해보는 것.

DAY 7

Oct 18 2018

노트르담 대성당

프랑스FR

Shakespeare & Company

프랑스FR

시네마테크 프랑세즈

프랑스FR

오르세 미술관

프랑스FR
"춤을 춰요 에스메랄다."

런던과는 다르게 파리는 계속 날씨가 좋다. 심지어는 햇빛이 강해서 선글라스를 껴야 할 정도다. 숙소 근처 역 앞의 빵집에서 코르크무슈와 에스프레소를 시켜 간편히 허기를 달래고 노트르담 대성당으로 향했다. 노트르담 대성당이라니, 빅토르 위고의 소설 <노트르담의 꼽추>와 이에 기반한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의 배경이 된 곳 아닌가. 노트르담 주변으로 가니 어떤 할아버지가 바이올린으로 '대성당들의 시대'를 연주하고 있었다. 이 곳에서 알고 있는 노래를 들으니 갑자기 기분이 좋아져 주머니에 있는 센트 모두를 바이올린 가방에 넣어드렸다.

성당 내부는 사람이 너무 많아 들어가지 않았고, 시간 예약을 해서 종탑에 올라갔다. 계단이 400개나 된다. 이번 유럽 여행에서 계단을 올라가서 힘들어 죽을 것 같은 세 건물 중에 하나이다. 첫 번째가 노트르담 종탑이고, 두번째가 로마 근교 오르비에토의 두오모, 그리고 마지막은 피렌체의 조토의 종탑이다. 그렇지만 올라가니, 소설에서 콰지모도가 치는 종이 보이고 노트르담 성당의 상징과 같은 가고일이 있었다. 그리고 파리 시내의 전경이 다 보였다. 절경이었다. 위에서 바라본 파리의 모습은 형언하기 힘들정도로 아름다웠다.

여담이지만 파리는 계획도시로 건물의 높이가 제한되어 있다. 런던과 마찬가지로 시야에 건물과 하늘이 맞닿아있다. 그래서 종탑에서 시내를 볼 때도 시야를 가리는 높은 건물이 없으니 더욱 더 장관인 것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여행을 하다 느낀 거지만 유럽 대부분 도시의 건물은 고도제한이 있어 모든 시야가 하늘과 맞닿아있고 위에서 아래로 바라보는 경치가 기가 막히다.

종탑에서 내려와서 다리를 건너면 바로 'Shakespeare&Company' 서점이 보인다. 이 곳은 영화 <비포 선셋>의 첫장면에 나온 곳인데, 아기자기한 서점이다. <비포 선라이즈>에서 제시와 셀린이 하루를 보낸지 8년 뒤, 소설가가 된 제시가 북토크를 하다 셀린과 만난 곳이다. 비포 시리즈는 내가 유럽에 오기 삼개월 전에 보았다. <비포 선라이즈>를 보고나서 유럽에 대한 낭만이 더욱 더 커졌고, 사실 배경보다도 영화의 작품성에 대해서도 감탄을 마지않았던 작품이다. 내가 정말 질투날정도로 부러워하는 글 잘쓰는 영화인 세 명이 있다. 아론 소킨, 쿠엔틴 타란티노, 그리고 <비포 시리즈>의 감독인 리차드 링클레이터이다. 이 글 잘쓰는 세 명의 공통점은 형식도 형식이지만 대화를 참 잘 쓴다.

어쨌든 서점에서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The Stranger)>와 서점 에코백을 구매하여, 제시와 셀린이 서점을 나와 걸어갔던 길로 걸어갔다. 뭔가 파리하면 생각나는 책은 이방인 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집에서 가져온 <이방인>을 파리의 카페에 앉아 여유롭게 읽고 싶었지만, 소매치기를 조심하기 위해 가방은 갖고 나오지 않았기에 읽을 수 없었다. 그리고 사실 유럽에서 책을 거의 읽지 않았다. 무겁기도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읽을 체력이 되지 않는다.

지하철을 타고 시네마테크 프랑세즈(Cinematheque Francaiz)로 향했다. 건물 외관 자체는 큰 특징은 없었지만, 사실 이곳은 볼거리 보다는 왔다는 것에 의의를 두었다. 우리가 영화를 배울 때 1895년 뤼미에르의 <열차의 도착>을 먼저 배우지 않는가. 비슷한 시기에 미국의 에디슨도 비슷한 걸 발명하지만, 어쨌든 영화의 종가는 프랑스고, 그 프랑스의 영화를 대표하는 공간은 시네마테크이다. 물론 뤼미에르가 영화를 발명한 도시인 리옹이나 칸 영화제가 열리는 깐느가 대표한다고 할 수 있겠지만, 내 생각에 중심지는 역시 파리다.

안에 들어가서 박물관 티켓을 5유로에 끊었다. 박물관은 규모가 크진 않았지만 에디슨의 키네토스코프를 직접 사용해볼 수 있었고, 뤼미에르의 시네마토그라프도 직접 볼 수 있었다. 그 외엔 별거 없다. <달세계 여행>의 조르주 멜리에스 초상화가 사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큰 박물관은 아니었다. 박물관을 다 보고 나와서 시네마테크 내의 서점으로 가 장 뤽 고다르가 쓴 <Historie du Film>이라는 책을 구매하고 시네마테크 바깥으로 나왔다.

체력이 한계에 다다라서, 오르세 미술관 옆 카페에 앉아 치즈 케익과 카페 라떼 한 잔을 마시고 미술관으로 들어갔다. 밀레의 <이삭줍는 여인들>같은 그림들과 그로쉬 같은 화가의 그림을 보는 것도 좋았지만, 가장 인상깊었던 작품은 고흐의 그림과 함께 있던 폴 고갱의 그림이었다.

올해 같이 아르바이트를 했던 동생의 추천으로 읽은 <달과 6펜스>는 폴 고갱의 삶을 바탕으로 쓰여진 소설이다. 이 책이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픽션의 영역인지 나는 잘 모르겠으나, 확실한 것은 고갱이 어떤 사람이고 어떠한 생각을 가지려했는지 추측할 수는 있음이다. 그래서 고갱의 그림을 보니 - 예를 들어 타히티를 가기 전과 간 후의 그림들에서 느껴지는 색의 생동감의 변화라던지 - 그림을 좀 더 깊게 볼 수 있었다. 물론 사람들의 시선은 고갱의 그림보다는 옆에 있던 고흐의 <별이 밫나는 밤에>와 같은 그림이었고, 나도 그 그림을 보고 신기해 했지만 고갱만큼의 인상을 주지는 못했다. 내가 미술관에서 스스로 뿌듯해하는 것은, 인상주의니 사실주의니 낭만주의니 하는 그 이즘들을 미약하게나마 구분해내고 특징을 잡아낼 수 있다는 점이었다. 내일 스위스로 이동하는 길에 <서양 미술사>를 읽으면서 좀 더 사유의 스펙트럼을 넓히고자 한다. 그리고 이 계획은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는 것도 이미 알고 있다.

DAY 8

Oct 19 2018

파리

프랑스FR

디종

프랑스FR

인터라켄

스위스CH
"긴 이동시간과 와인"

DAY 9

Oct 20 2018
"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

아웃도어인터라켄 본점

스위스CH

Interlaken Ost

스위스CH

그린델발트

스위스CH

First

스위스CH
"나의 버킷리스트."

예전부터 스카이다이빙을 하고 싶다고 생각은 했었다. 패러글라이딩 해보았고, 소형 비행기로도 날아봤으니 공중에서 할 것은 이제 스카이다이빙 밖에 남지 않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게 나의 버킷리스트였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한번 쯤 도전해볼 가치가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오늘, 아침에 인터라켄 동역에서 픽업 차량을 타 스카이다이빙하는 곳으로 이동했다. 차에는 의외로 한국인들이 많았다. 젊은 한국인들.

20분 정도 인터라켄을 벗어나 비행장에 도착한 후, 우리는 기본 자세를 배우고 점프 슈트를 입고 대기하기 시작했다. 나는 맨 마지막 Porte인 Porte5에 배정되었다. 걱정이 앞서기 시작했다. 일찍 끝내고 피르스트를 올라가 하이킹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앞선 포트의 사람들이 다이빙하는 것을 기다리며 얘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한 분은 30대 초반의 사업하는 남자분으로, 업무차 유럽에 들렀다가 스카이다이빙을 하러 오셨다고 했다. 다른 한 분은, 23살의 여자분으로 대학교 4학년 1학기 휴학하고 유럽 여행을 혼자 왔다고 했다. 그리고 마지막 한 분은, 30대 초반의 여자분으로 한국에서 일을 그만두고 아일랜드에서 현재 영어를 공부하다 캐나다로 이민을 가실 분이었다. 여행 정보도 나누고, 자신이 여행했던 곳들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고, 기다리는 한 시간에서 한 시간 반 동안 정말 많은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그리고 30대 초반의 여자분이 우연히도 나랑 숙소가 같았고, 오늘 일정이 피르스트로 나와 같아서 우리는 끝나고 피르스트를 함께 올라가기로 했다.

드디어 우리 차례가 되었고, 나는 유럽 여행 중 만난 가장 좋은 친구, 인스트럭터 Tîm과 짧은 인터뷰를 나눈 후 경비행기에 탑승했다. 20분간 비행을 통해, 알프스 산맥들을 볼 수 있었다. 봉우리가 위에 있고 구름이 그 아래에 바다처럼 깔려있는 모습은 정말 장관이었다. 그리고 비행기가 더이상 가지 않고 하늘에 멈춰섰다. 여기저기서 'Are You Ready?'란 말이 들리기 시작했다. 첫번째로 뛰어내리는 남자분의 표정이 급격히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경비행기의 문이 열리자, 시린 바람이 경비행기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했고 예고도 없이 갑자기 첫번째 팀이 뛰었다. 나는 두번째 순서였기에 바로 경비행기에 걸터 앉았고, 아래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떨어지는 속도는 내가 탔던 그 어떤 놀이기구보다 빨랐다. 5초가 지나 Tim이 내 어깨를 두드렸고, 나는 팔을 양쪽으로 벌렸다. 그러자 하늘을 나는, 아니 실제로 난 것이 맞다. 그리고는 천천히 아래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조금 땅과 가까워지자, Tim은 낙하산을 펼쳤다. 그리고 주변 알프스의 산을 구경하다 천천히 비행장에 착륙하였다. 막상 뛰고보니, 이것이 '버킷 리스트'일정도로 큰 일이라 생각되지 않았다. 하늘에서 떨어지기 직전이 가장 무섭지, 그 이후는 온전히 날아다닌다는 느낌이다. 물론, 내가 이제 그정도 두려움은 이겨낼 수 있을 정도로 성장했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려 한다. 비행이 끝나고, 우리 Porte5는 다같이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나는 Tim에게 사진을 찍자고 부탁했다. 그리고 나는 팀에게 말해주었다.

