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 나에게 꿈을 선물했다.

2016년 작년 19살
아쉬움 가득 한 한 해를 보냈다.
좋아하는 일, 하고 싶은 일,
모든 걸 다 했던 한 해였는데..
모든 걸 다 했지만 행복하지 않았다.
그런 나에게 19살 처음으로
슬럼프가 찾아왔다.
고민과 고민, 생각과 생각이 가득했던
그때 생각해보니
그래 난 '일'만 하고 있었다. 그게 문제였다.
물론 좋아하는 일도 하고,
하고 싶은 일도 하고 있던 나였지만
'일'만 하고 있는 나 자신에게 지쳐 있었다.
그때 길고 길었던 감당하기조차
힘들었던 그 슬럼프를
어떻게 극복했었는지도 모르겠지만
하나 결심했던 건 정확히 기억난다.
"스무 살은 좀 더 특별하게 살아보자."
그리고 스무 살이 된 나는 일을
그만두자마자 여행을 계획했다.
늘 가고 싶어 했던 '유럽'을
내 버킷리스트였던 '산티아고 순례길'을
계획했고, 떠났다. 꿈만 꾸던 그곳으로.-

파리로 가는 비행기

_2017.06.09
전혀 실감 나지 않았던 내 첫 유럽여행은
파리로 가는 비행기를 타고서야 실감 나기 시작했다.
"내가 정말 유럽에 가는구나.."
어렸을 때부터 꿈만 꾸던 유럽에 간다는 게
꿈이 현실로 다가온 것이 여전히 낯설었던 비행기 안.
하지만 여전히 비행기 안에서 느꼈던 설렘은 잊을 수 없다.
창문 밖 비 오는 하늘을 보는 것도
하늘을 가득히 채운 구름을 보는 것도
처음으로 기내식을 먹었던 것도
모든 게 설레고 좋았던 그 설렘을
여전히 난 잊을 수가 없다.-

_2017.06.10
생각했던 것과는 조금은 다른 기분.
오기 전에는 에펠탑을 보면 뭔가 심장이 쿵쾅쿵쾅 거리고,
마냥 신나고 좋을 줄 알았는데...
에펠탑을 처음 보는 나는 생각보다 덤덤했다.
뭐랄까..어딘가 모르게 익숙했고, 편안한 기분이었다.
그날 찍은 사진을 보는데, 오히려 좋았다.
그날 찍은 사진 속에 나는 굉장히 편안해 보였고,
그날 찍은 사진 속에 나는 굉장히 행복해 보여서.-

저녁에 본 에펠탑

2017.06.11
대낮에 봤을 땐 별생각 들지 않았던 에펠탑,
저녁에 본 에펠탑은 다른 말 필요 없이 최고였다.
그저 가만히 앉아 바라만 봐도 좋았던 에펠탑.
그냥 그냥 별다른 이유 없이 좋았다.-

아무 생각 없이

_2017.06.12
아무 생각 없이, 아무 계획 없이, 무작정 걸었다.
관광지와는 떨어져 있는 카페에서 여유롭게 커피를 마시고,
그대로 나와 그저 마음 닿는 대로 내 발길 따라 걸었다.
공원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는 가족들
가만히 앉아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
바쁘게 걸어 다니는 사람들
그리고 그 여유 속에 함께 있는 나
아무 생각 없던 하루였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날이었다.
빡빡한 여행보다는 조금은 여유를 즐겼던 파리여행
그저 누워 에펠탑을 바라보며 시간을 보냈던 하루.-

Are you Korean? Ye..Yes...

_2017.06.12
생장으로 가는 기차를 타고 셀러는 마음으로 출발을 기다렸다.
"나래씨?" 기차 출발 직전 누군가 나를 찾아왔고,
순간 머릿속이 하애졌다. 내 이름을 어떻게 알았지?
한국 사람 같은데.. 누구지?
"나래씨 아니세요?"
"Are you Korean?"
아무 대답 없는 내 모습에 영어로 물으셨고,
"Ye..Yes..."
당황한 나머지 '네'라고 답하면 될 걸 '예스'라고 대답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생각해보니 순례길 오픈 채팅 방에서
그것도 내가 오늘 야간 기차 타는 분 있냐는 톡을 올렸고,
야간 기차를 탔고 답장하신 분이었다.
심지어 몇번칸인지도 내가 말했었는데..
순간 너무 당황해서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었다.
걸으면서도 이 이야기를 열 번도 넘게
사람들에게 이야기했던 것 같다.
여전히 그 때 생각을 하면 너무 어이없고, 웃기다.
그리고 이게 내 순례길 인연의 시작이었다.

어색했던 첫 날

어색한 공기 속에서
어색한 대화를 이어갔다.
서로의 이야기를 했고,
순례길에서 처음이자 마지막
정상적인 대화가 아니었나 싶다.
이때는 몰랐지..
서로의 뚝배기를 생각하는
사이가 될 거라고는 :-)

함께 할 수 있어서

함께라는 것,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했던-
기차에서 만난 경연언니 덕에
난 운 좋게도 시작 전부터 좋은 사람들과 함께 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톡방에서 만나 파리에서 미리 만났다고 했다.
심지어 함께 걷고 싶어서 대호오빠는 바욘에서 1박,
철이오빠는 생장에서 2박을 하며 기다렸다.
그리고 바욘역에서 만난 미현언니,
파리 민박에서 만나 6일차 때 다시 만난 도연언니,
6일차 숙소에서 처음 만나 8일차 쯤 함께하게 된 주영언니,
후반부에서 우연히 만났던 종성오빠까지.
정말 감사하게도 이 길 위에서 너무 좋은 인연을
처음부터 만나 한달이라는 시간을 함께했다.

꿈을 꾸는 기분

"걸으면서 무슨 생각을 하게 될까?"
"무슨 고민과 생각들을 버릴까?"
"아니면 정말 아무 생각도, 고민도 그 어떤 것도 하지 않을까?"
생장에 와서도 실감 나지 않았던 순례길,
순례길에 오기로 마음먹은 지 반년 쯤.
생각보다 너무 빨리 순례길에 왔고, 순례길을 걷는다는 것이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아서, 현실이라는 게 느껴지지 않았다.
꿈을 꾸고 있는 나는 순례길에 대한 설렘과 기대가 가득했다.

Day1 설렘 가득한 순례길 시작!

_2017.06.13
얼마나 힘들지도 모른 체
론세스바예스까지 가는 길이 얼마나 험난하고,
얼마나 오래 걸릴지도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설레는 마음이 가득했고,
꿈 꾸던 순례길에 첫날이었으니까!
정말 열심히 걸었지만 힘든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럼에도 멋진 풍경들이 보였다.
태어나서 이렇게 멋진 풍경을 바라보며 걷는다는 것이.
그래서였을까? 그저 험한 산 길을 걷고 있을 뿐인데,
한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앞에서도 열심히 걷고 있었고,
뒤를 돌아봐도 다들 열심히 걷고 있었다.
그리고 나도 열심히 걸었다.

왜 걷고 있는 걸까?

3km도 남지 않았는데, 끝없이 내리막길이 이어졌다.
정말 계속...걸어도 걸어도 내리막길에 끝이 보이지 않았다.
이미 지쳐있는 몸과 정신에 그만 걷고 싶다는 생각이 가득했다.
"왜 걷고 있는 거지...왜...왜...왜..."
눈물이 날 거 같았다. 정말 그만하고 싶다는 생각만 가득했고,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았다.
정말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곧 도착하겠지...곧-
또 주저앉았다. "하아..."
걸어도 걸어도 내리막길은 끝이 없었고,
마을은 보일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리고 또 한번 주저 앉았다.
"Are you okay?"
지나가던 외국인이 괜찮냐면 손을 내밀었고,
괜찮다는 내 말에 웃으며 힘내라는 말을 남기고 다시 걸었다.
사실 그땐 너무 힘들어서 몰랐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 순간, 그 친구에게 정말 고마웠다.
정말 그만하고 싶었을 때, 응원을 해줬던 그 친구에게.
그리고 다시 걸었다.
힘이 들어 그만하고 싶었지만 멈추기 싫었기에,
더 열심히 걸으려 노력했다.

