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카메라를 처음 갖게된 2010년 말, 카메라가 주로 향한 곳은 하늘이었다. 눈부신 하늘이 카메라에 들어와 하나의 그림이 되는 것도 신기했고, 찍는 방법에 따라 바뀌는 느낌도 신기했다.
그래서 나는 집에 있다가도 멋지게 노을이 지는 창밖을 보면 카메라를 들고 창틀에 붙어 셔터를 누르곤 했다.

사실 그전에는 우리집에서 바라보는 노을이 이렇게 아름다운 줄은 알지 못했다. 학원이 끝나고 집에 돌아오면 밤이고, 새벽같이 등교하기에 바빴으니. 20년 넘게 한집에서 살면서 집에서 바라보는 풍경을 감상할 여유조차 없었다.
카메라를 들고부턴 창틀에 붙어 풍경을 감상하는 습관이 생겼다. 해가 지는 아파트 뒤쪽에는 낮은 주택들이 있어 시야가 확 트이고, 저멀리 보이는 도봉산의 능선이 검은 실루엣으로 변할 때면 한 폭의 그림을 연출한다.

일몰 시간에 내 방에 앉아있으면 불투명한 창문이 빨갛게 변하는 시간이 온다. 그순간 창문을 열면 빨간 하늘이 나를 기다린다.

2011년 10월 2일은 내 생애 가장 다채로웠던 하늘을 본 날이다. 넓은 몽골 평야의 일몰도, 뻥뚫린 수평선 위를 가득 채우는 구름파도도 아니지만 정말 1,2분 차이로 변하는 하늘 색을 보고 있자니 시간가는 줄을 몰랐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 멋진 하늘을 좁은 화각 안에만 담는게 아쉬워 어느순간 파노라마 사진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또 어느순간부터는 집에서 하늘을 보며 해방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래서 여행이 가고 싶은데 못 가는 답답한 순간에는 하늘을 본다.
그러다 우연히 멋진 하늘을 만나면 여행 중 예쁜 장소를 찾은 것처럼 기분이 좋아진다.

누구에게나 힘들 때 찾아가는 장소, 지칠 때 위로가 되는 장소가 있듯이 나에게는 창문 앞이 그런 탈출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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