"Since I've travelled Europe, I've never seen man like you. You're the best man."

"여행의 의미, 여행의 목적."

누군가 나에게 넌 왜 여행을 좋아하냐고 묻는다면, 나는 '낭만'을 찾아 여행을 떠난다고 대답한다.
그렇지만 '낭만'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다. 그리고 나는 오늘 내 여행의 낭만을 모두 충족했다.

그 분과 나는 그저 같이 스카이다이빙을 하는 한국인에 불과했다. 사실상 모르는 사람이었다. 나이는 10살 이상 차이가 난다. 그러나 우리는 숙소가 같고, 목적지가 같다는 이유로 동행하기로 했다. 인터라켄 동역에서 표를 사, 그린델발트역으로 갔다. 그분이나 나나 공복상태였기에 쿱에서 샌드위치를 사서 기차 안에서 먹었다. 그린델발트는 역시 조용한 마을이었다. 그린델발트 역 근처에서 맥주 한 캔을 각자 산 뒤, 10분 거리에 있는 '그린델발트-피르스트방' 역으로 가 티켓을 끊고 곤돌라에 탑승했다.

맥주를 마시면서 수다를 떨며 사진을 찍다보니 어느새 피르스트 정상에 도착하였다. 우리는 바흐알프젠 호수로 트래킹을 가보고 싶었지만 시간이 넉넉치 않아서 'Cliff Walker', 말 그대로 절벽 다리를 건너기 시작했다. 그냥 밑에는 바로 절벽이고 이 철골 구조물은 절벽과 절벽 사이를 이어놓은 길인데, 전경이 아주 멋있었기에 아래를 볼 신경조차 없었다. 그리고 스카이다이빙을 하고 왔는데, 이런 구조물이 신경이 쓰일리가.

클리프 워커 끝쪽에는 절벽 레스토랑이 있었다. 신라면을 7프랑에 팔았다. 이때가 기회다하고는 해발 2100m 산 정상에서 라면을 먹었다. 맛이 기가막혔다. 그리고는 Zip-Line을 타고 아래로 내려가려 했으나, 남은 시간에 비해 대기자가 너무 많았다. 그래서 곤돌라를 타고 한 정거장 내려가서 '마운틴 카트'를 탔다. 산 비탈길을 카트를 타고 내려가는 건데, 정말 스릴있고 신났다. 더 훌륭한 것은 카트를 타고 산을 내려가면서 보이는 경치이다. 이렇게 예쁜 경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보는 것 같았다. 마운틴 카트 구간이 끝나고는 트로티바이크를 타고 남은 구간을 내려갔다. 트로티바이크는 말 그대로 전동 킥보드이다. 아, 근데 정말로, 트로티 바이크는 구간도 마운틴 카트보다 훨씬 길었는데, 내려가는 길이 너무 예뻤다. 그냥 나의 언어로는 표현이 안되고, 중간중간 계속 사진을 찍었는데 사진으로도 담기지 않는 아름다움이었다. 내가 경험해오고 내가 알고있던 세계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었다.

정말 감동적이었던 트로티바이크를 다 타고 내려오면 그린델발트이다. 나는 그 누나와 함께 식당에 들어가 치즈 퐁듀와 음식과 와인을 시켰다. 치즈 퐁듀는 그 누나가 예고한대로, 한국의 그 달짝찌근한 치즈맛이 아니라 그냥 매우 짰다. 나중에는 된장찌개 맛까지 났다. 그래도 누나가 살고 있는 더블린에 관한 대화, 유럽 여행에 관한 대화, 결혼에 관한 대화, 그리고 취업에 관한 대화들을 와인과 함께 하면서, 좋은 식사를 마칠 수 있었다.

이것이 내가 여행을 하는 이유가 아닐까. 그냥 오늘 남들처럼 융프라우를 올라갔더라면 이런 감흥을 느낄 수 있었을까? 같이 하룻동안 이야기하고 다닐 사람을 만날 수 있었을까? 나는 올 한 해 유럽 여행을 계획하면서, 확실하진 않았지만 바라던 것이 오늘과 같은 여행이 아니었나 생각해본다.

DAY 10

Oct 21 2018

Interlaken Ost

스위스CH

루체른

스위스CH

뮌헨

독일DE
"안개 낀 루체른과
독일에서 마시는 독일 맥주."

루체른은 날씨가 흐려, 무제크 성벽을 올라갔다 한바퀴 돌고 관광이 끝났다. 그리고 저녁에 뮌헨에 도착해서 나는 독일 맥주를 마시기 위해 근처 펍을 들렀다. 인터 밀란과 AC 밀란의 축구 경기가 진행 중이었다. 나는 바에 앉아 맥주 한 잔과 소시지를 주문했다. 근데 역시 독일은 독일이다. 소시지와 맥주가 너무 맛있었다. 조금 과하게 마신 후 숙소로 돌아와 숙소 지하 1층의 빨래를 돌리러 갔다. 세탁기에 빨래를 넣고 기다리고 있는데 웬 여자 두 분이 들어왔다. 그리고 그 분들과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파리 이야기, 스위스에서 스카이 다이빙을 한 이야기 등, 그리고 내일 저녁에 함께 술을 마시자는 약속을 잡고 하루를 마무리 했다.

그 때는 몰랐다. 유럽 여행 중간 중간 계속 이 사람들과 같이 맥주를 마시고 재미있게 놀게 될 줄은. 나는 우연히한 이 대화를 잊지 않을 것이다. 물론 이 대화가 서로 술을 마시고 숙소로 돌아왔기에 술 기운에 즐겁게 한 것이라 그저 지나가는 사람들이 될 수도 있었다. 난 신을 믿지 않지만, 인간관계에서 조급함을 내지않고 자연스레 마음을 비우니 다가와준 이 사람들이 신이 주신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DAY 11

Oct 22 2018

Karlsplatz

독일DE

Marienplatz

독일DE

오데온 광장

독일DE

Neue Pinakothek

독일DE

Englischer Garten

독일DE
"혼자 여행한다는 것은,
즉흥적인 이벤트를
기대되게 만드는 것."

뮌헨의 날씨는 조금 쌀쌀한 것을 제외하면 맑고 좋았다. 뮌헨의 거리를 아침에 거닐면서 느낀 것은 스위스가 쉬고 싶은 나라였다면, 독일은 정말 평화로워서 살고 싶은 나라라는 것이다. 물론 언어가 지금은 되지 않아 막막하지만, 유학을 하게 된다면 독일에서 하고 싶어졌다. 자꾸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을 보니 내 사고의 지침인 유시민 선생님의 삶을 자꾸 따라가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뭐, 나쁘지 않다. 오히려 영광이지.

칼스플라츠 광장 옆의 슈니첼 집에서 슈니첼을 먹었다. 부드럽고 좀 더 크리피한 한국의 돈까스의 느낌이었다. 또다시 먹고 싶을 정도로 인상 깊은 맛은 아니었다. 게다가 첫 끼부터 맥주와 함께 마셨더니 취기가 돌았다. 생각보다 훨씬 웅장했던 마리엔츠 시청사를 지나, 잠시 고개를 돌려 독일 사람들의 마켓을 살며시 경험한 후 오데온 광장과 레지덴츠로 향했다. 뮌헨이란 도시가 크게 볼 것이 많은 도시는 아니었기에 모두 걸어서 편하게 이동할 수 있었다.

그리고 알타피나코테크와 같은 미술관이 월요일이 휴무였기네 오늘 열었던 유일한 미술관인 노이에피나코테크를 들렀다. 유럽와서 국제학생증을 처음으로 사용해 보았다, 2유로나 할인이 되었다. 지금까지 다니면서 가장 감명깊었던 미술관은 오르세 미술관이지만, 이 고셍서 느꼈던 것은 내 미학적 시선의 성장이다. 작품을 보면서 작품의 조그마한 것이라도 읽어낼 수 있었고, 그냥 화풍을 보고 어느 시대의 것인지 유추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젠 고흐의 그림이, 고갱의 그림이, 마네의 그림이, 세잔의 그림이, 클림트의 그림이 유명한 작품이 아니더라도 화풍만 보고도 얼추 맞출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미술관은 언제나 체력을 많이 요구한다. 그렇기에 미술관을 나온 후 쉬기 위해서 영국 정원으로 향했다. 그런데 예상외로 영국 정원이 너무나 넓은 것이었다.

무모한 여행자에게는 운이 따른다고 했던가. 아니면 그저 초심자의 행운에 불과한 걸까. 생각지도 못하게 자전거를 대여해주는 곳을 발견했다. 망설이지 않고 자전거를 빌렸다. 독일 아저씨와 영어로 한 대화는 유쾌하고 좋았다. 영국 정원은 상당히 예뻤는데,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니니 상당히 기분이 좋았다.

혼자 여행을 하면서 외롭지 않냐고 누가 내게 물어본다면, 나는 아니라고 대답할 것이다. 현지인들과 조금 더 적극적으로 소통이 가능하고, 언제나 새로운 일들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사람 많은 곳에 이도저도 못하고 있을 때 외로워진다. 능동적으로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이 더더욱 몇배는 더 외롭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어제 마주친 사람들을 만났고, 있다가 술마시자는 약속을 잡고 숙소로 돌아와 쉬고 있었는데 연락이 왔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 뮌헨 6대 양조장 중 하나인 아우구스티너 비어할레로 가서 맥주를 마셨다. 처음 대화해보는 사람들이었지만, 재밌게 대화하고 술게임을 하였다. 내가 언젠가 유학이나 해외 사람들과 술자리에서 어울리게 된다면 한국의 술자리 문화를 전수해주고싶은 소망이 있다. 스위스에서 처럼 여행하다 행복한 순간이란 이런 것이다. 의도하지 않았던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는 것. 이 사람들과는 여행 내내 좋은 추억을 공유하는 데 그건 좀 더 뒤의 이야기이다.