부엔까미노

"으아아아아아아!!!!!"
마을까지 함께 걸었던 사람들과 도착하자마자 소리 질렀다.
그리고 울 뻔했다. 정말 너무 기뻐서.
그리고 그날 저녁,
일기를 쓰면서 걸으면서 질문했던 것을 생각해봤다.
왜 걷고 있는 걸까, 왜 걸으려고 했던 걸까.
이유는 딱히 없다. 후기로 처음 알게 돼서 이 길을 꿈꿨고,
그리고 지금은 순례길 위에 있으니까.
너무 좋은 분들을 만나 어쩌면 계속 함께 할거 같은데,
딱 내가 생각했던 내가 기대했던 까미노다.
힘들면 쉬어갔고, 힘이 나면 더 열심히 걸었고,
뒤처진 날 위해 기다려주셨고, 나 또한 기다렸다.
"부엔까미노!" 한마디로 힘을 내고, 웃을 수 있는 이곳이
사람들이 너무 좋다.-
근데 욕 나올 정도로 힘든 건 어쩔 수 없는 거 같다 :)

Day2 난 안 힘든 게 아니야

_2017.06.14
함께 걸었다 혼자 걸었다를 반복했던 2일차.
그리고 오늘, 이 길에서 나를 발견했다.
난 안힘든 게 아니야.
힘들지 않은 게 아니라, 안 힘든 척하는 게 아니라,
버티고 있는 내 자신을.
곧 끝날 거라는 희망에 열심히 살아가고 있었다.
그 과정에서 포기할 생각도 했고,
힘들어 주저앉기도 했고,
쉬어가기도 하면서 열심히 걷고 있었다.
곧 끝날 거라고 생각하니까, 끝나길 바랬으니까.
시간은 오래 걸려도 결국 끝을 냈으니까.
그 생각에 힘들지만 안 힘든 척
아등바등 버티고 있던 나를 발견했다.

생각 없이 걷다 보니

"아무 생각이 들지 않는다."
생각 없이 걷다 보니 아무 생각하지 않는 나를 발견했다.
순례길에 오기 전에는 이 길을 걸으면 많은 생각을 하고,
가지고 있는 고민들을 없애고, 마음이 다 비워질 줄 알았다.
힘들어서 일까, 앞만 보고 걸어서 일까?
잘 모르겠지만 정말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는다.
그저 저녁 뭐 먹을까? 숙소에 내 자리는 있을까?
뭐 이 정도지만. 그게 더 좋다.
단순한 생각을 하고, 단순한 일로 행복을 느끼고 있어서.
아무 생각하지 않아도 괜찮으니까.

Day3 걷지 않았더라면

_2017.06.15
순례길 3일차 첫 대도시인 팜플로냐 가는 길
굉장히 힘들었다. 피곤이 몸에 쌓여서일까?
걷는 게 익숙해지지 않아 너무 힘이 들었다.
걸어도 걸어도 끝이 없었고, 계속 걸었다.
그렇지만 즐겁게 걸을 수 있었던 건
함께 걸었고, 힘들면 함께 쉬어갔다.
쉬어갔던 마을이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걷지 않았더라면 보지 못 했을 마을과
풍경들이 너무 좋았다.

스페인 꼬마들

스페인에서 먹히는 얼굴인가?
스페인 꼬마들에게 인기 있던 날
스페인 이민을 고민했던 오늘

Day4 순례자가 아닌 여행자로

_2017.06.16
순례길 첫 대도시인 팜플로냐에서 하루 쉬어가기로 했다.
배낭을 잠시 내려놓고, 순례자가 아닌 여행자로.
대도시인 만큼 사람도 많고, 너무나 아름다웠던 도시였다.
정말 발길 닿는 대로 골목을 걷는데
어딜 가도 이쁘고, 아름다웠던 팜플로냐.
눈만 마주쳐도 웃어주고, 인사하는 이곳이
무엇보다 여유로움이 좋았던, 여유를 느낄 수 있었던.

Day5 가벼워진 발걸음

_2017.06.17
발걸음이 가벼워진 5일차
익숙해진 건지, 발에 감각이 없어지고 있는 건지..?
다행히 처음보다 편한 발걸음으로 걸을 수 있었고,
그 덕에 정말 열심히 걸었다.
오늘은 혼자 걷고 싶었고,
뒤처지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정말 열심히 걸었다.
혼자 걷는 건 외롭긴 했지만 다행히 생각보다 괜찮았다.
내일도 열심히 걸어야지.-

용서의 언덕

순례길에 오기 전 어떤 후기를 보던
어디에든 있던 '용서의 언덕'
어떤 용서를 해야 할까 고민했는데,
막상 도착하니 아무 생각도 안났었다.
의미 있는 곳 어쩌면 포토존
철이오빠와 내가 가장 먼저 도착했고,
우리는 이곳에서 함께 하고자 기다렸다.
얼마지나지 않아 도착했고,
우리는 다 함께 잠시 쉬어갔다.

Day6 무리하게 걸었던

_2017.06.18
힘들지만 무리하게 걸었다.
오늘따라 빨리 걷고 싶었고,
무엇보다 나 스스로에게 증명해 보이고 싶었다.
나도 할 수 있다는 것을.
3시를 목표로 열심히 걸었고,
원하는 시간과 비슷하게 도착할 수 있었다.
힘들었지만 꽤나 기뻤고, 일찍 도착해 여유를 즐겼다.
어제 역시 끝나지 않을 것처럼 걸었지만 결국 끝이 났고,
알베르게에 도착한 그 순간이 너무나도 행복했다.

도연언니 만난 날

파리에서 지냈던 숙소에서
우연히 순례길을 걷는다는 사람을 만났다.
잠시 지하철에서 대화를 나눈 게 다였다.
나와 일정이 하루 차이였고, 파리에서 헤어지면서
기회가 되면 순례길에서 다시 보자고 했다.
그리고 순례길을 걷기 시작했고,
이 이야기를 같이 걷는 사람들에게
만나면 좋을 거 같다는 이야기를 하며 걸었다.
그리고 하루 쉬어가게 되면서 그 언니를
만날 수도 있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역시나! 6일차 새벽에 철이오빠랑 둘이 걷는데,
저 멀리서 익숙한 배낭이 보여서
달려가서 인사를 했다. 반갑다고 :)
파리에서 만났을 때, 순례길에서 처음 봤을 때는
함께 걷게 될지 몰랐는데, 우리는 그렇게 끝까지 함께 걸었다.
그때 아는 척하지 말았어야 했다ㅋㅋㅋ :)

Day7 나대로

_2017.06.19
오늘은 제일 일찍 출발했지만 하루 종일 뒤처젔고,
그 덕에 마을에 제일 늦게 도착했다.
그 덕에 하나 깨달은 게 생겼다.
"굳이 빨리 가지 않아도 된다는 것"
여태껏 빨리 가려고만 했는데, 그럴 이유가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원하는 만큼 걸으면 되는 거였다.
굳이 따라갈 이유도, 빠르게 갈 이유도,
뒤처졌다고 속상해할 이유도 그 어떤 것도 없었다.
그저 난 '나의 모습'
나다운 모습이 가장 빛나고 아름다웠던 것이다.
이렇게 또 한번 성장했음을 느꼈다.

