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1

Feb 17 2016

Heathrow Airport

United KingdomGB

Keflavik International Airport

IcelandIS

"생각지도 못한 생애 최고의 비행을 맛보다."

약 3시간의 비행은 지루할 틈이 없었다.
새로운 비행기를 탈 때면 의식처럼 행하는 각종 카탈로그 읽어보기.
혹시나 하는 마음에 쳐다본 암흑 속에서 피어난 파장의 물결.
웰컴 오로라 덕분에 여행 시작 전부터 가슴 설렌다.

엄청난 눈보라가 공항을 덮쳤다. 이름 값을 하는 여기가 ICELAND!

영국 숙소에 짐을 반쯤 덜어놓은 덕분에 내 캐리어는 면세점에서 구입한 와인과 맥주로 넘쳤다.
여행 준비의 마침표가 찍혔다.

공항에서 숙소까지는 셔틀버스를 이용할 수 있었다. 항공권을 구매할 때, 옵션을 지정할 수 있었는데 미리 예약한 호스텔 입구까지 태워주는 편리한 서비스였다.
보통은 오전 일찍이나 자정 녘에 도착하는 비행기가 많기 때문에 공항에서 렌트카를 찾지 않는 손님에게 최적의 서비스였다.

DAY 2

Feb 18 2016

"아침부터 끝내주는 날씨다!"
현섭이, 은총이, 진영이가 올 때까지 동네 한 바퀴 돌아야겠다.

숙소는 이 부근이었다. 시내를 돌아다니기에 최적의 위치였다.

늦잠 후 여유를 즐기며 조식을 먹었다. 분명 아침 10시에 가까운 시간이었지만 겨울 아이슬란드는 해가 정말 늦게 떴기 때문에 이른 아침 같았다. 괜시리 부지런한 느낌이다.

Reykjavik Downtown Host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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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llgrimskirkj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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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가다가 만나는 매 순간이 '내가 지구상 가장 북쪽에 위치한 수도에 왔구나'라는 인상을 받도록 만들었다.

예배당에서 부족한 활력을 충전하고 교회 전망대에 올랐다.
입장료를 낸 후 엘레베이터를 타고 올라갈 수 있었다.

해가 지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핫도그 하나 더 사먹었다.

저녁 시간이 지날 때 쯤 현섭이와 진영이가 도착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은총이는 그보다 더 늦게 도착했다.
세 명의 동갑내기와 한 명의 가이드 느낌의 여행팀 커밍순이다.

밤에 할 것도 없다보니 저녁 9시 쯤 현섭이와 진영이를 만나기로 했다.
한국에서 국제면허증을 미리 발급해오지 않아서 부득이하게 여자친구의 도움으로 진영이네 집으로 국제우편을 부쳤었다. 약 한 달만에 받게 된 국제면허증!

갑자기 눈보라가 미친듯이 몰아쳤다. 낮에 날씨가 너무 좋다고 자랑한 게 민망할 정도다.
간신히 문닫힌 할그림스키르캬의 입구 앞에서 현섭이와 진영이를 찾았다. 서둘러 근처에 카페로 들어갔다.
(이 곳이 '나만 위로할 것'-김동영- 에 나온 그 카페인 것은 나중에 다시 알았다. 진짜 가보고 싶었는데 우연히 들렀었다니 역시 난 행운아다.)

DAY 3

Feb 19 2016

어젯밤의 우려와 다르게 날씨가 좋다! 정말 다행이다!

샤워를 마치고 나왔더니 갑자기 눈보라가 미친 듯이 휘몰아친다. 30분 전의 기대가 설레발이 됐다.

10시에 오기로 했던 렌트카 사장님이 거의 1시간 늦게 도착하셨다.
갑작스러운 눈보라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단 거를 너무 잘 알고 있었지만 아쉬웠다. 그래도 나이스한 사장님의 사과와 기름 서비스 덕분에 기분 좋게 출발!
차도 너무 마음에 든다!

드디어 4명이 모두 만났다.
미리 카톡을 통해 온라인 친분을 쌓아둔 덕에 3%정도 어색함을 줄일 수 있었다.
첫 여행지인 골든서클에 가기 전, 일용할 양식을 채우기 위해 보너스에 들렀다. 소시지 지옥의 시작이었다.