중학교, 고등학교 초반만 해도 인간관계에서 조급함을 느꼈던 나였지만 이제는 그러지 않으려고 한다. 어제도 얘기했듯이 나는 신을 믿지는 않지만, 신을 믿게 된다면 그 이유는 '인연'때문일 것이다. 그냥 자연스럽게 무언가 신이 주신 선물처럼 다가오는 인연들은 감사함을 느끼게 한다. 내겐 오늘 같이 맥주를 마신 4명이 스위스에서 만난 사람처럼 감사하고 고마운 사람들이다.

DAY 12

Oct 23 2018

뮌헨

독일DE

뉘른베르크

독일DE

프라하

체코CZ
"맥주나 와인은 질릴
때가 되지 않았어?"

점심을 뉘른베르크를 산책하며 여유롭게 먹고 프라하에 도착했다. 프라하 광장에서 환전을 한 후, 저녁을 먹으러 갔다. 프라하에서 유명한 립과, 유럽식 족발인 굴라쉬, 그리고 벨벳 맥주를 주문하여 먹었다. 립은 상당히 부드럽고 맛있었으며, 굴라쉬는 조금 느끼하긴 하지만 달콤하고 탱글탱글했다. 같이 먹은 누나들도 상당히 만족해 했다.벨벳 맥주는 내가 살면서 먹어본 맥주 중 세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였다. 하나는 홍콩에서 마신 호가든 생맥주였고, 하나는 안양에서 마신 코젤 생맥주에 시나몬 가루를 뿌린 거였다. 그리고 벨벳 맥주는 거품이 약간 달면서 상당히 부드러운게 목으로 타고 들어가 가벼운 맥주 맛을 극대화하는 맥주였다. 유럽 여행 내내 맥주와 와인을 마셔서 인지 이젠 슬슬 뭐가 뭔지 구분이 안되는 지경에 이르렀는데, 벨벳 맥주는 그 생각을 도끼로 내려찍듯 맛있는 맥주였다.


DAY 13

Oct 24 2018

프라하 성

체코CZ

Charles Bridge

체코CZ

화약탑

체코CZ

Old Town Square

체코CZ

Karlovy lázně

체코CZ
"소소하고 아름다운."

유럽에 와서 처음으로 조식을 먹고, 프라하 성으로 출발했다. 비도 추적추적오고 날씨가 그렇게 좋지 않아 걱정이 앞섰다. 프라하의 자존심이라고 하는 프라하 성은 볼게 딱히 없었다. 다만 운이 좋게도 12시 정각에 근위병 교대식이 있어 교대식을 구경하고 왔다. 같이 온 누나들과 헤어지고, 프라하성을 내려와 카를 교를 건너서 카페 루브르를 가려고 했으나 대기가 있던 관계로 스타벅스를 들어갔다. 그래서 지금까지 쓰지 못했던 글들을 작가 노트에 써내려 갔다.

커피를 마시고 나오니 날씨가 조금 개어있어서, '첼니체'라고 하는 핫윙을 파는 식당에 걸어가서 코젤 다크를 시킨 후 점심을 먹었다. 교촌 레드 콤보에 좀 덜맵고 좀 더 단 핫윙이었는데, 교촌치킨 반반콤보에 대한 그리움을 배가시키는 맛이었다. 그렇지만 코젤은 역시 코젤이었다. 그래도 안양 병목안 '안드로메다'에서 박승규 선생님이 사주었던 코젤에 시나몬 가루 뿌린 맛은 잊지 못할 것이다.

점심을 먹고 나오니 해가 화창하게 떠있었다. 화약탑을 지나 구시가광장을 걸으며 사진을 찍었다. 프라하란 도시가 매력적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좀 걷다 뷰티 인사이드 촬영했던 곳이 야경이 예쁘다길래 거기서 야경을 보고 싶었는데 더 이상 갈 곳은 없어서 다시 스타벅스로 들어갔다. 오늘 따라 글감이 왜 이렇게 많이 떠오르는지, 약 한 시간 동안 생각난 아이디어와 에세이들을 노트에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해가 어둑어둑 해지자 다시 길을 나섰다.

저 멀리 프라하성이 보이는 야경은 정말로 아름다웠다. 다만 날이 춥고 핸드폰 배터리가 얼마 남지 않았기에 몇장의 사진을 찍은 뒤 숙소로 돌아왔다. 뭔가 많은 것을 보거나 무언가를 한 도시는 아니었지만, 프라하는 아기자기하게 아름다운 도시였다. 게다가 오늘은 많은 글감을 얻었으니 프라하에 대해서 좋은 기억을 가지고 갈 수 있을 것 같다.

DAY 14

Oct 25 2018

프라하

체코CZ

브라티슬라바

슬로바키아SK

부다페스트

헝가리HU
"잠깐 동안의 꿀같은 휴식."

DAY 15

Oct 26 2018

성 이슈트반 대성당

헝가리HU

국회의사당

헝가리HU

세체니 다리

헝가리HU

부다 성

헝가리HU

어부의 요새

헝가리HU
"한식에 대한 그리움이
한계에 이르다."

4주 간의 유럽여행 중 부다페스트는 정확히 절반에 위치하는 곳인데, 여행 중 매너리즘에 부딪힌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분명 작고 소소한 예쁨이 있는 도시이지만, 새롭지 않게 보인다는 것이다. 다만, 도나우 강을 걸으면서 본 도나우 강의 신발들에는 어떤 사연이 있을까 궁금해하며 걷기도 하고, 어부의 요새에 있는 스타벅스에서 글을 쓰면서 이 이야기 재밌겠다고 혼자 낄낄대기도 하고, 그리고 내려와 처음 간 한식당에서 순두부찌개를 먹으며 벅차오르기도 했다. 저녁에 탄 유람선에서 본 야경도 그렇고 참 예쁘긴 하지만 가슴에 울리는 것은 없었다. 그래서 내게 부다페스트는 소소한 즐거움인 것 같다.

사실 유럽의 거리는 한국과는 많이 다르기에 정말 예쁘다. 그렇지만 한 도시에서 2~3일 있으면서 여유롭게 느끼는 것이 아니라 거의 하루에 한 나라씩 이동하면서 구경을 하다보니 정신을 차리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곳에서 뭔가를 보거나 해보고 싶다'는 테마가 없는 도시이기도 했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촬영지가 이 곳에 있었다면 얘기가 달라졌겠지만 그 영화와 부다페스트는 별 관련이 없다. 그래서 특히 부다페스트는 나에게 평범한 도시로 느껴졌을지 모른다. 얘기를 들어보면 유럽 사람들이 부다페스트로 많이 여행을 온다고 했다. 나도 언젠간 여유롭게 부다페스트를 느낄 수 있도록 다시 오고싶다. 이번 여행에서 부다페스트를 제대로 못 느낀 것 같기 때문이다.

DAY 16

Oct 27 2018

부다페스트

헝가리HU

판도르프

오스트리아AT

비엔나

오스트리아AT
"우리가 비를 몰고 다니나봐."

판도로프 아울렛에서 애초에 한국에서부터 계획했던 대로 프라다 지갑을 샀다. 20만원 정도 했던 것 같은데 정말 싸다고 생각했다. 여기서 사재기에서 한국에서 장사를 해도 되겠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리고 어깨가 너무 아파서 기존에 갖고 왔던 투미 가방을 버리고 투미 매장을 가서 투미 가방을 샀다. 이 가방을 매고 다닌 이후로 어깨 결림이 사라졌기에 계획에 없던 소비였지만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

몇일 째 비오거나 흐린 날씨가 계속 되서 네시 쯤 빈에 도착했어도 나갈 생각이 들지 않았다. 숙소에서 쉬다가 팀장님이 추천한 근처 초밥집으로 갔더니 우리 팀원들 모두 거기에 있었다. 이 곳의 연어초밥은 내가 살면서 먹어본 연어초밥 중에 제일 맛있었다. 사람들과 초밥과 불고기와 맥주를 먹고 숙소로 돌아왔다.

뭔가 빈에 왔으니, 음악을 듣고 싶다고 생각해서 검색을 해보니 빈 음악 협회 건물에서 하는 모차르트, 베토벤 연주회가 있길래 바로 예약해버렸다. 안양예술고등학교 예술제 때 다같이 음악과 연주회를 가서 음악을 감상한 이후로 처음 가는 연주회였기에 긴장도 되면서 설레기도 한다.

DAY 17

Oct 28 2018

슈테판 대성당

오스트리아AT

Café Sperl

오스트리아AT

벨베데레 궁전

오스트리아AT

Prater

오스트리아AT

빈 음악협회

오스트리아AT
"비포 선라이즈의
자취를 쫓아서"

파리 여행을 하면서, <비포 선셋>의 첫 장면인 'Sheakspeare&Company'를 가서 비포 시리즈에 대한 언급을 앞에서 한 적 있다. 그리고 오늘은 비포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인 <비포 선라이즈>의 배경지인 빈을 여행하였다.내가 어디를 가던 영화 촬영지에 대해서 집착하는 스타일은 아닌데, 집착하게 만드는 영화들이 몇몇 있다. 대표적으로 <러브레터>가 있는데, 홋카이도 오타루 여행 갔을 때 설렘을 가지고 촬영했던 곳을 들렀었다. 그리고 다음이 <비포 선라이즈>라는 영화이다. 앞의 여행기에서 이미 이 시리즈에 대한 예찬을 늘어놓았으므로 영화에 대한 이야기는 생략하고, 오늘은 주로 <비포 선라이즈>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테마의 여행이었다.