Day8 스스로에게

_2017.06.20
정말 열심히 걷고 싶었기에 열심히 걸었고,
앞서가고 싶었기에 빠르게 걸었다.
조급해서가 아닌 그냥 스스로에게 만족하고 싶었다.
나에게 증명해 보이고 싶었다.
나도 할 수 있다고, 원해서 빨리 가는 거고,
무엇보다 포기하지 않고 해냈다고.
나 자신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타파스투어

대도시였던 로그로뇨
우리는 점심을 위해 장 보러 갔다가
운 좋게도 그곳에서
한국인 유학생을 만났다.
감사하게도 우리에게 로그로뇨
타파스 맛집을 몇 군데 알려주셨고
우리는 그 분 덕에 그 날 저녁
입이 즐거운
타파스투어를 할 수 있었다.

Day9 좋은 사람들과

_2017.06.21
그늘 하나 없고, 물도 없는 긴 길을 하염없이 걸었다.
배낭이 없었음에도 너무 힘이 들었고, 힘이 들수록
"왜 걷지?"라는 고민과 함께 걷게 되는 나를 발견했다.
그렇지만 오늘도 끝까지 걸었고, 끝까지 걸을 수 있었던 건
좋은 사람들 덕분이 아닐까 싶다.
혼자 걸었으면 다 걸을 수 있었을까?
걷기는 했겠지만 이렇게 즐겁게 걷지는 못했을 거 같다.
정말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옆에서
함께 웃고, 함께 걷고 있는 사람들 덕분에 힘들어도
오늘도 열심히 걷는다.

Day10 쌀 덕분에

_2017.06.22
설마 내가 걸릴까 싶었는데, 내가 걸렸다.
안 그래도 무거운 배낭이 쌀이 추가되면서 더 무거워졌고,
무거운 배낭에 속도를 낼 수 없어 천천히 걸었다.
다들 내 앞으로 지나갔고, 가장 마지막으로 도착했지만
기분은 아마 가장 좋았지 않았나 싶다.
항상 앞서가고 싶어 빨리 가려 했고, 빨리 걸었는데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오늘 문득 들었다.
굳이 빨리 갈 이유가 없고, 따라갈 이유는 없는 거니까.
그걸 깨닫고서 여유를 갖고 걸을 수 있었다.
그렇게 나는 오늘 쌀 덕분에 하나를 배웠다.
(세상 제일 맛있었던 고추장 비빔밥)

Day11 조금은 두려워지는 기분

_2017.06.23
처음부터 좋은 사람들과 함께해서 그럴까?
순례길을 혼자 걷는 게 조금 두렵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렇지만 함께 할 수만은 없으니까.
언젠가 혼자 걷는 날도 오겠지?
그래도 좋다.
즐겁지만 힘들고, 힘들지만 즐거운 이곳이.
내일이 되면 또 그만하고 싶은 생각이 가득하겠지만.

Day12 걷는 이유?

_2017.06.24
시간이 갈수록 체력도 정신력도 흐려지니
몸에서 느끼는 피로가 점점 더 커져간다.
걸으면서 "왜 사서 고생하고 있지?"
라는 생각을 수십 번을 더한다.
매일 질문하지만 여전히 왜 걷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
그저 스무 살 나에게 특별한 선물을 주고 싶었고,
멋있어 보였고, 가지고 있는 고민들이 다 해결될 거 같아서.
생각보다 걷는 이유는 많았다.
이제는 꼭 큰 이유를 가지고 있어야 하나 싶기도 하고.

항상 함께하던 사람들이
그것도 한번에 세사람과 헤어졌다.
앞으로 일정이 맞지 않아 보지 못 할거 같다.
항상 함께했던 사람들이 없다는 게
조금은 아니 조금 많이 허전한 기분이다.
짧은 시간에 정말 정이 많이 들었나 보다.

Day13 걷기 좋은 날

_2017.06.25
오늘따라 발걸음도 가볍고, 날씨까지 너무나 좋았다.
맑은 하늘에 바람은 시원했고, 길도 평지라 무리 없이 걸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오늘은 함께 걸을 수 있었다.
함께 걸으니 힘들어도 힘들지 않은 기분 :-)

강남스타일

세 번째 대도시였던 부르고스에서 우리는
스페인 사람들 사이에 껴서 같이 춤을 췄다.
주변 시선 따위는 필요 없었고, 아니 있지도 않았었지!
정말 미친 듯이 함께 춤을 췄다.
음악에 맞춰 춤을 췄고, 강남스타일까지 나오면서
잠깐이었지만 정말 즐거웠고,
노래가 끝나자마자 이곳저곳에서 함성과 박수가 쏟아졌다.
그 순간만큼은 우리가 무대의 주인공이었다.

Day14 행복

_2017.06.26
그만 걷고 싶다는 생각과 욕을 수십 번쯤 했을 때
마을에 도착했고, 또 언제 그랬냐는 듯
마을에서 쉬고 있는 나는 너무 행복하다.
내가 이렇게 단순했던 걸까,
아니면 행복이라는 것을 잊고 살았던 걸까?
사소한 것 하나까지 의미를 부여하게 되고,
사소한 것에 행복을 느끼는 이 길이
감사함을 느끼게 해주는 이 길이 어느새 좋아져버렸다.

Day15 고민

_2017.06.27
35km를 걸은 오늘 고민이 생겼다.
좋지 않은 몸 상태에 생각도 안 해본 고민이 생겼다.
다음 마을까지 버스를 타고 갈 것인가, 걸을 것인가.
몸 상태를 생각하면 버스를 타고 가서 쉬는 게 맞는데,
점프를 한 내 모습에 후회할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내일 걸으면서 좀 더 고민하겠지만
계속 걷지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긴 한다.

Day16 keep going

_2017.06.28
keep going 계속 가자
오늘까지도 정말 고민을 많이 했지만
결국 걷기로 결심했다.
편하게 가서 쉬면 정말 좋겠지만
이 길을 끝나고 생각했을 때,
정말 많이 후회할 거 같다.
나중에 힘든 건 나중에 생각하자.
산티아고까지 후회 없이, 미련 없이
즐겁게 열심히 걸어보자

비도 왔다가 안 왔다가 하고,
바람이 너무나도 세차게 불었던 오늘
혼자 걷는 게 정말 무서웠다.
따라가려 해도 속도가 나지 않았기에
무서움을 뒤로하고 그냥 열심히 걸었다.
쉬면서 만나 같이 걷기 시작했고,
정말 오랜만에 그것도 엄청 큰!
무지개를 다 같이 봤다 :)
정말정말 기분이 좋았고, 또 열심히 걸었다.
그 덕에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종철오빠도 만나고! 정말 좋았다.

Day17 도전

_2017.06.29
17km 4시간 이상을 정말 쉬지 않고 걸었다.
큰 이유가 있었던 건 아니었다.
한번 안 쉬고 걸어보고 싶었고, 더 열심히 걷고 싶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에 대한 도전이 아니었나 싶다.
나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나에게 보여주기 위해.
무언가에 미쳐 끈기 있게 해온 적이 없었던 나에게
나도 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 해보이고 싶었던 게 아니었을까?

Day18 궁금해진 끝

_2017.06.30
걸은지 벌써 2주 하고도 조금 더 지난 지금
도착한 후에 나는 울까?
무슨 생각을 할까?
순례길의 끝이 조금씩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하나 확신하는 건 여행이 끝나고 돌아갔을 때,
나는 내가 하고자 하는 일에 있어
잘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너무 즐거웠던 오늘

우연히 들어간 알베르게 시설도 좋았고,
우연히 들어가 먹었던 저녁도 맛있었고,
무엇보다 너무 웃어서 배가 아팠던 오늘.
태어나 처음으로 가족이 아닌 누군가
내 귀를 파주고, 귀를 파는데..진짜
정말 너무 웃겨서 죽는 줄 알았다ㅋㅋㅋ
아무리 생각해도 다 도른 게 분명하다.