Reykjaví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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Þingvellir National 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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Þingvellir National 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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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ysi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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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덮인 싱벨리어 국립공원을 뒤로하고 간헐천으로 유명한 게이시르로 향했다.
주차하기 전 입구부터 유황냄새가 코 끝을 찔렀다. 아 달걀이 못내 아쉽다.

갈색, 녹색 형형색색의 이끼들이 지표면 전체로 퍼져있어서 이국적인 느낌을 배가시켰다. 간헐천에서 올라오는 증기 때문에 신비로운 느낌도 들었다.

Geysi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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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llfoss Fal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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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저물어가는 속도가 너무 빠르다. 게이시르에 더 오래 있고 싶었지만 서둘러 굴포스로 발걸음을 옮겼다.
골든서클의 대장과 같은 굴포스!
주차장에서 사람들이 몰려있는 곳으로 향했다.

여자친구와 가족들이 생각나는 그런 멋진 풍경을 이번 여행에서 많이 만나고 있다.
남은 일정도 기대된다.

Gullfoss Fal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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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lfo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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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포스에서 해가 지기 전까지 충분한 시간을 보냈다.
골든서클. 처음으로 명명한 사람에게 상을 주고 싶다. 세 곳의 명소는 이름에 걸맞게 부족함이 없었다.
이제 첫 번째 숙소인 셀포스로 향한다. 어두워지니 빙판길이 조금 무섭기 시작했다.

밥을 해먹고 간단히 짐정리를 끝내니 어느덧 9시를 넘겼다.
각자 휴식시간을 보내는 사이, 난 오로라 헌터가 되어 동네 주변을 돌아다녔다.
구름이 꼈다가 맑아졌다를 반복했다. 하늘을 끊임 없이 올려다보니 거북목이 펴지는 기분이다. 5번 경추에 기분 좋은 뻐근함이 느껴진다.

10시 쯤, 아이슬란드 카페에서 본 오로라 알림 어플을 받았다.
30분이 지나고, 주변 5km 이내에서 알림이 울렸다.

-"Right Now!"-

오로라 불면증을 알리는 시작이었다.

알림이 울린 곳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가까운 길이었고, 네비게이션에서 이미 오로라가 보이는 거 같았다.
4명 모두 첫 오로라를 볼 기대에 넘쳤다. 차는 이미 흥분으로 넘쳤고 빨간 4륜 SUV는 눈보라 속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눈보라와 구름만 가득했던 "Right Now"의 그 곳.
작성자야. 넌 도대체 뭘 본거냐. 내뇌망상이었니.

첫 오로라 헌팅이었기에 우리는 쭈글거릴 수 밖에 없었다.
그저 날씨가 뒤죽박죽한 아이슬란드니 그런가보다 싶었다. 우리는 순진했다. 눈보라를 만드는 구름이 30분 만에 만들어질 수가 있나?
1시간을 주변에서 서성거렸다.
11시가 넘어가고 복귀를 결정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우연히 왼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장시간 운전을 해서 그런지 눈이 침침했고, 하늘이 꾸물거리는 거 같았다. 하늘이 꾸물거리고 있었다.

"맙소사"
"Right There!" 진짜 오로라가 나타났다.
오로라의 끝자락을 발견했다!

사실 오늘의 오로라지수는 3에 불과했다.
보통 4 이상은 되어야 관찰할 수 있다고 했었기 때문에 기대하지 않았던 선물을 받은 셈이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어린아이와 같은 순수한 행복으로 가득했고, 쉽게 가시지 않는 여운은
몇 병의 맥주와 함께 진해지는 밤이었다.

DAY 4

Feb 20 2016

아침부터 몹시 분주했다.
간단히 아침식사는 소시지와 빵을 먹었고, 짐들을 챙겼다.
그 와중에, 왜인지 모르겠지만 액자를 하나 깨먹었다. 주인에게 사과와 변상하겠다고 말씀을 드렸다. ㅠㅠ
이해심이 너무 많다 못해 인자하고 킹갓제너러스한 주인분께서 웃으시며 괜찮다고 하셨다. ㅠㅠ 재차 변상을 말씀드렸지만 끝까지 말도 안되는 관대함을 보이셨다.
굉장한 집 사용 후기를 남기기로 마음 먹었다. (사실 그럴만한 능력이 없지만)

Selfoss

IcelandIS

Seljalandsfoss

IcelandIS

Seljalandsfoss

IcelandIS

Skógafoss

IcelandIS

Skógafoss

IcelandIS

Dyrhólaey

IcelandIS

스코가포스의 멋진 풍경을 뒤로하고 비크에 조금 더 접근하기로 했다.
다음 여행지인 디르홀레이는 해안 절벽의 꼭대기에 있는 만큼 더 어두워지기 전에 가야했다.