아침 일찍 나와 호프부르크 왕궁에서 열리는 미사에 참석해 빈 소년 합창단의 노래를 듣고 싶었지만, 저녁에 연주도 감상해야 하기에 컨디션 상 생략하고 여유롭게 슈테판 성당쪽으로 향했다. 성당 입장료를 받지 않길래 안으로 들어가 보았더니 운좋게도 일요 미사가 진행 중이었다. 세인트 폴 대성당에서도 느낀 것인데, 내가 무교임에도 유럽의 성당들은 그냥 건축 그 자체만으로 신을 믿게 만드는 웅장함이 있다. 물론 그것이 의도되어 있음을 알고있음에도, 성당이 주는 장엄함과 미사에서의 음악들의 신성함은 자연스럽게 두 손을 모으게 한다.

항상 그랬듯이 조식을 먹지 않고 호텔을 나섰기에, 배가 고파오기 시작했다. 그래서 걸어서 가기에 조금은 먼 거리지만 <비포 선라이즈>에서 밤에 제시와 셀린이 전화 통화하는 상황극을 했던 카페 슈페를에 가서 간단한 점심을 먹기로 계획했다. 그곳으로 향하는 길에 호프부르크 왕궁이 있어, 안은 들어가지 않고 정원만 잠깐 산책했다. 한 젊은 서양인 부부가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하기에 흔쾌히 사진을 찍어주고 서로 여행 잘 하라는 인사를 한 뒤 기분 좋게 카페로 향했다.

카페 슈페를은 사람이 적지도, 많지도 않은 카페였지만 내가 영화에서 본 자리가 보이길래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아쉽게도 창가는 예약석밖에 남지 않았는데 직원이 양해를 해줘 창가에 앉을 수 있게 배려해주었다. 자리에 앉아 오스트리아가 원조인 '아인슈패너' 커피와 토스트를 시켰다. 멜란쥐 커피도 마시고 싶었지만, 너무 달 것 같아서 아인슈패너를 시켰다. 사실 <비포 선라이즈>는 20년된 영화고 유럽은 영화의 배경이 되었다고 기념품이나 홍보를 하진 않기에 그냥 일상의 카페였다. 하지만 가끔씩 들어오는 누가봐도 관광객인 손님들은 그 영화때문에 온 것이 분명해 보였다.

카페를 나와 벨베데레 궁전으로 향했다. 날씨가 안 좋아서 궁전이니 뭐니 무엇이 예쁘겠냐만은, 클림트의 그림을 감상할 수 있는 미술관이라 생각하고 향했다. 클림트의 '키스'라는 그 유명한 작품에서 무언가 느끼진 못했지만, 확실하게 알 수 있었던 것은 클림트는 고흐의 영향을 확실히 받았고 그 이후의 그림들은 초기와는 확연히 다르다는 것이다. 그 외에도 나폴레옹하면 생각나는 그림 등 유명한 작품들을 몇몇 볼 수 있었지만, 역시 미술관은 체력 소모가 심하기에 한 시간 반 정도 관람하고 나와 프라터로 향했다. 사실 프라터는 세시나 네시 쯤 가서 영화처럼 관람차에서 해지는 것을 보고 연주회로 향할 계획이었는데, 역시 혼자 하는 여행은 시간을 많이 잡아먹지 않는다.

프라터는 입장료가 없다. 그리고 내부는 영화의 분위기와 일치하는 것도 있어 좋았지만 그 20년이라는 세월 속에 조금은 퇴색되고 어떤 것은 발전된, 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 관람차는 사람이 너무 많고 사전 예약을 하지 않으면 오래 기다려야 했기에 사진만 찍고 타지 않았다. 대신 돌아다니다가 2개의 어트랙션을 각각 5유로씩 주고 탔다. 범퍼카나 유령의 집을 타긴 애매하니 실내 롤러코스터와 디스커버리라고 하는 360도 회전하는 어트랙션을 탔는데, 스카이 다이빙을 일주일 전에 한 후라 이젠 어떤 놀이기구를 타도 무섭지 않다는 자기 세뇌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실제로 타도 예전만큼 스릴을 느끼진 않는다. 나는 이것을 '스카이 다이빙 효과'라고 부른다.

다만, 그런 스릴있는 어트랙션을 타고 나니 체력소모가 급격히 심해져 슈테판 성당 근처로 와 4시 경 이른 저녁을 먹고 스타벅스에서 글을 쓰며 한 시간 정도 버틴 후에 빈 음악 협회로 향했다. 그곳에서 느낀 것은 영국의 '테이트 모던'에서 느낀 것과 상반된 느낌이었다. 다들 주말 저녁에 연주회를 보기 위해 남녀노소 모두 정장과 같은 고급스러운 옷을 입고 격식을 차려서 연주회를 보러온다. 내가 오늘 후드티를 입지 않고 자켓을 입고 단정하게 나온 것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테이트 모던에서는 개방된, 해체의 미학을 느꼈다면 이곳에서는 일상적이긴 하지만 고급스런, 폐쇄의 미학을 느꼈다.

자리에 앉고 연주가 시작되었다. 고등학교 때 미친듯이 봤던 <노다메 칸타빌레> 드라마 때문에 콘서트 마스터가 누구인지, 공연 예절은 무엇인지 알고 음악을 감상할 수 있었다. 헬버트는 처음 들어본 음악가였는데 뭔가 독일스러웠다. 바그너의 음악이랑 비슷한 느낌이라고 해야하나. 그리고 모차르트의 음악은 앞의 음악이랑 비교해서 들으니 참 활기차고 생동감있다고 느꼈고, 모차르트스럽다고 생각했다. 베토벤의 음악도 초기의 음악인지 상당히 밝고 변주가 재간넘쳤다. 어떤 음악을 연주하는지 모르고 갔기에 베토벤 음악을 한다는 소리를 듣고 노다메 칸타빌레 주제곡인 교향곡 7번을 해주기를 기대하며 집중해서 들었는데, 뭐 역시 나오진 않았다.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젊은 여성 지휘자의 에너지와 단원들의 얼굴에 보이는 행복감이었다. 그들이 너무나 행복한 표정으로 연주를 하고, 또 박수를 받기에 나도 자연스레 얼굴에 웃음을 띠고 있었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서도 계속해서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얼굴이 머리속에 남는다.

DAY 18

Oct 29 2018

비엔나

오스트리아AT

블레드 호

슬로베니아SI

베니스

이탈리아IT
"베드버그와의 싸움."

아침 빈의 날씨는 맑았는데, 블레드 호수로 향할 수록 구름이 끼기 시작했다. 블레드 호수에 도착하자마자 근처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는데, 버섯 리조또와 트러플 스테이크를 주문했다. 보통 유럽 음식들이 너무 짜거나 너무 느끼해서 문제였다면, 여기 음식은 너무 싱거워서 소금을 쳐서 먹었다. 트러플은 감칠맛을 돋구는 데 좋은 맛이지만, 세계 삼대 요리라고 하기엔 사실 무리가 있다. 세계 삼대요리는, 김치와 된장과 고추장이다.

밥을 먹고 나와서 호수를 구경하려하니 바로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우산을 쓰고 안개가 짙게 낀 호수를 조금 걷고 나니 떠날 시간이 다 되어 있었다. 이 호수는 김일성이 머물러갔다고 할 정도로 아름다운 호수라 하지만, 역시 제일 중요한 것은 날씨가 아닐까 한다.

베네치아의 숙소에 체크인을 하자마자 베드버그 한 마리가 보였다. 유럽에서 처음 본 베드버그였다. 물리면 정말 가렵고, 흉지고 약을 먹어도 일주일은 간다고 하기에 갑자기 찝찝해지고 온 몸이 가렵기 시작했다. 그래서 옆방 한국분에게 비오킬을 빌려 침구류에 뿌리고 근처 마트로 저녁거리를 사러 가서 과자와 맥주를 사와 술기운을 빌려 먹고 잤다.

DAY 19

Oct 30 2018

Stazione di Venezia Santa Lucia

이탈리아IT

산마르코 광장

이탈리아IT

부라노

이탈리아IT

리알토 다리

이탈리아IT
"가만히 앉아있어도
기분이 좋아지는 곳."

아침에 조금 여유롭게 나와서 숙소 근처 역에서 베네치아 섬의 산타루치아 역 티켓을 끊고 산타루치아역으로 향했다. 산타루치아역에서 내리고 밖으로 나오자 기분이 너무도 좋아졌다. 날씨가 맑게 개었고 바로 앞에 강이 있고 배들이 다니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우리가 상상하던 베네치아의 모습이었다. 게다가 어제 밤만 해도 세찬 비바람이 몰아치고 한국 뉴스로도 베네치아 침수와 사망자 소식이 들려왔었기에 걱정이 앞섰었는데, 그 걱정을 모두 잊게 해주는 풍경이었다. 본격적인 베네치아 관광에 앞서 첫 이탈리아 관광이니 파스타를 먹고 싶었다. 수상버스인 바포레토를 타기 전에 한 식당으로 가서 봉골레 파스타와 와인 한 잔을 주문하여 먹었다. 봉골레는 정말 맛있었는데, 이 파스타가 이탈리아에서 먹은 파스타 중 유일하게 성공한 파스타일 줄은 이때는 몰랐었다.

식사를 마치고 나와서, 바포레토를 타고 산 마르코 광장으로 향했다. 수상버스를 타고 가는 동안 시선을 어디다 둬야 할 지 몰랐다. 모든 곳이 맑은 날씨와 어우러져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 냈기 때문이다. 스위스에서 알프스 산맥을 볼 때와는 다른, 사람 사는 공간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구나를 느꼈다. 산 마르코 광장에 도착하니 관광객이 넘쳐났다. 전날 거친 비바람의 영향인지 거리의 상점들은 모두 실내에 들어온 물을 빼내는 데에 열중하고 있었다. 베네치아라는 도시가 그렇게 크지 않고 다 걸어다니거나 바포레토로 충분히 이동할 수 있는 곳이었기에 산 마르코 광장에서 걸어다니면서 작은 수로가 통하는 거리들을 보다 티라미수를 먹고 부라노 섬으로 향했다.