Day19 나를 그린 날

_2017.07.01
까미노를 시작하고, 혼자 걸으면서
기분이 이렇게 좋았던 건 처음이었다.
휴대폰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은
그 순간을 영화 속 한장면으로 만들었고,
난 그 영화 속에 주인공이 되었다.
파란 하늘과 날씨까지 완벽했던 오늘
그 영화속 한장면에
난 무언가를 그려보고 싶었고,
난 고민 없이 나를 그렸다.

벌써 7월, 어느새 스무 살이 딱 박년이 지나갔다.
내가 스무 살이라는 것도 아직 실감 나지 않는데,
반년밖에 남지 않았다는 게 믿고 싶지 않다.
여전히 내가 10대인 것 같고, 어리광을 더 부리고 싶은데,
이제는 그러면 안된다는 것이 아직은 낯설게 느껴진다.
난 여전히 하고 싶은 게, 해야 할게 많은데 말이야.

Day20 늦잠

_2017.07.02
레온에서 1박을 더 하기로 한 우리는
정말 오랜만에 늦잠을 잤다.
무려 8시30분까지나 잤다!
늦잠이라고 하면 12시까지는 자야 했었는데..
매일 새벽에 일어나 걷다가
오랜만에 늦게 일어나 쉰다는 게 너무 좋았다.
함께 여유를 즐겼던 날, 정말 행복했던 날 :-)

Day21 버킷리스트

_2017.07.03
힘들면 잠시 쉬어갔고, 괜찮으면 또 열심히 걸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 힘듦조차 익숙해져 가고 있는 거 같다.
초반에는 정말 그만하고 싶을 정도로 힘들었는데,
"아 힘들다. 쉬어가지 뭐" 이제는 이럴 정도로
마음의 여유도 생긴 것 같고.
올 한 해가 내 스무 살이 내 인생에 있어서
정말 기억에 남는 한 해가 될 거 같다.
난 지금 꿈꾸던 유럽에 와있고,
버킷리스트였던 순례길을 걷고 있으니까.

Day22 내 속도

_2017.07.04
이제는 천천히 걷는 것도 뒤처져 걷는 것도
다 좋아져버렸다.
처음에는 뒤처져서 걷는 게 싫었었는데..
이제는 조급해 하지 않고, 천천히 열심히 걷는다.
난 내가 빨리 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천천히 가고 있던 걸까?
친구들보다 모든 게 빠른 거 같아 늘 후회했는데,
어쩌면 난 빨리 가고 있는 게 아니라
남들과 조금 다른 길을 걷고 있었던 거 같다.
후회할 이유가 없었다는 것이다.
나는 이렇게 또 하나를 배웠다.

허전함이 채워진 날

허전함이 채워진 날
걷기 전부터 만난다는 생각에 설레었던 날
얼마 전 헤어졌던 사람들과 다시 만났다.
우리도 함께 걷기를 원했고,
그들도 우리와 함께 걷기를 원했기에
다음 마을에 가있던 그들은
일정을 바꿔가며 우리를 기다렸다.
그렇게 우리는 다시 만났고, 함께 걸었다.
다시 만났던 그때가 얼마나 반가웠는지 :)

Day23 청춘이니까

_2017.07.05
생각보다 더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그동안 왜 몰랐을까? 왜 항상 채찍질만 하며 살았을까.
학교를 그만두고부터 장애물의 연속이었다.
난 그럴 때마다 주저앉고, 다시 일어나 열심히 달렸다.
검정고시 합격을 위해 공부도 열심히 해봤고,
일을 구하기 위해 발로 뛰어다니며 찾아다녔고,
일 시작 후에는 새벽부터 일어나 열심히 일했으며,
동아리 단장으로서 그 누구보다도 동아리를 위해 활동했고,
대회 본선 진출을 위해 왕복 세 시간 이상을 가서 연습하고,
결국 본선도 올라가고, 심사위원 특별상까지 받았었다.
또한 대회를 준비하는 동생들에게 교육도 해주고,
꿈꾸던 직장에서 일했으며 지금은 버킷리스트였던
순례길에 유럽에 와있다. 이것 외에도 더 많겠지만 :)
앞으로도 더 열심히 살아야지,
내 스무 살이 좀 더 기억에 남을 수 있게. 난 청춘이니까-

Day24 내리막길

_2017.07.06
"넘어지면 죽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던 오늘
계속되는 내리막길에 정말 죽는 줄 알았다.
거기에 계속 삐긋삐긋 해서 발목이 삔 상태로 걸었다.
오늘은 그런 나 자신에게 화가 났다.
함께 걷고 싶은데 함께 걸을 수가 없어서
열심히 걸어도 되지 않아서-

빛나는 별

빛 하나 없는 그저 길길길 뿐인 새벽 순례길을 걸었다.
우리는 서로에게 의지하며 걸었다.
혼자였다면 엄두도 못 냈을 새벽길을
함께 했기에 걸을 수 있었다.
자리에 누워 수많은 별들을 바라봤다.
빠르게 떨어지는 별똥별을 다섯 개나 만났다.
정말 태어나서 이렇게 많은 별을 본 건 처음이었고,
다른 말 필요 없이 아름다웠고,
이 기분을 누군가와 나눌 수 있다는 것에 감사했다.
빛나는 별들은 금방이라도 쏟아질 것처럼 빛나고 있었다.
별이 우리를 바라본다면
우리도 아름답게 빛나고 있지 않았을까?

Day25 나는 나비

_2017.07.07
저녁을 먹으면서 철이오빠가 기타를 치고,
우리는 함께 노래를 불렀다.
주변에 우리 말고도 사람들이 많았지만 괜찮았다.
우리가 노래를 부르자 박수를 치며 호응을 해줬고,
심지어는 노래가 끝나자 앵콜까지 외치며
우리 노래를 즐겼다.
그 덕에 우리도 정말 즐겁게 노래를 불렀다.

강가가 있었던 오늘
발이나 담그자고 다 같이 나갔는데,
우리는 뜻하지 않게 물놀이를 즐겼다.
정말 답이 없는 물놀이였지만
세상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을 만큼 즐거웠다!
사온 맥주는 미지근했지만
분위기에 취해서였을까?
강가에 담갔다가 먹은 그 맥주는
정말 세상 최고로 맛있었다!

Day26 오르막길

_2017.07.08
오르막길 체질이구나 느꼈던 오늘
나는 쉽게쉽게 가는 것보다 어렵고,
힘들게 가는걸(?) 더 좋아하나 보다.
오르막길 직전까지도 헥헥 거리며 걸었는데,
오르막길에서는 거의 날아다녔다.

Day27 괜찮아, 할 수 있다

_2017.07.09
오늘은 정말정말 힘들었다.
무릎 상태가 너무 좋지 않아서
걸을 때마다 무릎이 너무 아팠다.
그래도 가야 했고, 그래서 열심히 걸었다.
정말 내리막길에서는 주저앉을 뻔했다.
한걸음 한걸음 걸을 때마다 너무 힘이 들었다.
그렇지만 포기하지 않고, "괜찮아, 할 수 있다."
스스로를 다독이며 천천히 걸었다.
그렇게 걷고서야 마을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 길을 걸으면서 늘 느끼는 건
아무리 힘들어도 끝이 난다는 것
힘들면 천천히 가면 된다는 것
조급해 하지 않고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Day28 걷기 완벽한 하루

_2017.07.10
40km를 배낭을 메고 걸을 자신이 없었다.
40km를 걸은 오늘 기분 좋게 동키를 했다.
고민 않고 동키를 한 건 최고의 선택이었다!
뒤에 무거운 배낭이 없으니 발걸음도 가볍고,
여유를 있는 그대로 느끼는 기분이었다.
날씨도 바람이 살랑살랑 불었고,
정말 기분이 너무너무 좋았다.
오랜만에 주변도 둘러보면서 걷고,
사진도 찍고, 풍경 좋길래 춤 영상도 찍고 :)
모든 게 완벽했던 오늘.