올라가는 길이 빙판과 두껍게 쌓인 눈으로 뒤덥혔다. 산 길을 오를 수 있을까 걱정하면서 조심스럽게 올라갔다.
핸들을 요리조리 돌리면서, 징 박힌 타이어와 4륜 자동차의 능력을 시험했다. 시험 통과!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 풍광과 노을에 압도되어 예정시간보다 더 머물기로 했다.
더 어두워지기 전에 디르홀레이에서는 내려왔다. 근처 노을을 감상하기 좋은 곳으로 향했다.
이윽고 해가 지기 시작했고,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최고의 감상 포인트를 찾았다.

Dyrhólaey

아이슬란드IS

비크이뮈르달

아이슬란드IS

비크에는 빈 방이 없었다. 그래서 1시간 정도 떨어진 곳에 숙소를 잡게 되었다.

무계획 여행의 묘미는 피곤함이었던가.
급격하게 몰려오는 피로를 물리치고 다시 숙소를 찾았다.
비크에서 스카프타펠로 넘어가는 길에 Kirkjubæjarklaustur 라는 마을이 있었다. 그리고 그 근처에 산장을 여러개 보유한 '박달재 수련원'같은 게스트하우스를 발견했다.

Wifi = 열악
'알파벳 맞추기' 보드게임 가지고 정말 잘 놀았던 고전적인 산장 느낌

부킹닷컴에는 Wifi가 된다고 써 있었지만, 그저 신호만 잡힐 뿐이었다.
그리고 미리 와 있었던 한국인 관광객을 만났다. 남부 여행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이라고 했다.
아일랜드에서 교환학생을 마치고 한국 가기 전에 아이슬란드 여행을 왔다는 친구가 빙하에 대한 기대감을 더 크게 심어주었다. 일행 중 유일하게 친절했던 친구.
또 한 그룹의 외국인 여행객을 만날 수 있었다.
한 분은 현지 가이드로 오로라 헌팅 전문 가이드라고 하셨다. 우리는 오로라를 잘 찾아낼 수 있는 방법을 여쭤 봤는데, 그 분도 오로라 지수와 행운. 그 두 가지만으로 탐험을 하고 계셨다.
오늘은 구름 낀 밤하늘 때문에 어려웠고, 내일이나 모레 기대해 볼 만하다고 하셨다.
감사합니다!

정말 간단히 저녁식사를 해결하고 각자 쉬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난 평소와 같이 주변 거리를 돌아다니기 위해 밖으로 나갔다.
칠흑같이 어두운 밤.
무언가 부스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얼굴을 감싸는 공기가 더욱 선명하게 느껴졌고, 감각이 예민해졌다.
깊게 숨을 들여마실 때마다 상쾌함이 증가한다.
30분 동안 지나간 차가 없다.
눈의 암순응은 완벽히 끝난 지 오래다.
감각이 둔감해진다.

DAY 5

Feb 21 2016

늦잠을 잤다.
간밤에 허세 한 모금 마셨더니 깊은 잠을 잤다.

은총이와 진영이는 먼저 아침 조식을 먹으러 갔다. 굉장히 만족스러웠다고 했다.
생각보다 알찬 조식 구성에 어젯밤 허술했었던 저녁식사가 덜 미안해졌다.

Klaustur-Hof Guesthouse

아이슬란드IS

스카프타펠

아이슬란드IS

오늘은 스카프타펠과 요쿨살룬을 들러 호픈까지 가는 일정이었다.
어제와 같이 시작은 흐림.

기대치 않았던 멋진 화장실과 안내소 덕분에 빙하투어에 대한 기대가 하늘 높이 솟았지만, 거기까지였다.
오늘 스카프타펠 주변의 풍속은 평균 17m/s. 어딘가 익숙한 숫자인데..
그렇다. 난 지구과학을 공부한 사람이었다.
오늘 스카프타펠 주변엔 태풍이 하나 떠 있는 것이었다.