"Monday Better Day
종일 너만 생각하는 그런 날."

부라노 섬은 그 섬을 대표하는 건물이 있거나 유명한 음식이 있는 곳은 아니다. 한국 사람들에게는 아이유의 '하루 끝' 뮤직비디오로 유명한 곳인데, 사람들이 사는 조용한 섬이다. 다만 이 섬의 특징은 건물들이 형형색색의 파스텔 톤으로 이루어져있고, 베네치아 처럼 작은 수로들로 이어져 있어 여유롭고 아름다운 섬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맑은 날씨에 부라노 섬을 걷다보니 자연스럽게 기분이 좋아졌다. 건물들이 아름다운 색으로 너무 예뻤기에 그냥 모든 거리가 사진 찍는 포인트가 되었다. 이곳도 핸드폰 사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DSLR을 챙겨와서 사진을 찍고 조금만 보정을 한다면 정말 좋은 사진이 나올 것만 같아서 아쉽기도 했다.

사진에 부라노 섬을 남기면서 한 바퀴를 쭉 돌고와 부라노 섬의 중심지인 작은 광장에서 이탈리아에서 처음으로 젤라또를 사먹었다. 그 때는 이탈리아에서 처음 먹는 젤라또라 참 맛있게 먹었는데, 이탈리아를 여행하면서 많은 젤라또를 먹다보니 부라노 섬에서 먹은 젤라또는 그리 맛있는 젤라또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다만 젤라또와 부라노 섬의 풍경이 이루어져 젤라또 안에 부라노 섬이라는 맛까지 함께 먹는 듯하여 기분이 산뜻해졌다.

다시 한 시간 정도 바포레토를 타고 베네치아로 돌아와 리알토 다리로 가서 리알토 다리 옆의 식당의 테라스에 앉아 저녁을 먹었다. 점심에 파스타를 먹었기에 저녁으로는 뭘 먹을지 고민됐으나, 피자를 먹기에는 사실 속에 부담이 될 것 같아서 양갈비와 모스카토 와인을 시켜서 먹었다. 양갈비도 간이 잘 맞아서 맛있게 먹었지만, 놀랐던 것은 모스카토 와인이었다. 유럽을 여행하면서 먹은 와인 중 가장 맛있는 와인이었다. 약간 탄산기가 돌면서 조금은 달달한 와인이었는데, 음료수 처럼 맛있게 마셨다. 이제와서 이탈리아 여행을 생각해보면, 베네치아의 음식은 맛있는 편에 속하는 것이었다.

베네치아, 혹은 베니스하면 생각나는 작품은 역시 <베니스의 상인>이다. 갑자기 웬 뜬금없이 셰익스피어 작품 이야기를 하냐면, 베네치아 다음 도시는 로마인데 로마를 배경으로 한 소설을 본 적이 있는지에 대한 의문에서 출발한 것이었다. 아름다운 도시와 거리와 강은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준다. 공간에 대한 인상이 깊으면 자연스럽게 상상력을 자극한다. 베니스의 상인이라는 이야기와는 상관이 없지만 예를 들어 베네치아에서 우연히 만난 두 남녀, 이렇게 평화로운 공간에서 생긴 하나의 살인사건, 이렇게 공간 자체가 하나의 소재가 된다. 이런 생각들을 하다보니 셰익스피어가 <베니스의 상인>이라는 희곡을 쓴 이유도 추측이 가능하다. 이 도시에 대한 인상이 너무 강했기 때문이다. 셰익스피어 작품 중 제목에 한 도시의 이름이 명시되어 있는 건 <베니스의 상인> 밖에 없다. 또 있다면 나의 무지함에서 비롯된 것이겠지만.

DAY 20

Oct 31 2018

베니스

이탈리아IT

오르비에토

이탈리아IT

오르비에토 성당

이탈리아IT

로마

이탈리아IT
"제육볶음이 이렇게
맛있는 음식이었던가?"

오르비에토는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도시이며, '슬로우 시티'라는 슬로건을 내세워 패스트푸드 이런 음식 없이 이 지역에서 난 농산물로 생활하는 도시라고 한다. 푸니쿨라(Funicolare)라고 하는 케이블카 같이 생긴 작은 산악 열차를 타고 올라가야 하는 이 도시는 슬로우 시티라는 명칭에 걸맞게 여유로운 도시이다. 그렇지만 구 시가지 중심에 있는 두오모, 그러니까 오르베이토 대성당 만큼은 거대하고 웅장한데, 이는 과거 오르비에토의 번성 수준을 알려주는 듯 하다. 구 시가지 근처에서 점심을 먹고, 오르비에토 대성당 안으로 5유로의 입장료를 내고 들어갔는데 역시 성당 안은 거기서 거기다. 성당 내부는 세인트 폴 대성당 만한 곳이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당을 빠르게 훑고 나온 뒤 3분 쯤 걸어가 종탑을 올라갔다. 오르비에토가 언덕 위에 위치한 도시인데, 이 도시에서 가장 높은 종탑에 올라가면 360도 파노라마로 주변이 모두 보인데서 올라갔는데 관광객이 나밖에 없었다. 그렇게 파리에서와 마찬가지로 400개의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왜 관광객이 없는지 중간쯤 갔을 때 이해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결국 종탑 위에 다와서 360로 오르비에토 주변 풍경을 바라봤을 때, 트인 전경이 힘들었던 것을 달래주는 듯 했다. 물론 종아리는 계속 후들거렸다. 날씨가 좋았으면 좋았을텐데, 뮌헨 이후로 유럽 날씨는 계속 비가 오다 말았다 하는 게 너무도 안타깝다.

후들거리는 종아리를 붙잡고 광장으로 내려오니 아이들이 할로윈 분장을 하고 거리의 가게들을 돌아다니며 사탕을 달라고 하고 있었고, 가게의 종업원들은 웃으면서 사탕을 주고 있었다. 몇일 전부터 SNS를 보면 한국은 할로윈 당일이 아님에도 코스튬을 하고 이태원을 가서 사람이 미어터지는 속에서 할로윈 분위기를 내던데, 유럽은 당일날 아이들을 제외하고는 딱히 할로윈 분위기를 느낄 수는 없었다. 유독 한국이 더 서구화 되었다는 생각을 한다. 재밌었던 코스튬은 아이들이 아니라, 거리를 거니는데 웬 작은 사자가 있는 것이어서 깜짝 놀라서 바라보니 강아지에 사자 갈기를 씌운 것이었다. 너무 재밌어서 사진을 찍고 싶지만 실례가 될 것 같아서 그러지 못했다.

저녁에 로마에 도착해서 짐을 풀고 바로 거리로 나섰다. 숙소 근처에 한식당이 있다고 해서 그곳으로 달려갔다. 마침 한국에서 친구들이 나를 위해 시작한 '김치소주챌린지'로 인해 내 한식 사랑이 한계점에 도달했던 차였다. 한식당에 가서 김치찌개에 제육볶음을 먹었는데, 김치찌개는 국물의 얼큰함이 조금 아쉬웠지만 제육볶음은 최고 였다. 내 인생 제육볶음은 예전에 서울 남대문 근처의 이름없는 식당에서 먹은 촉촉한 제육이었는데 그것과 더불어 여기서 먹은 제육도 촉촉하고 쫀득한 것이 살면서 먹은 제육 중에 가장 맛있는 제육 중 하나였다. 밥 한 공기를 가볍게 비웠다.

DAY 21

Nov 01 2018

Roma Termini

이탈리아IT

콜로세움

이탈리아IT

포로 로마노

이탈리아IT

캄피돌리오 언덕

이탈리아IT

베네치아 광장

이탈리아IT

나보나 광장

이탈리아IT

포폴로 광장

이탈리아IT

스페인광장

이탈리아IT
"죽은 도시는 말이 없다."

우선 비가 왔다. 뭐 그건 괜찮다. 런던에서부터 비맞고 다녔기에 사실 비맞는 것에 대해서는 면역이 되어있다. 그렇지만 사람이 너무 많다. 로마에서 실제로 로마 사는 사람을 만나긴 한 건가 싶을 정도로 관광객이 너무 많다. 숙소에서 지하철을 타고 콜로세움 쪽으로 향했는데 콜로세움에 선 줄이 너무나 길었다. 그래서 과감하게 안으로 들어가 콜로세움 내부를 보는 것은 포기했다. 물론 콜로세움은 웅장하긴 했지만, 아름다운 건축물은 분명 아니었고 또한 비가 오는데 관광객들한테 치이는 것보다 그냥 돌아다니는 게 오히려 나에게 좋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콜로세움에서 포로 로마노 쪽으로 걸어가는데, 어떤 예술가분이 길거리에서 락커로 콜로세움을 그리고 있었다. 너무 신기하고 잘 하셔서 작품 시작부터 완성되는 것까지 지켜보았다. 다 그린 작품은 10유로 밖에 안 한다길래 자칫하면 살 뻔했다. 날씨가 안 좋아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캄피돌리오 언덕을 통해서 포로 로마노를 바라보는데 사실 별 감흥이 없었다. 물론 기원 전에, 로마의 문명이 얼마나 방대하고 발전되고 위대했는지는 잘 알 수 있었지만, 사실 그것은 2000년 전의 이야기이다. 정말 좋은 도시는 과거와 현재가 맞닿아 숨쉬며 미래로 나아가는 도시가 여행하기도 그렇고 정말 좋은 도시라는 생각인데, 로마라는 도시는 그저 2000년 전 과거의 유적과 유물들에 얽매여 죽은 자들이 건네는 이야기를 제외하고는 다른 게 없는 삭막한 도시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곳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볼 수 없고, 관광객들만 있다.