남은 거리 100KM
800KM에서 시작했는데
슬슬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줄어든 거리만큼 가지고 있던
쓸데없는 생각들도 줄었다.
이 길을 처음 걸을 땐
아무 생각도 안 했던 거 같은데
어느새 가지고 있던 많은 생각들을 정리했고,
마음이 많이 가벼워졌다.
그리고 너무 많은 걸 배워가고 있다. 이 길에서.-

Day29 변해버린 기억

_2017.07.11
끝이 없을 줄 알았는데, 끝이 안 보였었는데
끝이 보이기 시작하니까 아쉬운 기분이 가득하다.
정말 힘들게 걸었는데, 그 기억들이 아름다워졌다.
힘들었던 기억, 포기하고 싶던 기억, 감정 모두 다-
이제는 아름답고, 아쉬운 기억이 돼버렸다.
시간이 흘러서였을까? 아니면 열심히 달려서일까?
후회 없이, 미련 없이, 하고 싶은 대로, 내가 원해서.
이 길은 내가 원해서 걷고 있는 거니까.
힘들어도 포기하지 않고 걷고 있으니까.
언젠가 이 길을 다시 걷고 싶은 날도 오겠지?
그리고 다시 오겠지 :)

완주증명서

100KM부터 완주증명서가 나온다.
그 덕에 순례길이 너무 시끌벅적해졌다.
내가 아는 까미노가 아닌 느낌이 들 정도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걷다 보면 앞뒤로
사람이 거의 없는 조용한 길을 걸었는데,
이제는 아무리 걸어도 앞뒤로 사람이 가득하고,
너무 시끌시끌 한 길이 돼버렸다.
순례길이 아닌 관광지를 걷는 기분이지만
그래도 길 잃을 걱정은 없으니까..
좋게 생각해야지 하하하하하

Day30 인생의 속도

_2017.07.12
나는 항상 앞서가는 사람을 따라갔고,
앞사람보다 빨리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가 굳이 무리해서 따라 갈 이유도
그 사람을 제치고 앞서가야 할 이유도 없었다.
나는 나대로 열심히 가는 것이 정답인 거 같다.
그렇지만 내 속도만 생각하는 것보다 주변도 둘러보고,
빨리 가야 할 때는 좀 더 힘을 내서 빨리 가기도 하고,
가끔은 천천히 걸어보기도 하고.
나만 생각하고 걸으면 좋겠지만 늘 그럴 수는 없으니까.
급하게 생각하지 않고,
나는 나대로 다른 사람은 다른 사람대로
그렇게 걷자. 조금만 더 여유를 갖고 살아보자

하고 싶은 일

"한국에 돌아가서 하고 싶은 일"
오늘은 하루 종일 이 생각만 했다.
우선 가장 먼저 카메라를 바꾸고 싶다.
새로 사게 될 카메라로 하고 싶은 것이 많아졌다.
사진을 좀 더 잘 찍고 싶어졌고,
무엇보다 영상 콘텐츠를 만들고 싶어졌다.
"아니, 만들 거다"
목표는 호주에 가기 전 짧은 영상 하나를
혼자 제작해보는 것.
단순한 영상이 아니라 의미 있는 메시지가 담겨있는.
영화 쪽 일이 너무 하고 싶어졌나 보다.
이런 게 격하게 하고 싶어진 거 보면 :)
그리고 영어 공부 열심히 하기!
열심히 해서 호주 가서 바리스타로 일해야지
정말 커피도 너무 하고 싶고, 하고 싶은 일들이
그저 단순한 생각뿐이었던 것들이
이제는 구체적인 생각들로 머릿속에 가득 차버렸다 :)

Day31 뿌듯함

_2017.07.13
벌써 내일이면 순례길이 끝이 난다.
처음 이 길을 걸으면서
이 길을 왜 걷고 있는가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했던 거 같은데,
어느새 그 답을 찾은거 같기도 하다.
걸으면서 나 자신만을 생각했고,
많은 질문을 했고, 답을 찾았으니.
살면서 무언가를 이렇게 끈기 있게
열심히 했던 적이 없던 거 같은데..
이런 나 자신이 정말 자랑스럽고, 뿌듯하다.
정말 열심히 달려왔다.

기다렸다. 그리고 함께 걸었다.
오늘따라 무릎 상태도 좋고,
다리 상태도 너무 좋아서
빨리 걸어볼까 하다가 기다렸다.
큰 이유는 없었다.
오늘 골반이 많이 좋지 않아
천천히 걸어오는 도연언니와 함께 걷고 싶었다.
나 또한 아픈 다리를 가지고 걸을 때,
누군가 나와 함께 해주길 바랬으니까.
그 생각에 기다렸고, 함께 걸었다.
그리고 그 선택은 아주 훌륭했던 것 같다.
함께 걸으면서 그동안 하지 못한
많은 이야기를 했고, 즐거웠으니.-

Day32 순례길의 끝

_2017.07.14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순례길이 정말 끝이 났다.
지난달 13일 생장에서 출발했고,
14일인 오늘 산티아고에 도착했다.
아직까지도 끝났다는 게 실감 나지 않는다.
산티아고에 도착해 대성당을 보면
벅찬 기분이 가득할 줄 알았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나는 덤덤했다.
하지만 지난날들을 생각해보면
나는 이 길에서 정말 많은 것을 배웠다.
정말 한달이라는 시간을 열심히 달려왔다.

함께했기 때문에

포기하지 않을 수 있던
가장 큰 이유는 '함께해서'
처음부터 너무 좋은 사람들을 만나
한달이라는 시간이 힘들어도
걸을 수 있었고, 정말 즐거웠다.
힘들면 의지할 수 있다는 게,
의지해 줄 수 있다는 게,
기쁨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이렇게나 행복하다는 걸
나는 이 길을 걷고서야 알았다.

버킷리스트

처음엔 단순한 호기심이었다.
그것이 버킷리스트가 돼서
반년이 지난 지금 이 길을 걸었고, 끝을 냈다.
꿈을 이룬 것이 여전히 실감 나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서일까?
지나온 날들에 모든 기억들이 아름다워졌다.
힘들었던 그 기억마저도-
내가 그때 힘들었기에
후반부에는 즐겁게 걸었으니까.
이 길을 걸으면서 정말 많은 것을 배웠고,
함께 하는 행복이 무엇인지 깨닫게 해줬고,
온전히 내 생각만 할 수 있어서.

노란화살표

두번째 순례길을 계획했다.
얼른 끝나길 바랬던 순례길이지만
나는 이 개고생을 다시 계획 중이다.
이유는 딱히 없다. 그냥 좋으니까-
재밌으니까, 하고 싶으니까.
내 인생도 이렇게 살아야지.
하고 싶은 건 다 하고 죽어야지.
내가 이 이야기를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몇 년 후에도 나이를 먹어도
이 생각, 지금 가지고 있는 가치관
그대로 살아가고 있으면 좋겠다.
인생에도 노란 화살표가 있다면 어떨까?

여행시작

2017.07.15
정말 편하게 늦잠 자는 게 얼마만인지!
이제 여행 시작이구나!
정말 순례길이 끝났다는 것을
이제서야 조금씩 실감 나기 시작했다.

피스테라

_2017.07.16
일찍부터 일어나 버스를 타고 피스테라에 다녀왔다.
원래 계획은 걸어가는 거였지만,
피레네 넘으면서 쿨하게 포기하고 편하게 :)
그렇게 버스 타고 가는 길, 무심코 바라본 바깥 풍경은
정말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걷지 않은 게 조금은 아쉬운 기분이 들 정도로.
나중에 산티아고에 다시 오게 된다면
꼭 피스테라까지 걸어가리라 다짐했다.