현섭이는 우리 중에 가장 도전적인 친구였다.
그에게 큰 영감을 받아 가장 영감님이었던 나는 조금 더 적극적으로 빙하를 즐겨보기로 했다.

약 1시간 동안 이리저리 뛰어다니며(X) -> 조심스럽게 기어다니며 빙하를 즐겼다.
빙하동굴 투어 및 트레킹은 즐길 수 없었지만 겨울철 한정 빙하 스페셜 덕분에 부족함 없는 여행을 만들었다.
이윽고, 점차 강해지는 바람에 본능적으로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람 소리부터 심상치가 않았다.
그리고 가만히 몸을 가누기 힘든 바람이 밀어닥쳤다.

돌아가는 길에 5분 마다 주저 앉아야 했다.
얼음 알갱이가 우리를 덮쳤고 가장 취약한 다리 부분은 집중 공격의 대상이 되었다.
청학동에서 종아리를 맞듯이 얼음 알갱이 훈육을 당할 때마다 주저 앉고 웅크렸다.
자연의 힘 앞에 강제 굴복했다.
갑자기 이 바트나요쿨 지역을 통과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생겼다.
서둘러 이동해야겠다.

스카프타펠 베이스캠프로 복귀했다.
우리는 마치 얼음별에서 탈출한 매튜 맥커너히와 앤 해서웨이처럼 엄청난 얼음 폭풍에 대해 쉼없이 얘기했다.
50년 늙지 않아 다행이었다.

스카프타펠

아이슬란드IS

Jökulsárlón

아이슬란드IS

다음 행선지를 향해 출발했다.
비크의 마트에서 우리가 먹을 것.
주유소에서 우리의 친구 빨간 SUV가 먹을 것을 충분히 채웠던 덕분에 기름에 대한 걱정, 당 떨어짐에 대한 걱정을 덜 수 있었다.
빠르게 안정을 되찾았다.

요쿨살룬에 접근할 수록 차가 바람에 밀리는 느낌을 받았다.
의식적으로 왼쪽에서 부는 바람에 대항하여 핸들을 11시 방향으로 돌리게 된다.
차가 똑바로 움직인다.
핸들은 11시 30분 방향이다.
차가 똑바로 움직인다.
조금 섬뜩해졌지만 우리 일행들의 마음의 평화를 위해 내색하지 않았다.
화장실이 가고 싶어졌다.

아이슬란드는 가설 다리가 많았다. 요쿨살룬의 주차장도 가설 다리를 지나 좌, 우측에 마련되었었다.
빙하가 녹으며 만들어진 강들과 강한 바람 때문에 가설 다리를 자주 새로 설치한다고 한다.
그래서 지나가며 버려진 다리 부조물들을 빈번히 만날 수 있었다.

차가 1대 밖에 지나갈 수 없는 다리들을 지날 때면 반대편에서 아무도 안오기를 빌게 된다.
처음엔 속도를 줄이게됐다. 그러나 통행을 반복하게 되면서 대범해진다.

먼저 요쿨살룬의 빙하를 보러 갔다.
스카프타펠에 비해 날씨가 좋아진 것 같지만 저 멀리 익숙한 구름이 보였다.
딱 1시간만 놀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이 친구들과 함께여서 할 수 있었던 일들.
눈치 보는 것 없이 자유롭게 하고 싶었던 일들을 많이 시도했던 것 같다.

현섭이를 따라 가다가 신발이 젖은 은총이를 차에 두고 우린 망아지처럼 뛰어나갔다.
(시간이 지나 함께 석양을 감상했지만 이 때를 생각하니 다시금 미안해졌다.)

Jökulsárlón

아이슬란드IS

회픈

아이슬란드IS

꽉찬 일정을 마치고 최종 목적지인 호픈으로 갔다.
사실 진짜 일정은 이제 시작이었을지도 모르겠다.
피곤해진 몸을 이끌고, 태풍과 같은 바람과 어둠, 그리고 눈을 뚫고 가야 한다.

차 창문을 때리는 것이 돌맹이인지, 자갈인지, 얼음 알갱이인지.

