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1

Sep 27 2018

김포공항국내선

대한민국KR

제주국제공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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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게스트하우스 몽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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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 고프다!

집에서 밥을 먹은 직후에 출발했지만 공항에 도착하니 다시 밥먹을 시간이 되었다.
공항에 마땅한 식당도 없고 하나 있던 식당은 국수가 6천원대였으므로 던킨도넛에서 간단하게 먹기로 했다.

올드훼션드를 어떻게 발음해서 주문하나 잠시 고민하고나서 정직한 발음으로 주문을 했다.
"직접 가져오셔서 계산하시면 됩니다."
...
괜한 고민을 했다.
심지어 올드훼션드는 품절이었다.
옥수로 맛있다는 옥수수 알갱이가 씹히는 옥수수 도넛과 나의 최애도넛 바바리안을 집어들고 커피 한잔과 함께 계산했다.

7000원이 나왔다...

...

괜찮아..
하나는 내일 한라산에서 먹으면 되지 뭐..

사진이 없는 것을 보니 어지간히도 배가 고팠나보다.

바로 탑승장으로 들어가려 했는데..아뿔싸! 커피!
다행히 아아를 주문해서 원샷하고 들어갈 수 있었다.
함께 먹은 옥수로 맛있는 옥수수 도넛은 그다지 옥수로 맛있지도 않았고 옥수수 알갱이도 보이지 않았다.

들어가면서 눈을 들어 올려다보니 3층에 식당들이 즐비했다.

탑승을 기다리는 동안 노을이 너무 예뻐 창가에 붙어 사진을 찍고 싶었지만 촌티날까봐 가만히 앉아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촌빨 날리더라도 찍어올껄 그랬다.
도킹(?)한 비행기 찍을 시간에 노을을 찍었으면 좋았을텐데..

그리고 50분 출발이라던 비행기가 지연되어 50분에 탑승을 시작한다는 방송이 나온다.
9시가 한라산등반 교육시간인데 안그래도 시간을 간당간당하게 잡아놔서 나는 100% 늦게 생겼다.

십여년 전에 인터넷에서 익스트림 다림질이라는 것을 처음 접했다.
그 후에 비자카드에서 여행을 하며 춤을 추는 동영상을 찍은 광고를 보았다.
나도 저런 특색있는 기록을 남기고 싶어 뭔가 특별한게 없을까 고민하던 차였다.

그러다 문득 내 첫 해외여행에 데리고 다녔던 곰돌이가 생각났다.
그때 많은 관광객들이 곰돌이가 아름답다며 칭찬을 했었다.
왜 곰돌이보고 "귀엽다"가 아니라 "아름답다"고 했는지는 의문..

호주에서는 내 담요친구 벤과 함께 여행을 했었는데..
이번에는 왜 떠올리지 못했는지..
그래서 새로운 여행친구를 찾아야 했다.

내가 떠올린 아이디어는 페이퍼차일드!
괜스레 동물친구로 하고 싶어서 내가 태어난 해의 파란쥐로 정했다.
동물을 그려본 적이 별로 없어서 걱정이었지만 몇장 안그릴거니까 괜찮겠지..
여행을 급하게 잡아 시간이 없는 관계로 디자인은 비행기에서 하고 그림은 가서 그리기로 했다.

이것이 절대 성사될 수 없는 계획이었음을 그때는 몰랐지..

교육은 진행중이었지만 중간에 들어갈 수 있었다.
평일인데도 꽤 많은 사람들이 교육을 받고 있었다.
이미 교육은 후반이었고 질문시간에 내가 던진 질문은 이미 초반에 교육했던 내용이었는지 따로 다시 이야기 해준다고 하신다.

코스는 관음사에서 시작해 성판악으로 내려오는 코스가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올라갈 때 해를 등지고 갈 수 있다며..
이때는 이게 무슨소린가 했는데 다녀와보니 이해가 간다.
성판악으로 갔으면 올라가는 내내 눈뽕을 맞았을 것이다.

저녁식사는 비행기 탑승 전에 먹은 도넛 한개가 전부라 근처 식당을 검색해보니 이 동네는 8시면 문을 다 닫는다.
우리동네보다 더 심하네..
게스트 하우스의 통금시간은 10시반이었지만 나의 주린배와 불쌍한 얼굴을 본 그들은 출입을 허해주었다.
금방 돌아오겠노라고 뛰쳐나갔다.
편의점은 생각보다 가까웠으며 그곳에서 제주특산물인 제주우유와 제주두루치기 삼각김밥을 구입했다.
잊고 챙겨오지 않았던 손톱깎이도 구입했다.
쓸데없는 지출이었지만 자그마한 카카오프렌즈의 곤이 손톱깎이에 그려져있어 그것으로 위안을 삼으려는데 심지어 잘 깎이기까지 해서 잘 샀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11시5분에 무사히 숙소로 돌아올 수 있었다.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
당췌 이유를 알 수가 없다.