오늘이 지나면 정말 까미노에서의
모든 일정이 끝이 난다.
정말 끝이라는 게 실감 나지 않았는데,
그제 종성오빠도 가고, 아침에 대호오빠도 가고,
내일이면 경연언니를 제외하고 다 헤어진다.
한달이나 함께 하면서 정말 정이 많이 들었나보다.
끝이라는 게 조금은 아니 많이많이 아쉽다.

도연언니는 너무 예쁘고 천사 같다.
이 길 위에서 언니를 만난거 LUCK! 언니 쵝오.
나래야 난 너 처음 까미노 길에서 봤을 때
철이오빠랑 사귈 것 같았어.
정모 때 사귀는 사람 뚝배기 다 깬다.
근데 쓰기 귀찮아.
뚝배기는 내가 제일 잘 깨지!

포르투갈

_2017.07.17
3시간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시차 때문에 4시간이 걸려 도착했다.
4시간 버스는 너무 힘들다.
다행히 포르투에 별 탈 없이 도착했고,
처음 본 포르투갈은 웅장했지만 아기자기했고,
동네와 건물들이 웅장하지만 귀엽게 느껴졌다.

완벽한 한잔 샹그리아

강이 잘 보이는 바에 앉았고,
앞에서는 연주를 하고 있었고,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
여유롭게 산책하는 사람들
바에서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
그리고 그걸 바라보며
즐거웠던 경연언니와 대화
모든 게 완벽했던 샹그리아 한잔.

꿈꾸던 여행

_2017.07.18
오늘 하루 계획 없이 무작정 걸었다.
발길 닿는 대로-
큰 다리를 건너고, 공원에서 쉬기도 하고,
바에 가서 에그타르트도 먹고,
정말 내가 꿈꿔왔던 여행이었다.
그렇지만 즐겁지가 않았다.
한달을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면서 즐거웠고,
행복했던 기억이 아직은 가득해서
혼자 여행하려고 하니 재미없게 느껴지는 거 같다.
문득 까미노 후 여행이 감흥이 없다는 말이 떠올랐다.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알 거 같은 기분이었다.

혼자 하는 여행

늘 혼자 여행을 해왔고, 좋았는데..
지금은 혼자가 된다는 게 조금은 무섭다.
아니, 외로운 거 같다.
혼자 하는 여행이 좋다고 생각했었는데,
어쩌면 난 혼자 하는 게 익숙해져 버린 거 같다.
학교를 그만두고 모든 걸 혼자 하다 보니
그것에 익숙해져 버려서
혼자가 좋다고 착각한 게 아니었을까?

행복한사람? 성공한사람?

'행복한 사람이야? 그 이유를 말할 수 있어?'
경연언니에 물음에 난 그 중간쯤인 것 같다고 답했다.
아직은 내가 행복한지, 그 물음에 답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난 성공한 사람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좋아하는 일을 원했던 공간에서 일했고,
하고 싶은 건 다 했으니.
그리고 지금은 꿈꾸던 유럽에 와있고-
어쩌면 난 행복한데 '행복'이라는
단어를 너무 어렵게만 생각하고 있는 게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든다.
그냥 이래저래 생각이 많아지는 하루였다.

어제보다 조금 나은 오늘

_2017.07.19
오늘 하루가 너무 우울하면 어떡하지 했는데,
다행히 어제보다는 기분이 나아졌다.
그렇지만 오늘 하루가 걱정이 된 건 사실이었다.
게다가 오늘은 경연언니까지 가버리니..
오늘 같이 놀자가 할까 고민하다가 말 못했다.
조금은 걱정이 됐지만 '괜찮을 거야' 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돌아다녔다.

순례자 예약

볼량시작 구경을 갔는데,
바르셀로나 숙소 예약 때문에
제대로 못 봤다. (아니 볼게 없는 거 같긴 하다.)
순례자들은 안 받는 한인민박이 많아서
겨우겨우 이리저리 알아보다가
다행히 순례자도 괜찮다는 답을 듣고!
겨우 예약을 할 수 있었다.
이런 건 미리 하고 올 걸 그랬다 :)

해리포터 서점

해리포터 작가가 영감을 얻었다는 서점으로 향했다.
생각보다 줄이 너무 길어 갈까말까 고민하며 사진 찍는데,
카메라 속에 경연언니가!!! 정말정말 너무너무 반가웠다.
그렇게 같이 놀았고, 오늘 하루가 너무 즐거웠다.
고마운 마음에 터미널까지 함께 갔다.
아니, 따라갔다는 표현이 맞는 거 같다.
아쉬운 마음을 잠시 뒤로하고,
경연언니 가는 모습을 바라보고 돌아왔다.

익숙하지 않음

_2017.07.20
오늘도 할 일 없이 걸었다.
재밌지는 않았지만, 나쁘지 않았다.
그래도 혼자 다니는 게 아직은
익숙지 않은 기분이다.

순간의 감정

하루만 지나도 무슨 생각을 했는지,
그날의 그 순간의 감정을 기억하기 힘들다.
그 순간 내가 무슨 생각을 했었는지,
하루만 지나도 그 순간의 감정이 변해 버리기에.
여행의 순간을 간직하고자 밀리지 않으려 노력했지만
귀찮다는 핑계로 밀린 일기를 쓰고 있다.
그래도 이나래가 이정도면 꽤 꾸준히
쓰고 있지 않나 싶다.

리스본 여행 경연언니 짱

_2017.07.21
왕복 7시간을 갈까말까 고민했는데,
정말 고민한 게 멍청했을 정도로 좋았다.
날씨도 너무 좋았고, 도시도 너무 이쁘고,
트램도 타보고! 무엇보다 함께여서 좋았다.
오늘 하루 나 놀아주고 가이드 해준
경언언니 쵝오!

마음가는 대로

사실 리스본에 갈까말까를
출발하기 직전까지 고민했다.
왕복 7시간이었고, 늦게 일어난 탓에
가도 5시간 정도만 놀 수 없어서
시간 낭비 돈 낭비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가고 싶은 생각이 마음속에 더 컸던 거 같다.
경연언니랑 더 놀고 싶기도 했고 :)
언제 또 올지 모르는데 돈이야 또 벌면 되고,
어릴 때 고생해서 여행 다니지 언제 해!
마음가는 대로 하자!
10시30분 차를 타기 위해 엄청 뛰었다.
열심히 뛰고, 눈앞에서 놓쳤지만 :)

드디어 커피

포르투갈에 딱 하나 있는 로스팅카페
정말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좋았다.
정말 카페에 뭐 하나 신경 안 쓴 곳이
없어 보였고, 친절한 직원들
그리고 무엇보다 맛있는 커피!
사실 처음엔 먹고 '???" 했는데,
브루잉 먹어보니 이 카페가 추구하는
스타일이 무엇인지 이해할 수 있었다.
정말 누가 먹어도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느낌이었다.
(콜드브루는 이해 할 수 없었지만...)
나오면서 너무 아쉽길래 커피 너무 맛있다고,
나 한국에서 바리스타로 일했다고 티 내고 왔다 :-)

아직은 어려운 공항

_2017.07.22
오랜만에 커피를 마신 탓에 잠이 안 와서
오늘 늦잠 잘까 걱정했는데,
다행히도 늦잠은 안 잤다. 늦잠만...
꽤나 여유롭게 나왔는데,
지하철 표 사면서 멘붕이 왔다.
사는 것도 힘들었는데,
기계놈이 내 돈 먹고서 표를 안 줬다.
결국 다른 기계에서 다시 결제..
부랴부랴 지하철 타러 갔는데 24분^^
비행기 놓치면 어쩌지 조마조마하며 갔는데,
정말 다행히 안 놓치고 비행기 탔다.
아직은 나에게 공항은 너무 어렵다..
근데 곧 익숙해질 거 같다.