살면서 자연에 경이로움 또는 두려움을 느낀 적이 세 번 있었다.
1. 고1 때, 눈이 70cm 쌓여서 그 지독한 제천고등학교가 조기 귀가를 시켜줬을 때.
2. 군대에서 눈을 치워도 뒤돌아보면 눈이 쌓여 있었을 때.
3. 이번에.

차가 바람에 밀리고, 바퀴는 눈 속에서 헤엄치고, 자갈과 얼음 알갱이가 호시탐탐 유리창의 균열을 노렸다.

앞이 전혀 보이지 않는 터널보다 더 무서운 건
헤드라이트를 켜지 않고 달려오는 차들이다.
그보다 더 무서운건 갑자기 상향등을 켜는 차들이다.

차선이 사라졌다.
시속 30km로 천천히 지나가는데 체감은 130km다.
반대편에서 차가 오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달린다.

드디어 눈폭풍 속을 통과했다!
친구들의 아쉬운 탄식과 나의 안도의 한숨이 교차했다.
왜인지 모를 세대차이를 느꼈다.

긴장이 풀렸다.
헤드라이트와 안개등을 켠 채로 달리고 있었다.
갑자기 뒤에서 차가 한 대 나타났고, 헤드라이트 빔을 빵빵 쏘아댔다.
괜시리 영화의 한 장면이 스쳐 지나갔고, 속도를 내야 하나 싶었다.

우왕좌왕하는 사이에 빔의 점멸은 더욱 거세졌다.
아 이것은 멈추라는 신호다. 그런데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마음이 쪼그라들기 시작하면서 묘한 긴장감이 생성되었다.

경찰이다. 왜?

면허증과 신분증을 요구했다. 왜?
아 당연한건가.

다행히 아이슬란드어가 아니었다. 글로벌한 분이시네.

아... 국제면허증이 안보인다. 어디있었더라!!!!
정직한 발음으로 웨잇 어 미니트를 외쳤다.
다행히 통했다.

국제면허증이 안나오고 잡다한 티켓뭉치만 주머니에서 나온다. 으아..
한 겨울에 급한 배의 신호가 온 사람처럼 식은 땀이 났지만 애들이 동요하지 않도록 겉으로는 침착함을 드러냈다.

왜 난 검은 패딩을 입고, 회색 비니를 쓰고 있었지! 내가 봐도 의심스러운 몽타주다.

안주머니에서 국제면허증을 찾았다!!

찾고나니 이제 왜?? 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다.
경찰 아저씨의 말에 집중했다.

"야 너 운전면허 있구나?, 아 너가 안개도 안꼈는데 안개등 켰길래 알려주려고 세웠지."
"이거 끄고 운전해~ 안전 운전하고~"

매우 친절하다.

이렇게 기습 검문(?)은 훈훈하게 끝났다. 나만 스릴러였고, 친구들은 다시 흥분했다.
경찰에게 검문이라니!

교훈을 얻었다.
1. 신분증은 찾기 쉬운 곳에 두자.
2. 운전할 때는 패딩을 벗자.
3. 안개등은 안개가 꼈을 때 켜자.

짧은 시간에 여러가지 에피소드를 남기고 다시 호픈을 향해 나아갔다.
드디어 호픈 입구가 보인다! 정말 오랜만에 대도시에 도착했다.
빨리 쉬고 싶어졌다.

예약한 숙소와 제공되는 숙소의 위치가 조금 달라서 다시 움직였다.
위치는 전보다 좋아졌다.
마트에서 소세지와 함께 먹으면 좋을 것들을 사서 들어갔다.

아이슬란드 항구 도시의 밤을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없었다.

일정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블리자드 예보가 나온 북쪽을 도전하느냐, 다시 남쪽을 돌아 비교적 날씨가 좋은 서부로 가느냐.

오늘의 거친 운전과 일정이 안전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나 혼자만의 여행이 아닌 만큼, 최우선 조건은 안전이었다.
결국 예보를 확인하며 좋은 길을 따라 여유있게 여행하는 것을 선택했다.

DAY 6

Feb 22 2016

아침이 밝았고 바람은 잦아졌다.
아졌지만 15m/s는 넘는 바람이었다.
아쉽지만 아이슬란드 동부 및 북부는 언젠가를 기약해야겠다.