도넛과 함께 마신 커피때문일까..
이층침대의 삐걱거림 때문일까..
정신사납게 날아드는 모기 때문일까..

소등은 12시에 이루어졌고 나는 편하게 그림 그릴 장소를 찾았으나 결국 찾지 못했다..
늦은 시간에는 카페테리아도 문을 닫아버려 이용할 수 없었다.
그렇게..나의 프로젝트는 멀어져갔다.
괜찮아..등산할때 사진찍기는 힘들테니까 다음날 하면 되지 뭐~

하지만 그건 나의 소망일 뿐이었다..

DAY 2

Sep 28 2018

잠이 오지 않아 한라산등반에 대해 검색을 했다.
(이 때 한라산등반이 아니라 한라산에 대해 검색을 했었어야 했어................)
많은 사람들의 리뷰가 있었고 중학생 아들과 함께 혹은 초등학생 아이들과 함께 백록담을 보고 왔다는 리뷰가 꽤 많았다.
초등학생도 가는 산!
자신감이 생겼다.
금방 올라갔다가 내려와서 커피한잔을 해야지..

안되겠다 싶어서 억지로 눈을 붙이고 거의 한두시간 선잠을 자고 5시반에 일어나서 나갈 채비를 시작했다.
밤새고 등산을 해도 되는지 열심히 검색했지만 긍정적인 반응은 없었다.
그곳의 모두가 나의 등반을 말리고 있었다.
잠깐 겁이 났지만 나의 장점이자 단점인 천하태평이 발동되어

'일단 가다가 못가겠으면 내려오지 뭐..'

라는 생각으로 등산화의 끈을 묶었다.

하지만 그건 너무나 꿈같은 생각이었음을 그때는 알지 못했다..

조식으로는 만두국이 나왔다.
꽤 쌀쌀한 날씨였는데 만두국을 두그릇이나 비웠더니 몸이 따뜻해졌다.
(돼지같이 안먹었어...그릇이 작았어...)

식사를 마치고 설레이는 마음으로 차에 탑승을 했다.
연예인들이 타고다니는 벤이라고 자랑하던 차량 내부는 그냥 평범했다.
지나가는 벤을 보고 내부가 어떻게 생겼을지 매우 궁금해 했었는데 생각해보니 이미 방송에 많이 나왔었다.
그냥 그렇게 생겼다.

관음사까지는 생각보다 거리가 좀 있었다.
밖에 안개가 잔뜩 낀 것이 불안했지만 안개가 끼면 낮에 맑을거라는 천하태평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충분한 수면을 취하지 않아서 구름 위를 걷는 느낌이었다.

매점에 들러 필요한 물품을 구입하라는 조언이 있었다.
그 중에 장갑이 있었는데 딱 적당한 장갑이 집에 있었다.
아직도 집에 있다..
관음사 매점에는 기대와 달리 물건이 별로 없었다.
1000원짜리 장갑을 구입하려 했는데 딱 1개가 남아있었다.
좁은 가게에 사람이 많아서 먼저 집어들지 못했다.
내 팔이 거미인간처럼 길었으면 좋으련만..
다른 장갑이 있었지만 몇천원 더 비싸고 나중에 쓰지 않을 것 같아 대신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한병 샀다.
부족한 수면을 카페인으로 떼워보려는 속셈이었다.

나와서 어리버리 하는 동안 모두 산에 올라간 듯 했다.
올라가는 입구를 찾지 못해서 등산스틱을 가진 자를 찾아 아무나 따라갔다.
예상대로 입구가 나왔다.(하지만 이게 입구인지 아닌지 반신반의하며 발을 들여놓았다.)
출발은 순조로웠다.
길은 평평했고 경사도 급하지 않았으며 아직 초반이라 체력도 많이 있었다.

문제는 등산스틱이었다.
한번도 사용해본적이 없는 이 등산스틱을 사용하자니 방법을 모르겠고..그렇다고 그냥 들고만 다니기에는 아까운데..
수줍게 바닥을 콕콕 찍어봤지만 대체 어떻게 사용하는지 모르겠고 바닥을 콕콕 찍는 내 손이 민망해져서 그냥 들고다니기로 했다.
거의 정상에 올라가서 안 사실이지만 등산스틱을 접어서 가방에 걸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매우 편했고 나는 완만히 올라가는 길에서 쓸데없이 등산스틱에 체력을 쏟아부은 멍청이었다.

30분동안 조릿대만 무성한 같은 풍경을 걸어오다가 드디어 물과 바위가 있는 곳에 다다랐다.
그곳은 나의 야생본능을 깨웠던 몬스터헌터의 수해와 디자인이 비슷...아니 풍경이 비슷했다.
신이 난 나는 카메라를 꺼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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