꿈꾸던 바르셀로나

피곤해서 그런 거겠지?
꿈꾸던 바르셀로나에 왔는데
감흥이 없다.
공항을 지나, 도시 같은 곳을 지나
사진으로만 보던 바르셀로나에 왔는데
이상하게 즐겁지가 않다. 모르겠다 정말!
내일은 좀 나아지겠지?
그냥 집 가고 싶은 생각이 가득한 날이다.

공허해진 마음

_2017.07.23
목적지 없이 걸었다.
내가 원하던 여행이었다.
그냥 걸었고, 귀찮으면 쉬어갔고
내가 하고 싶었던 여행이었다.
꿈에 그리던 바르셀로나, 웅장한 건물.
난 유럽여행 중이다. 근데..이상하다.
왜 감흥이 없지?
맥주를 마시면서 하염없이 앉아있었다.
긴 여행으로 마음이 공허해지는 거 같다.
지금 여행이 분명히 재미는 있지만
스스로가 즐기지 못하고 있는 것 같은-
잘 모르겠다. 한국 가고 싶어졌다.

이 순간으로

눈 떠서 일어나면 걷고,
도착해서 쉬던 그때가 그리운거 같다.
그래도 한국에 돌아가면 지금 이 순간으로
돌아오고 싶어지는 날이 오겠지?
이것 또한 좋은 기억으로
기억되는 순간도 오겠지.
내일부터는 즐기려고 노력해보려고 한다.
의미 없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숨어있는 재미까지 모르고 지나갈 수 있잖아.
그게 더 후회되니까.
언제 또 올지 모르는데, 재밌게 놀아야지!
내일 일기는 좀 더 아니 더더더
즐거운 이야기가 가득했으면 좋겠다.

카페라떼?

분위기에 이끌려 들어왔다.
딱 봐도 커피 전문점은 아니었지만
그냥 커피를 마시고 싶었다.
별생각 없이 마셨는데, 정말 맛있었다.
카페라떼를 시켰는데, 카푸치노가 나왔지만.
좋은 분위기와 맛있는 커피는
다운돼있던 기분까지 업 시켜줬다.

가우디투어

_2017.07.24
'그래도 알고 들으면 더 재밌겠지!'
할까말까 고민했던 가우디투어는
고민한 게 멍청했을 정도로 즐거웠다.
그냥 봤으면 '와~' 하고 끝냈을 텐데,
들으면서 보니 '아~' 이런거구나!
물론 무슨 내용인지는 기억 안 나지만.
이제는 조금 여행하는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오기 전부터 정말 보고 싶었던 성당
성당에 도착하기 전부터
볼 생각에 설레기 시작했다.
처음 본 성당은 더 웅장했고,
생각했던 것보다 더 화려했다.
그리고 설렘은 어디 갔는지
성당은 본 나는 생각보다 덤덤했다.

커피따라~ 발길따라!

_2017.07.25
오늘은 하루가 정말 즐거웠다.
카페 갔다가 그냥 무작정 걸었다.
오늘 하루종일 그렇게 다녔다.
혼자였지만 오늘은 심심하지 않았다.

NOMAD COFFEE

정말 다른 말 필요 없이 최고였던 곳-
딱 내가 생각했던, 내가 원하는 카페였다.
뭐 하나 어디 하나 신경 안 쓴 곳이 없어 보였고,
정신없이 바쁜데도 손님들과
이야기 하나 놓치지 않는 것 보고 정말 감탄했다.
손님이 대부분 동네 사람들 같아 보였는데,
이곳에 단순히 커피를 마시러 오는 것이 아니라
바리스타와 이야기하기 위해 커피를 마시는 느낌이었다.
사람이 기억되는 공간 _NOMAD COFFEE

문득 내 꿈에 대해 글을 쓰고 싶어졌다.
우선 계속하고 있는 커피부터-
내 공간을 좀 더 빨리 만들고 싶다.
노마드 카페 느낌처럼
바와 손님 테이블은 가깝게 만들어야지.
단순히 커피만 기억되는 곳이 아니라
공간과 사람이 기억되는 카페가 되는
소통할 줄 아는 바리스타 돼야지.
내가 처음 바리스타를 꿈꿨던 이유
사람이 좋아서, 이야기하는 것이 좋아서.
한달에 두번 정도는 내 공간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세미나 + 강연도 하자.
물론 재능기부로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을 나눌 줄 아는 사람이 되자.
내 공간을 누군가 떠올렸을 때,
"거기 사장님이 좋으시더라"
라고 기억될 수 있게-

두번째 꿈

연기도 꼭 해봐야지
워킹홀리데이를 끝내고
한국에 돌아와서는 연기도 배워봐야지.
그리고 24살이 끝나기 전에 꼭 해야지.
단역도 좋고, 엑스트라도 좋아 뭐든
그리고 단편 영상도 제작해보는 거야.
욕심이라고 누가 뭐라 하든 상관없어.
내가 하고 싶은 거고, 난 다 할 거니까 :)

네타 해변

_2017.07.26
자전거를 대여해서 네타 해변에 다녀왔다.
자전거 타고 다녀온 건 정말 최고의 선택이었다.
(의자 돌아가는 거 때문에 1시간 날렸지만..)
길을 계속 헤매기도 했지만 별일 없이 도착했고,
그냥 앉아서 맥주 마시고 왔다!
솔직히 해변에서 먹은 맥주 정말 존맛탱이였다.
이제는 정말 여행하는 기분이 든다.
근데 즐겁긴 한데.. 그냥 익숙해지는 기분이다.
돌아가면 이때가 많이 생각날 거 같다.
'그때 그랬었는데~~' 하면서 말이다 :)

2년 후 까미노?

해변에 앉아 철이오빠랑 페이스톡을 했다.
이얘기, 저얘기 하다가 대화 주제가
자연스럽게 '까미노'로 향했다.
둘이서 한참을 추억팔이를 시작했고,
그때 그랬지..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잠시나마 그 때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
다시 걷고 싶다는 이야기가 오갔고,
우리는 다시 한번 걷자는 이야기를 했다.
나는 2년 후에 워킹 비자가 끝나면 걸을 거라 했고,
철이오빠도 함께 걷자고 했다 :)
그리고 함께 걸었던 사람들도
가능하다면 같이 가자 하자고 이야기했다.
정말 2년 후에 함께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기회가 된다면 꼭 그 맴버 그대로 다시 걸을 수 있다면-
정말 행복하지 않을까 싶다.

공허함인가, 아니 어쩌면?

_2017.07.27
이번 여행을 하면서 느끼는 건
난 생각보다 여행을 안 좋아하는 것 같기도 하다.
이게 정말 순례길 영향인지,
아니면 긴 여행의 공허함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여행을 하고 있는 지금 별 감흥이 없는 거 보면
난 여행을 안 좋아하나 싶은 생각이 든다.
아니, 생각해보면 나는 여행을 즐긴다긴 것보다는
여행지에서 만나는 인연을 더 즐기는 거 같다.
여행지보다는 만난 사람을 더 기억하게 되니까.

몬세라트 부엔까미노!

_2017.07.28
여행 계획 전부터 기대한 곳이었던 몬세라트
가는 길이 너무 설렜고, 처음 타본 푸니쿨라까지
설렘이 가득했다. 그리고 난 도착한 곳에서
노란 화살표를 발견했고, 난 순례길을 떠올렸다.
전망대까지 한시간이라는 걸 보고 반대쪽 갔다가
이대로 가면 너무 아쉬울 거 같아 난 결국
한시간이 걸리는 전망대 길을 걸었다.
중간쯤 왔을까? 그냥 내려갈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갈 수 없지.
순례길도 한달을 심지어 배낭까지 메고 걸었는데!
하는 마음으로 결국 난 전망대까지 계속 걸었다.
전망대에 도착했고, 정말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짧은 거리였지만 까미노를 다시 걷는 기분이었고,
몇 없는 사람끼리 올라가며 눈빛으로 '부엔까미노!'를
외쳤고, 같이 도착한 아저씨가 '콩크레이츄레이션!'
하는데 진짜 순례길 걷는 기분이었다.
전망대도 너무 아름다웠고 :)

잉여롭다.