회픈

아이슬란드IS

Svínafellsjökull

아이슬란드IS

바람이 강하기는 하지만 어제보다는 확실히 가볍다.
오늘은 조금 더 열심히 달려서 서부로 넘어가야겠다.
이미 함안-서울 운전을 하면서 왠만한 장거리는 괜찮아졌다.

돌아가는 길에는 (일정때문에, 모르고 지나쳐서) 방문하지 못했던 장소를 찾기로 했다.
먼저 바트나요쿨 주변에 영화'인터스텔라' 촬영지로 알려진 '스비나펠스요쿨'에 들렀다.
스카프타펠 베이스캠프에 비해 빙하 가까이까지 차를 타고 갈 수 있는 곳이었다.

링로드에서도 쉽게 접근할 수 있었다.
(어짜피 내륙 대부분의 길은 빙판이었다.)

Svínafellsjökull

아이슬란드IS

비크이뮈르달

아이슬란드IS

다시 비크 숙소를 향해 출발했다.
어제 오늘 빙하를 질리도록 봤다고 생각했는데, 빙하는 질리는 풍경이 아니었다.
계속 보고 싶었다.
더 큰, 더 투명한, 더 파란, 아무도 보지 못한 빙하를 찾고 싶은 욕심이 자라났다.

돌아가는 길에 놓쳤던 풍경을 하나 발견했다.
철거되어 방치된 철제 다리였다.
마침 그 옆에 주차장과 같은 공터가 있었기 때문에 잠시 쉬어가기로 했다.

세상은 넓고 '아이-돌'은 많다.
여기서 무한-드리프트를 하는 스페인 사람을 만났다.
골프같은 차를 타고 왔는데, 세상에나 바퀴에 징도 없이 아이슬란드 여행중이었다.
여자친구와 함께 여행 온 그 친구는 정말. '아이-돌'이었다.
빙판에서 트리플악셀- 더블악셀-스파이럴까지 골프를 가지고 할 수 있었다.

현섭이가 너무 감동한 나머지 한 번 태워 달라고 했더니 흔쾌히 들어줬다.
한 10번 돌았을까, 미친듯이 소리를 지르던 현섭이가 만면에 미소를 띄우며 나왔다.

그의 직업은 '카레이서'라고 했다. 왠지 예사롭지 않은 드리프트는 프로의 솜씨였군.
그 커플은 오늘 밤 비행기를 타고 집으로 돌아간다고 했다. 그리고 우리의 환호성에 맞춰 3바퀴 더 돌더니 멀리 레이캬비크 방향으로 사라졌다.

늦은 아침.
짧은 오후.
예기치 않았던 만남과 장소.

어느덧, 해가 저물어 간다.

아이슬란드에서는 운전 자체가 여행으로 느껴진다.
차가 막힐 일도 없고, 온 세상은 전에 볼 수 없었던 풍경이다.
아주 가끔. 다이나믹한 상황을 만나지만 그것도 겉절이에 들어가는 참기름만큼 좋은 감미료가 된다.

비크 숙소에 가기 전, 전에 지나쳤던 레이니스파라에 들렀다.
남부 해변을 따라 달리는 링로드는 언제나 최고의 노을 서비스를 제공한다.

레이니스파라는 많이 좋았다.
아침 햇빛에 부서지는 모래 해변이 궁금해졌고, 우리는 내일 아침 다시 들르기로 했다.
마침 해변 앞에 카페가 있었기 때문에 브런치를 먹을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갖고 숙소로 향했다.

해가 저물고 전날 밤 예약했던 숙소로 찾아갔다.
마트에 들러 먹을 것을 충전하려 했지만, 6시에 문을 닫았다. 6시에 문을 닫았다..

숙소에 도착했다. 방을 안내 받고 체크인을 하기 위해 주인을 기다렸다. 체크인을 기다렸다..
어두운 표정으로 주인이 나오셨다.

숙소 예약이 잘못됐다. 날짜를 잘못 입력해서 어제 날짜로 예약을 했었고, 오늘은 빈 방이 없단다. ㅠㅠ
예약을 했던 현섭이의 넋이 나갔다. 너무나 미안해하는 현섭이가 안쓰러웠다. 여행하다보면 그럴 수도 있지.
다시 긴급하게 숙소를 찾았고 스코가포스 근처에 적당한 뭔가 기품이 있고 저렴해 보이고 방이 반드시 있을 것 같은 오두막집을 발견했다!
안도감과 함께 피로가 같이 몰려왔다.