그렇지만 또 숙소에서 쉬는 것보다는 돌아다니는 게 낫다는 생각에, 나보나 광장으로 가서 티라미수와 커피 한 잔을 시켜서 먹고, 또 걸어서 포폴로 광장으로 갔다가, <로마의 휴일>이라는 고전 영화에 나온 스페인 광장도 갔다가 숙소로 돌아오니 5시 였다. 모든 광장들도 관광객으로 가득 차서 광장의 여유라고는 볼 수 없었기에 나도 어떠한 감흥과 감정의 변화없이 그저 걷다가 숙소로 돌아왔다. 숙소에서 잠깐 쉬다 비가 그치자 테르미니역 푸드코트로 가서 로마가 원조라는 까르보나라를 먹었는데, 남겼다. 반 쯤 남겼다. 짜고 느끼했다. 트러플을 올렸는데 트러플 향이 너무 강해서 먹기 거북할 정도였다. 당장이라도 공항으로 달려가 면세점에서 종갓집 김치를 사서 크게 한 입 베어물고 싶은 그런 맛이었다. 유럽 여행을 하면서 이렇게 의욕없고 감흥없는 도시는 로마가 처음이다.

DAY 22

Nov 02 2018

판테온

이탈리아IT

트레비 분수

이탈리아IT

성천사성

이탈리아IT
"그들은 과거에 살고 있다.
미래를 기대할 수 없는 과거."

로마에서 음식을 먹는 게 두려워져 숙소에서 나와 한식집으로 향했다. 뚝배기 불고기에 공기밥을 먹고 길을 나섰다. 원래 계획으로는 바티칸 투어를 신청해서 바티칸 공국을 가서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나 이런 것들을 볼 계획이었지만, 날씨도 안 좋고 바티칸에 사람이 넘쳐날 것 같아서 과감하게 포기했다. 바티칸 투어를 갔던 사람들의 후기를 들어보니 내 예상과 딱 맞아 떨어졌기에 이번에도 운이 좋았다.

그냥 어제 못 갔던 곳을 걸어서 로마 한 바퀴를 쭉 돌았다. 판테온도 가고, 동전을 던지는 트레비 분수도 가고, 역시 분수 앞에는 사람이 바글바글 했다. 무슨 이놈의 도시는 어딜가도 관광객이다. 계속 걷다가 오늘도 역시 한 다섯시 쯤 테르미니역 앞에서 마르게리따 피자 한 조각과 맥주를 사서 숙소로 돌아와 먹고 빠르게 잠이 들었다. 아, 그 전에 로마의 삼대 젤라또 집이라고 불리는 곳에가서 젤라또를 먹었는데 그 맛은 정말 기가 막혔다. 이 것을 제외하고는 로마에서 인상깊은 기억이라고는 없다. 로마는 살아숨쉬며 호흡하는 도시가 아니라 그저 관광객과 관광업에만 의지하는 삭막한 죽은 도시라는 인상만 남을 뿐이다.

DAY 23

Nov 03 2018

로마

이탈리아IT

시에나

이탈리아IT

플로렌스

이탈리아IT
"냉정과 열정 사이."

시에나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냉정과 열정 사이>를 보았다. 사실 영화는 <러브레터>와 <지금 만나러 갑니다>에 영향을 받은 피렌체 배경의 일본 감성 가득한 그저 그런 영화였다. 미술 복원사라는 소재 자체는 흥미롭지만, 그게 끝이다. 그런데 영화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 "피렌체는 관광업에만 의지하는 죽은 도시야." 내가 로마에서 했던 말이랑 비슷한 대사가 나오길래 피렌체에 대한 걱정이 들었다. 그래도 피렌체에 가면 이 영화에 나온 곳들을 가보고 싶어졌다. 목표와 테마가 있는 여행은 괜찮을 것이다라는 자기 세뇌를 계속해서 하면서.

점심은 시에나에서 먹었다. 시에나는 피렌체와의 경쟁에서 밀린 도시국가인데, 그래서 중세의 모습이 잘 간직되어 있다고 했다. 토스카나 지역에서 유명한 것은 티본 스테이크라길래, 그 4명의 누나들과 함께 티본 스테이크에 미트 소스 파스타, 그리고 와인을 시켜서 먹었다. 티본 스테이크는 상당히 맛있었고, 파스타는 우리가 이탈리아에서 먹은 파스타 중에 그나마 아는 맛이라고 맛있게 먹었다. 다들 얘기를 들어보니 이 누나들도 로마에서 모든 음식에 실패했다고 한다. 그중에서도 특히 파스타가 최악이었다고 한다.

음식을 먹고 나와서 시에나의 캄포 광장 바닥에 다들 앉아서 젤라또를 먹으며 수다를 떨다가 피렌체로 향하는 버스에 탑승했다. 피렌체에 도착해서는 그 누나들과 저녁을 먹으려 했는데, 가려고 한 식당이 예약이 아니면 받지 않는다길래 피자를 테이크아웃 해와서 호텔에 있는 테라스에서 피자와 맥주를 깔아놓고 먹었다. 이 날의 대화 주제는 연예가 찌라시였는데, 연극영화과 나와서 연예계 찌라시 듣고 얘기하는 내 자신이 조금 부끄러워졌다. 사실 우리 세계에서는 아무렇지도 않은 일들인데, 다른 사람들은 흥미로워 할 걸 아니까 나도 몇가지를 얘기했다. 내 자신을 깎아내린 거나 다름없다. 물론 피자도 맛있었고 맥주도 좋았고 대화도 즐거웠지만, 다 먹고 숙소에 돌아와 생각해보니 사실 조금 부끄러운 일이었던 것일 뿐이다.

DAY 24

Nov 04 2018

산 로렌초 성당

이탈리아IT

피렌체 대성당

이탈리아IT

Palazzo Vecchio

이탈리아IT

조토의 종탑

이탈리아IT

미켈란젤로 광장

이탈리아IT
"두오모는 연인들의 성지래.
영원한 사랑을 맹세하는 곳."

아침에 숙소 근처 코인세탁소에서 빨래를 하고 길을 나섰다. 피렌체도 역시 로마와 같이 사람이 많으나, 거리가 아기자기하고 도시 자체가 작기 때문에 로마보다 다니기가 수월했다. 숙소에서 5분만 걸어가면 두오모가 나오기에 걸어갔다. 두오모 앞에는 성당 안과 종탑을 올라가기 위해 사람들이 줄을 서서 대기하고 있었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줄 서는 것은 내 성향과는 전혀 맞지 않기 때문에 패스하고 베키오 광장쪽으로 향했다. 조식을 먹지 않고 나왔기에 배가 고파왔으나 아직 12시가 되지 않아 점심식사를 할 수 있는 곳이 없었다. 그래서 눈에 보이는 젤라또 집으로 향했다. 종업원에게 호구를 잡혀서 15유로 짜리 젤라또를 먹었다. 물론 양은 많았지만, 비도 추적추적 오는데 15유로짜리 젤라또를 비맞으며 걸어가면서 먹자니 오늘 여행은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오모를 보고 베키오 궁전과 베키오 광장, 그리고 베키오 다리를 보았으니 피렌체 관광의 절반을 벌써 마쳤다. 열 두시가 지나있어서 근처 식당으로 갔다. 까르보나라 파스타와 스테이크를 시켰는데, 둘다 내 입맛에 전혀 맞지 않았다. 아니 애초에 이탈리아 까르보나라는 나와 맞지 않는 거일 수도. 두 음식다 남기고 말았다. 식당에서 나와서 두오모 종탑을 올라가자니 기다리는 게 싫어서 바로 앞에 비슷한 높이인 조토의 종탑을 올라가기로 했다. 조토의 종탑이 좀 더 합리적인 이유는 기다리지 않아도 되고, 두오모 종탑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결정적인 이유로는, 영화 <냉정과 열정사이> 때문이다.

"준셰이, 두오모는 연인들의 성지래.
영원한 사랑을 맹세하는 곳.
내 30살 생일에 같이 올라가줄래?"

그렇다. 연인들의 성지라서 올라갈 이유가 없는 것이다. 나는 당당한 혼자 여행객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높은 곳을 올라가는 계단은 분명 좁을 것이고, 두오모 종탑에 사람은 몰리기에 올라가는 길에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 분명해 보였다. 물론 글을 쓸 때는 이렇게 이유를 덧붙이지만 사실 귀찮아서 조토의 종탑으로 올라간 것이 맞다. 그렇지만 후회했다. 계단 400개는 항상 느끼는 거지만, 함부로 도전해서는 안된다. 차라리 북한산 등산을 하는 것이 더 편할지도 모른다. 좁은 계단을 종아리가 후들거리고 숨이 턱에 차서 죽기 일보 직전일 때, 종탑 꼭대기에 도착했다. 밥을 먹고 나오니까 날씨는 맑게 개어있고, 두오모 종탑이 보이고 피렌체 전경이 보이는 종탑 꼭대기의 시야는 힘들었던 것을 잊게 해줄 만큼 아름다웠으나 힘든 건 힘든 것이다. 그리고 조토의 종탑 꼭대기에서도 한 커플이 키스를 나누고 있었다. 그런 건 두오모 종탑가서나 하라고 커플들아.

종탑에서 내려와 우피치 미술관으로 향했으나, 내가 세상에서 본 줄 중에 퀸 내한 콘서트를 제외하고 제일 길었기에 과감히 포기했다. 어차피 사전예약제인데 사전 예약을 안했다. 미술관으로 향한 이유는 아직 시간이 세시 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을 뿐 그림과 조각을 볼 생각은 없었다. 그래서 숙소로 돌아와서 쉬었다가 야경을 보러 나가기로 했다.

숙소로 돌아와 쉰 후, 버스를 타고 미켈란젤로 언덕으로 향했다. 시간이 저녁 7시 쯤이었다. 갑자기 버스에서 한국에 있는 지원누나에게 보이스톡 전화가 온 것이다. 분명 한국 시간으로는 새벽 3시나 4시 쯤이었을텐데, 이 누나는 항상 할 일 없을 때 나한테 전화를 하더라. 근데 그 누나의 연인과 헤어진 얘기를 듣자니 통화가 길어져서 버스에 내려서 야경을 보면서도 통화를 했다. 야경은, 피렌체 전경이 다 보이긴 하지만, 사실 이쯤되면 감흥이 없다. 그냥 보면서 멍때리다가 <냉정과 열정사이>에 나왔던 곳을 가보고 싶어서 구글 지도를 켜서 그 방향으로 향했다. 그런데 언덕에서 밤의 피렌체 전경을 보는 것 보다, 사람이 없는 피렌체의 밤거리를 걷는 것이 훨씬 아름다웠다. 주머니에서 에어팟을 꺼내 윤건의 '우리 둘만 아는'을 들었다. 혼자 걸어가고 있었지만 이 낭만적인 밤거리에는 이 노래가 어울렸다. 그런데 눈에는 눈물이 맺혀있었다. 나만 아니까.