_2017.07.29
오늘 내 하루와 가장 어울리는 말이었다.
계획대로 라면 시체스에 갔어야 했지만
아침 먹고 잠깐 잔다는 게 알람 다 끄고 자버렸다.
오후에 나와 보케리아 시장에 가서 크레페를 샀는데
문득 하염없이 앉아있던 공원이 생각났고,
그 공원에 앉아 크레페를 맛있게 먹고 싶었으나
아무리 열심히 찾아도 찾을 수 없었다.
조용하고, 정말 앉아있기 좋았는데..
집에 돌아가기 전에 다시 한번 가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다시 가지 못했다.

느리게 가는 시간

왜 이렇게 시간이 안 갈까?
평상시에는 그렇게 빨리 가더니..
이틀 밖에 안 남았는데,
시간이 정말 너무하게 안 간다.
시간아 빨리 가라 한국 가자

한국인가?

숙소 사람들이랑 맥주 마시는데
일이 커져서 다 함께 마셨다.
참이슬에, 라면, 두부김치까지..
시끌벅적한 수다는 끝이 없었고
정말 한국이라는 착각이 들었다.
대화는 나중에 좀 낄 수 없었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함께해서 즐거웠다.

_2017.07.30
여행 끝이 보여서일까?
별거 없지만 별거 있는 것 같던 오늘
여행은 너무나도 즐거웠다.
시체스 가는 길
메트로 도착해 표 끊는 것도 멘붕
무슨 열차 타야 할지 몰라 2차 멘붕
우여곡절 끝에 시체스에 도착했다.
도착한 시체스 마을은 아기자기했고,
바다는 굉장히 아름다웠다.
오늘따라 마음속에
여행의 설렘과 아쉬움이 가득했다.

오늘이 아니면 볼 수 없을 야경이었기에
귀찮음을 참고 벙커에 다녀왔다.
혼자 보기 아쉬울 거 같아 동행분들을 구해
벙커로 갔고, 정말정말 너무 좋았다.
맥주 마시면서 대화도 하고, 사진도 찍고,
하염없이 야경을 보다가 문득 든 생각은
한국에서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기분과 생각들을 왜 한국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걸까?
생각해보면 남산만 가도 멋진 야경을 볼 수 있는데.
한국에서 일상이 너무 익숙해진 걸까?
아니면 현실도피일까?
잘 모르겠지만 한국에 가서도
정말 여행하는 것처럼 살아봐야지.
사소한 것에 감사하고, 행복하고.
언제 끝나지 했는데, 집 가고 싶었는데..
막상 끝이 보이니 아쉬운 기분이 가득하다.

_2017.07.31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한국 가는 날!
한국 갈 생각에 아침부터 정말 신이났다.
거기에 오늘은 도연언니까지 만났으니,
정말 바르셀로나 여행
최고의 날이 아니었을까 싶다 :-)

다시 한번

정말 다시 한번 함께하는 여행의 즐거움을 느꼈다.
혼자 다닐 때 느끼지 못했던 기분들,
정말 사소한 거 하나에도 깔깔대며 웃었다.
혼자 걸을 땐 사람이 많아 싫었던 거리조차 좋았고,
혼자라면 대충 해결했을 점심도 맛있게 먹고.
정말 감정을, 지금 내 기분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옆에 있다는 게 이렇게 감사한 일이라는 걸
이번 여행을 통해 정말 크게 느낀다.

그렇지만

분명 혼자 여행하는 것도 좋다.
내가 혼자 여행하지 않았더라면
나에 대해 지금만큼 집중하지 못했을 것이다.
또한 그 무엇보다 혼자 여행하지 않았더라면
소중한 인연을 못 만났을 수도 있었을 테니까.
이번 여행을 통해 정말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느낄 수 있었다.
정말 돈으로는 살 수 없는 값진 경험들.
오기 전 생각했던 대로 이번 여행은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이지 않았을까 싶다.
생각에 많은 변화가 있었고, 한 단계 성장했으니.

다음 여행

정말 가고 싶던 한국인데,
막상 가려니 너무 아쉽지만..
솔직히 정말 너무 좋다!
정말 미련 없이 비행기를 탔다.
그리고 다음 여행은 어떨까 궁금해졌다.
지금보다 나을까? 더 즐거울까? 어떨까?
뭘 볼까? 뭘 들을까? 그리고 뭘 느낄까?
2017.06.09~2017.07.31
긴 여행 정말 수고 많았고,
별일 없이 돌아가서 다행이다.
이번 여행은 정말 온전히 '나'만
생각할 수 있어 좋았어 나래야.
나도 몰랐던 나를 발견하고,
한단계 성장했음을 느꼈으니까 :)

다시 만난 우리

사실 정모를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었다.
여행하면서 만난 사람들은 즐거워도 그때뿐이니까.
근데 이번에는 달랐다.
우리는 아쉬움을 뒤로하며
꼭 만나자는 약속을 남겨두고 헤어졌고,
모든 여행을 끝내고 일상으로 돌아온
우리는 그때를 추억 삼아 만남을 이어갔다.
한달만에 만났음에도 어색함이라곤 없었고,
우리는 각자의 이야기를 꺼내며
대화를 이어나갔다.
우리의 이야기 대부분은 순례길이지만
우리의 만남은 순례길이었기에.
나는 이 순례길을 핑계 삼아
계속 봤으면 하는 생각을 한다.
다 같이 모이는 날이 오면 좋겠다 :)
나랑 철이오빠는 출석킹이다.

다시 걷고 싶다

정모의 단점은 그때, 그 추억을
더 생생하게 떠올리게 한다는 것이다.
정모를 할 때마다 다시 걷고 싶었지만
이번 정모는 더더더- 가고 싶게 만들었다.
자연스럽게 순례길 이야기가 시작됐고,
우리는 끝없이 순례길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그때 도연언니 봤을 때 진짜 반가웠는데!
다시 가면 한 50일 잡고 걷고 싶다-
풍경 이쁘고, 하늘 이쁘고, 가장 이쁜 건 나?
종성오빠 아픈데 재밌게 놀았던 우린 양아치..
떡남씨는 순례길 연예인!
순례길 이야기로 시작해서
순례길 이야기로 끝났던 10월 정모-
그리고 철이오빠와 도연언니랑 약속했다.
도연언니는 딱 1년 해보고 안되면
호주 갔다가 같이 걷기로 약속했고,
철이오빠 역시 좀 더 고민해보고
호주 갔다가 같이 걷기로 했다.
미현언니도 가능하면 같이 가기로 했고!
다른 사람들도 기회가 된다면
정말 다 함께 걷고, 함께 여행하면 어떨까?

내 인생에 생긴 노란화살표

지금 난 까미노라는 추억 속에 살고 있다.
다시 가고 싶다는 생각도 맨날 하고,
사진 맨날 다시 봐도 볼 때마다 새롭고 즐겁다.
이미 지나간 추억이니, 추억 속에서
나오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을 텐데
나는 그냥 계속 이렇게 추억 속에 살려고 한다.
요즘 그 맛에 사는데 굳이 지울 필요가 있을까?
내가 그 길을 걸으면서 이런 생각도 하고,
저런 생각도 하면서 걸었는데.
그때, 그런 생각을 하고 많은 것을 배웠기에
조금 더 성장한 나로 살아가고 있는 말이다.
나는 곧 다시 갈 거라는 계획과 확신으로
기대 속에 설렘으로 살아가고 있다.
새로운 추억이 생길 때까지
그냥 이렇게 순례길 속에서 살아야지.
이 추억은 내 인생에 노란화살표 같다고 해야 할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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