무인시스템이라 주인에게 연락해서 비밀번호를 받았다.
없는 게 없지만 발전기의 성능이 많이 부족했다. 요리를 하기 위해 인덕션 켜면 전등과 함께 두꺼비 집이 자꾸 내려갔다.
시골의 정취다.
애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위로의 말을 많이 했다.
그런데 사실 난 너무 신났었다. 상상했었던 캠핑이다!

남은 재료를 알뜰하게 활용해서 저녁식사를 했다.
캐리어에 가득했었던 맥주와 와인도 거의 다 마신 것 같다.
분위기에 취해서 혼자 의자 하나를 들고 밖으로 나왔다. 그리 쌀쌀하지 않은 날씨.

간이 의자에 앉아 하늘을 바라봤다. 구름 한 점 없고, 우두커니 엄청나게 밝은 보름달이 떠있다.
처음에는 망할 녀석 덕분에 오늘 오로라는 다 봤다 싶었다. 하지만 오로라를 생각하지 않았을 때, 그 어느 때보다 멋진 하늘이었다.
눈 앞에 차츰 많은 별들이 쏟아져내렸고, 간혹 별똥별도 스쳐갔다. 그저 멍하니 바라보고 싶은 하늘이었다.

확실히 술에 취했었다.
갑자기 혼자 뒷 산을 올랐다. 겨울철 먹이를 찾아 오르는 멧돼지처럼 산을 타고 올라갔다.
한 100m 쯤 올라서 다시 하늘을 바라보았다. 오롯이 주변의 경치를 머리에 새겼다.
달빛 하나로 주변을 밝히고 있었고 바람 때문에 갈대가 쓰러지는 소리만 들렸다.
고요하고 평안했다.
확실히 술에 취했었다.

DAY 7

Feb 23 2016

아침 햇살에 부서지는 '검은 해변'을 만나기 위해 '레이니스파라'로 다시 향했다.
오늘도 날씨토템 은총이 덕분에 날이 너무 좋다.
오로라는 못보고 있지만 여행하기에는 더할 나위 없었다.

Reynisdrangar

아이슬란드IS

미군 수송기 추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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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니스파라에서 간단히 허기를 채운 뒤에 미군 수송기 추락 흔적 장소를 찾아갔다.
사실 추락한 비행기의 파편을 '왜?' 보러가나 싶었지만 주변 풍경과 어울리는 그 모습은 상당히 매력적이었다.
특히 오로라 사진의 핫플레이스로 유명했다.

눈이 녹아있고, 차들이 서 있는 곳에 대충 주차를 한다.

구름 한 점 없는 청명한 날씨와 반대되는 황량한 잔해에서 이상한 생각이 떠올랐다.
다행히 사상자는 없었던 사고.
비행기에서 무사히 탈출한 생존자들은 바닥을 디뎠을 때 어떤 감정이 들었을까?
무사함에 대한 안도와 제 3세계같이 느껴지는 주변의 어두운 풍경.
또다른 생존에 대한 방법을 강구하기에 바빴을까.
알 수 없는 잡생각을 가득채우고 비웠던 곳.

Solheimasandur Plane Wre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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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르가르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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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아이슬란드 서부를 향해 링로드를 따라 무한히 달릴 일만 남았다.
이대로 레이캬비크로 돌아가기는 아까웠기 때문에 조금 긴 드라이브를 하기로 마음 먹었다.

보르가네스를 가기 위해서는 기름을 더 충전해야 했다.
익숙한 셀포스에서 주유소에 들렀다. 이제는 아이슬란드어로 적힌 휘발유와 경유를 쉽게 구분할 수 있다.
처음에는 셀프 주유소였지만 점원을 불렀었다.

레이캬비크를 스쳐 지났고
처음으로 톨게이트에 진입했다. 마치 거가대교와 비슷한 가격과 느낌이다.

오늘의 오로라헌팅 포인트
오랜만에 스튜디오를 빌렸다.
첫 날의 아늑하고 넉넉했던 기억때문에 기회가 되면 스튜디오서 자고 싶었다.
내가 좋은 건 남들에게도 좋은 법.
경쟁은 피곤하고, 쟁취는 달콤하다.

보르가르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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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피외르뒤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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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피외르뒤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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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라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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