<냉정과 열정사이>에서 준셰이와 아오이가 피렌체에서 재회한 성당 앞을 보고 감성이 너무 충만해지니 내 몸안에서 맥주를 원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민주 누나에게 문자를 보냈다. 오늘 맥주 마실 거냐고. 그러니까 희원 누나한테 보이스톡 전화가 와서 자기들 치킨에 맥주먹으러 왔다고 올거냐고 물었다.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었다. 나는 맥주가 너무 마시고 싶었기에 가겠다고 했다. 맥주를 마시면서 피키캐스트에 있는 은밀한 대화방을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 각종 성 관련 고민이 가득한. 뭔가 여자 네 명과 남자 한 명이서 이런 대화를 유럽에서 나눈다는게 생각해보면 참 웃긴 일이긴 하지만, 난 이제 어떠한 대화 주제가 나와도 놀라지 않는 강력한 면역력을 지니고 있는 것 같다.

치맥을 먹고 나오니 비가 오고 있었다. 망할 유럽 날씨. 치킨 집 앞에서 가수 노래 대기 게임을 하면서 비가 그치기를 기다렸으나 비가 그치지 않아 그냥 비맞으면서 숙소 까지 걸어가기로 했다. 걸어가는 도중에 비는 거의 그쳐서 별로 영향이 되진 않았다. 숙소에 거의 다 왔을 때 누나들이 젤라또를 먹자고 했다. 유럽 여행 중 마지막 젤라또라면서, 나는 늘 먹던 맛인 Fragola(딸기) 젤라또를 먹으며 또 수다를 떨다가 숙소로 돌아왔다.

DAY 25

Nov 05 2018

플로렌스

이탈리아IT

니스

프랑스FR

모나코

모나코MC
"즉흥적인 모나코행."

피렌체에서 니스까지는 버스로 6시간 정도 걸려서 우리는 두시 쯤 니스에 도착했다. 숙소에 짐을 풀고 잠깐 쉬다 세시 쯤 점심을 먹고 숙소에서 5분 걸어가면 바다가 있다고 해서 산책을 할려고 숙소를 나왔다. 구글 지도를 보고 간 식당이 점심 영업이 끝났다고 해서 알겠다고 한 후 숙소 쪽으로 걸어오는데 혼자 어딘가로 걸어가고 있는 진아 누나를 마주쳤다.

"누나 어디 가요?"
"모나코. 되게 예쁘대."
"아, 그래요?"
"너도 갈래?"
"네?"

그렇게 갑작스럽게 모나코 행이 결정되었다. 나는 아무런 준비도 없이 그냥 핸드폰과 지갑, 담배만 들고 나왔는데 버스를 타고 한 시간 걸리는 곳을 가게 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렇지만 난 즉흥적인 것을 좋아한다. 이것도 하나의 재미다라고 생각하면서 진아 누나와 모나코행 버스를 탑승했다. 모나코로 가는 길에 갑자기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모나코에 도착하니 해가 지고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다. 이런 상황을 딱히 여행하기 좋은 상황은 아니라고 얘기하는데 우리 둘은 한 마디로 표현했다. '줓됐다'

모나코는 우선 아름다운 국가임에는 분명하다. 그런데 앞에 가정이 붙는다. 날씨가 좋아야 한다. 날씨가 좋을 때 모나코는 정말 예쁠 것 같았다. 앞의 해변과, 놀이공원, 그리고 많은 카지노까지. 물론 우리가 본 밤의 거리도 예뻤다. 그렇지만 밤에 해변 갔는데 불도 켜져있지 않으니 우린 그냥 어두운 바다를 보았다. 인스타그램에 '모나코'라는 장소 표시가 없다면 인천 앞바다에서 사진 찍은 거랑 똑같은 상황이다. 하지만 이러한 즉흥성이 너무도 재밌었기에 나와 진아누나는 해변에서 사진을 찍고 밥을 먹고, 체력을 거의 다 소진한 채 돌아왔다. 진아 누나는 나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했지만, 내가 좋아서 따라온 것이기에 그런 말 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DAY 26

Nov 06 2018

니스

프랑스FR

아를

프랑스FR

바르셀로나

스페인ES
"고흐가 사랑한 도시."

니스에서 버스를 타고 아를에 도착했다. 고흐가 말년에 살았던 도시. 'Starry Night'과 '밤의 카페 테라스'를 그렸던 작은 도시. 버스에서 내려서 나는 론 강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운이 좋게도 날씨가 좋았다. 이제는 날씨가 좋으면 운 좋다고 표현할 정도로 이번 여행에서는 비가 많이 내렸다. 점심을 간단하게 먹고, 아를 시내를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고대 로마 극장 유적도 볼 수 있었고, 고대 로마 경기장도 보았다. 극장 유적을 볼 수 있는 것은 좀 기쁜 일이었다. 책에서 텍스트로 읽어낸 것들을 실제로 구현된 것으로 보았을 때 느껴지는 쾌감이 있다. 그렇지만 날씨가 좋아서 아를의 거리가 참 좋았다. 여유롭고 아기자기한 그런 거리, 역시 여행할 때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도 날씨인 것 같다. 그 다음은 음식.

약간 시간이 남았는데, 돌아다니다가 4명의 누나들을 만나 론 강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다가 버스를 타고 바르셀로나로 향했다. 바르셀로나까지 6시간 정도 소요된다고 했는데, 이제 장시간 이동 정도는 가볍게 버틸 수 있다. 12시간 넘으면 조금 힘들어질 뿐이지 6시간이야 뭐, 자면 그만이다. 어릴 때나 중고등학생 때만 하더라도 나는 버스에서 쉽게 자는 성격이 아니었는데, 지금도 푹 자지는 못하지만 잘 잘 수는 있다.

바르셀로나에 도착하여 숙소에 짐을 풀고 저녁을 먹고 사그라다 파밀리아 대성당 쪽으로 소화도 시킬겸 발걸음을 옮겼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대성당이 야경 불빛이 이쁘고 그런 건 아니었지만, 그 건축물 자체를 보는 순간 감격했다. 건축물 자체가 주는 감격스러움, 파리의 에펠탑에 이은 두 번째였다. 이 건축물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모르지만 밤에 어두운 이 성당을 보면서 가우디라는 사람은 정말 천재구나라고 생각하며 숙소로 돌아왔다.

DAY 27

Nov 07 2018

구엘 공원

스페인ES

카사 밀라

스페인ES

카사 바트요

스페인ES

사그라다 파밀리아

스페인ES

피카소 미술관

스페인ES
"자연에는 오로지 곡선만이 존재한다."

가우디 투어를 신청했기에 10시에 집합장소로 나갔다. 수신기와 이어폰을 꼽고 가이드님의 설명을 들으며 구엘 공원으로 향했다. 구엘 공원은 원래 판교 주택단지 처럼 바르셀로나의 부자들을 위한 거주지역이었으나 너무 높고, 교통의 불편함으로 인해 분양에 실패한 실패작이라고 한다. 당시에는 실패했으나 지금은 바르셀로나에 엄청난 수익을 가져다주는 가우디의 천재성을 확인할 수 있는 공원으로 바뀐 상태인 것이다. 우선, '자연에는 오로지 곡선만이 존재한다'는 가우디의 생각에 의한 구조물들이 인상깊었다. 인공적으로 돌들을 조각내서 산책로나 마차 길 들을 자연의 일부처럼 보이게 만든 것들이나, 곡선의 형태를 구현하기 위해 타일들을 일일이 깨서 색을 입힌 것들, 그리고 달리에게 영감을 준 구조물 등 모든 것이 천재성으로 가득했다.

구엘 공원에서 이동하여 카사 밀라의 설명을 들을 때는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다. 사실 이 눈물의 의미가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다. 굳이 표현해자면 천재성에 대한 존경심이랄까. 우선 100년 전 건축에서 가로창을 활용했다는 것, 굴뚝의 개념 밖에 없던 옥상을 산책로로 활용한 것, 그리고 구조변경의 용이함을 위해 방을 제거했다는 것 등이 경외로웠다. 지금이야 당연한 개념이지만, 그 개념을 정립한 근대 건축의 아버지인 르 코르뷔지에도 가우디의 영향을 받았다는 것이다. 여담으로 프랑스에서 르 코르뷔지에의 빌라 사보아와 몽샹 성당을 가보지 못한 것은 아쉬움으로 남아있다.

내가 건축에 관심을 가진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예전에 미학 공부를 할 때 건축에 대해서 무슨 고딕 양식이니 로마네스크 양식이니, 바로크 양식이니 할 때는 별로 관심을 갖지 않았었는데 최근에 읽은 유현준 교수의 <어디서 살 것인가>라는 책을 읽고 건축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 그리고 오늘 가우디 투어를 들으면서는 복수전공을 아예 건축학과로 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나는 어떠한 아름다운 건축물을 짓기 보다는 건축을 통해 우리의 거리, 우리의 교육, 우리의 사고등을 변화시킬 수 있는 영향을 끼치는 데에 더욱 더 흥미가 생긴다.

지금은 바르셀로나 글로벌 기업인 츄파 츕스가 가지고 있는 카사 바트요도 흥미로웠다. 그냥 볼때는 뼈 모양의 기괴한 주택인데, 다른 시각으로 보면 지중해를 표현한 것이기도 하고, 그리고 바르셀로나의 건국 신화인 산 조르디 신화를 표현했다고 바라보는 시각으로도 볼 수 있어서 재미있는 건물이었다. 모든지 다양한 해석의 영역을 열어두는 것은 보는 사람에게 흥미가 생기게 한다는 것을 보며 영화도 역시 그렇지라고 생각한 것 같다.

11.95유로에 싸게 코스 요리를 먹을 수 있는 메뉴 델 디아 집에서 민주 누나와 진아 누나와 와인 한 잔을 곁들여 점심을 먹고 나니 다들 얼굴이 벌개져 있었다. 나는 안 그런 줄 알았는데 투어의 마지막 코스인 사그라다 파밀리아로 향하는 지하철 안에서 보니 내 얼굴도 벌개져 있었다. 낮에 보는 사그라다 파밀리아 대성당도 정말 멋있었다.더욱더 놀라운 것은 지금 내가 보고 있는 웅장한 건축물이 2026년 완공까지 이 높이보다 1.5배 더 높이 올라갈 것이라는 것이었다. 이렇게 거대하고 웅장한 건축물, 그것을 30살의 나이에 구상하고 설계한다는 천재성에도 감탄하고 2026년에 완공되었을 때 다시 한 번 더 와야겠다는 생각이 확실해졌다. 가이드님이 성당 조각에 담겨 있는 성경이야기를 해주실 때에는 지금까지 항상 생각만하고 못했던 거지만, 성경을 한 번 제대로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가우디의 죽음까지 이어지는 투어를 들으면서, 이번 여행 중 유일한 가이드 투어였지만 정말 하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투어가 끝나고 난 혼자 피카소 미술관으로 향했다. 물론 아침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이어지는 투어에 지쳐있긴 했지만, 피카소 미술관에서 피카소의 작품을 꼭 보고 싶었다. 미술관으로 가서 티켓을 사려는데 예술계 대학생은 티켓값이 무료였다. 정말 기분 좋았다. 5유로를 결제하여 오디오 가이드를 들고 미술관 내부로 입장했다. 그냥 우리는 피카소의 대표작만 보니까 처음부터 피카소가 어떻게 보면 이렇게 기괴하게 그렸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이 미술관은 피카소의 어린 시절 그림부터 전시를 해 놓았기에 피카소가 미술 학교를 다닐 때의 그림이나 평소 메모하듯 스케치한 그림들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그리고 든 생각은 천재는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것이다. 피카소도 우리들과 마찬가지로 기본 데샹부터 시작했던 사람이고 중반 이후에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피카소의 그림들 같은 경우는 피카소가 다양한 지적 자극을 받으면서 정립해낸 피카소 만의 스타일인 것이다. 나도 예술을 하는 입장에서 나도 모르게 안심이 되었다. 천재는 갑자기 등장하는 게 아니라는 걸. 그리고 내가 지금 가고 있는 길이 맞다는 생각도 들었다. 다양한 자극을 받으려 노력하는 것.

미술관에서 나와 타파스 바에가서 이베리코 하몽 타파스와 맥주 두잔을 마시고 알딸딸한 상태로 숙소로 돌아왔다.

DAY 28

Nov 08 2018

바르셀로네타 해변

스페인ES

La Rambla

스페인ES

레이알광장

스페인ES

Cathedral of Barcelona

스페인ES

Camp Nou

스페인ES

Bunkers del Carmel

스페인ES
"자전거를 탄 남자."

유럽 마지막 날의 아침이다. 숙소에서 조식을 간단하게 먹고, 8유로를 주고 자전거를 대여했다. 바르셀로나는 자전거 타기 참 좋은 도시다. 자전거 도로도 잘 되어있고, 어디를 가든 자전거를 세워둘 수 있는 곳이 있다. 심지어는 자동차 로터리에는 자전거 로터리도 같이 있었다. 나는 가방을 매고 자전거를 타며 바르셀로네타 해변으로 향했다. 누드 비치라는 말에 왠지 모를 어떠한 기대감을 갖고 향했으나 아침이라 어떤 아저씨 한 분이 다 벗고 들어간 걸 제외하고는 대부분 해변을 걷는 사람들이었다. 나도 자전거를 잠시 세워두고 모래 사장을 쭉 걸었다.

다시 자전거를 타고 람블라스 거리로 향했고, 레이알 광장에 자전거를 잠시 세워두고 식당에 들어가 빠에야를 주문했다. 혼자 여행하면서 음식 시키면서 서러웠던 적이 딱히 없었는데, 빠에야는 2인분 부터 주문이 가능했다. 울며 겨자먹기로 2인분 시켰다. 먹물 빠에야였는데 오징어는 정말 조금 들어있더라. 그래도 샹그리아 와인과 함께 맛있게 잘 먹었다. 먹물 리조또라고 생각하면 편하다. 사실 유럽에서 밥이랑 같이 먹는 음식은 다 맛있다. 밥에 대한 그리움이 너무 커져있기 때문이다.

밥을 다 먹고 자전거를 타고 숙소에 자전거를 반납하기 위해 숙소로 향했다. 달콤한 샹그리아 와인을 한 잔 마신 상태였기에 이거 음주운전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지만, 어쨌든 숙소로 가긴 가야했다. 숙소에 자전거를 반납하고 캄프 누로 향했다. 바르셀로나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물론 가우디겠지만, 남자들의 로망과 같은 세계에서 가장 큰 경기장이자 가장 큰 클럽인 바르셀로나 홈구장으로 향하는 건 다시 생각해봐도 설레는 여정이었다. 역에서 내려 캄프 누 쪽으로 걸어가다 캄프 누 입구에 걸려있는 'Biviendos(환영합니다)'를 보았을 때 정말 설렜다. 사실 어떤 생각까지 했냐면 캄프 누 투어 중에 메시를 만나서 사진 찍는 상상까지 걸어오면서 했다.

캄프 누 익스피리언스 티켓을 끊고 안으로 들어가는데, 역시 빅클럽은 뭔가 달라도 다르다고 느꼈다. 클럽의 가치관, 'Mes que un club', 클럽보다 더 위대한이라는 클럽의 가치관이 잘 전달되었고 클럽의 역사도 잘 보존되어 있었다. 지금까지 우승했던 트로피도 다 전시되어 있었고 심지어 메시의 발롱도르도 전시되어 있었다. 박물관 존을 지나면 관객석 존으로 안내되는데 거기서 경기장 내부를 볼 수 있었다. 9만 9천석 규모의 캄프 누 경기장은 정말 컸다. 그런데 이 투어가 진짜 돈이 아깝지 않은게 경기장 내부를 볼 기회가 이게 끝인 줄 알았다. 그런데 더 가니 선수들의 라커룸과 프레스존까지 보여주더니, 선수들 입장하는 곳을 지나 그라운드도 밟게 해준다. 감독과 코치들이 앉는 코치석에 앉을 수 있게도 해준다. 캄프 누 경기장에 들어서서 잔디를 밟았을 때, 마냥 내가 축구 선수라면 충분히 자부심을 가질 일이라 생각한다.

가이드 없이 혼자 돌아다니는 익스피리언스 투어의 마지막은 가장 큰 바르셀로나 메가 스토어로 안내되는데, 메시 유니폼과 바르셀로나 머플러를 샀다. 사야만 했다. 여기까지 왔는데, 그리고 살면서 살아있는 전설인 메시 유니폼 하나 쯤은 사야한다는 생각으로 100유로에 샀다. 정말 돈이 아깝지 않다. 다음 번에는 반드시 캄프 누에서 축구 경기를 보고 싶었다. 우리가 TV 중계로 보는 것보다 실제로 보는 뷰가 훨씬 좋았기 때문이고, 바르셀로나 홈의 열기를 한 번 느껴보고 싶기도 하기 때문이다. 캄프 누 까지 봤으니 바르셀로나는 정말 후회가 없다.

자전거와 투어, 그리고 하루종일 매고다닌 가방으로 인해 피로가 쌓였지만 유럽 여행을 아름답게 마무리하기 위해 벙커 델 카르멘 언덕으로 야경을 보러 향했다. 걸어서 올라가는데 사투리로 고바이, 언덕길이라 힘들었지만 머리 속으로 노틀담 종탑과 피렌체 종탑을 생각하다보면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생각으로 버틸 수 있었다. 벙커 언덕에는 한국인들이 많았다. 역시 네이버 블로그로 유명해진 곳 답다. 그러나 이곳이 좋았던 이유는 일단 힙했다. 뭔가 부서진 건물의 잔해 위에 올라가 야경을 보는 그런 느낌이다. 지금까지 유럽에서의 야경은 유람선 아니면 광장 언덕에서 보는 야경이라 오로지 야경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 벙커는 분위기까지 한 몫했다. 미리 사둔 맥주 두 캔을 마시면서 마지막 날, 마지막 일정, 마지막 밤, 마지막 야경을 생각하며 야경을 보며 멍을 때리다 내려와 숙소로 향했다.

DAY 29

Nov 09 2018

바르셀로나 엘프라트 공항

스페인ES

히스로 공항

영국GB

인천국제공항

대한민국KR
"나는 무엇을 얻고
한국으로 돌아가는가?"

잘까 버티고 비행기에서 잘까 고민하다 새벽 두시에 잠이 들었다. 그리고 새벽 네시에 일어나 공항으로 향해 런던 히드로행 비행기를 타고, 런던을 경유하여 11시간 동안 비행하여 한국에 돌아왔다.

휴학한 이유이자, 휴학의 핵심이었던 한 달간의 유럽 여행동안 나는 무엇을 느끼고 얼마나 성장했을까. 그것을 깨닫기엔 아직 이르지만, 한 달이라는 시간 동안 나는 살면서 해보지 못한 수많은 경험들을 했음에는 분명하다.

런던 잔디밭에서의 피크닉, 파리의 예술, 알프스의 풍경과 스카이다이빙, 뮌헨에서의 자전거와 맥주, 빈에서의 놀이기구와 음악회, 베네치아의 수상보트, 바르셀로나의 가우디와 캄프 누등 정말 좋은 경험들을 했다.

스위스에서 만나 동행했던 누나, 그리고 뮌헨에서부터 한국오는 비행기에서 까지 계속 즐겁게 놀았던 영진 누나, 민주 누나, 진아 누나, 희원 누나, 또 2조 지윤 누나, 호연이, 강재까지 좋은 인연들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아직까지는 한국에 왔다는 실감조차 제대로 들지 않지만 나는 한 달 동안 충분히

젊음스러웠다. 낭만적이었다.
다음에 또 올 날을 기약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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