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4

May 13 2016
포르투, 꼭 다시 만나!

포르투에서의 마지막 날. 아직 너무나 새로운 게 많은데 마지막이라니. 너무 아쉽다.
그동안 봐왔던 기념품들을 쓸어담으려 길을 나선다.

조금이라도 더 구경하려고 아침 일찍 나왔는데도 시간이 부족하다. 12시까지 체크아웃이라 빨리 돌아가야하는데 포르투의 예쁜 샵들이 내 발목을 잡는다.

여기저기서 기념품을 사고, 아침으로 포르투갈식 토스트 프란세지냐도 먹고 포트와인도 사고.
포르투에서의 마지막을 정신없이 보내고 나왔다.

다음에는 꼭, 더 여유롭게 여행하리라 다짐하며 포르투를 떠난다.

다시 만난 인연, 다시 만난 햇빛

리스본은 날씨가 좋다. 사실 주말이 되면 포르투도 리스본도 비가 갠다는 예보를 봤으니, 지금은 포르투도 화창하겠지.
하지만 이제 리스본을 즐길 차례. 숙소 건물에 도착했는데 호스트가 나오지 않는다.
문자를 보내도 답이없고 기척도 없다. 무작정 에어비앤비로 받았던 집 호수를 찾아 벨을 눌렀더니, 영어를 잘 못하는 아저씨 둘이 나오신다.
뒤로 살짝 보이는 풍경은 사진으로 보았던 집이 맞는데.. 주인은 어디있는거지?

한 아저씨가 호스트에게 전화해 바꿔주시니, 5분 후 도착한다고 한다.
그래 이 집이 맞구나 하며 안도한 후 모든 짐을 내려놓고 아저씨가 타주신 커피를 마시니 몸이 다시 노곤해진다.

그 아저씨들은 다른 방에 머무는 헝가리에서 온 여행객이었고, 놀랍게도 이 집에는 우리 방 말고도 세 개의 방이 더 있다. 정말 비엔비를 위해 꾸며놓은 공간 같았다.

우리의 방은 개인침대 두개에 창밖으로 보이는 바다가 아름다운 쾌적한 방이다.

그런데 잠시 후 호스트가 급하게 나타나서 비상 번호와 숙소 규칙 등을 설명하고는 다시 사라진다. 주방은 깨끗하게 써야한다, 조명은 필요하지 않으면 꺼라 등등.. 본인을 위한 당부만 늘어놓고 자신은 다른 곳에 묵는다며 나간다.
궁금한 것을 물어볼 틈도 없었다.

뭐지? 이 허무함은..

자연스레 전 호스트와 비교하게 되었다.
방은 춥고 좁지만 정말 사람사는 집 같았던 그 집. 주방에는 차와 커피, 식재료 등이 가득하고, 테라스에는 빨래가 널려 있고, 거실에는 사진들과 빼곡히 채워져 있는 방명록. 아침, 저녁에는 음식 소리로 분주했던 그 곳.
호스트가 나눠준 파일에는 숙소 규칙과 함께 추천 맛집과 바, 카페 등이 지도와 함께 설명되어 있다.

처음이지만 에어비앤비를 선택했던 이유는 현지인들의 삶의 모습이 궁금했고, 호스트의 따뜻한 환대와 그들과 함께하는 화기애애한 저녁이 기대됐기 때문이었다. 물론 포르투에서는 도시의 모습에 반해 하루종일 돌아다니느라 시간이 안 맞아 저녁을 함께하지 못했지만, 그런게 내가 꿈꾸는 여행의 모습이었다.

리스본이라는 화려한 도시에, 아무런 계획도 없이 왔던 우리는 숙소 안에서 길을 잃은 기분이다.

뭐, 우리에게는 네이버가 있고, 포스퀘어, 구글맵이 있으니 큰 문제는 없다. 스마트폰이 있는데 누가 길을 잃으랴. 헌데 여행의 큰 부분을 잃는 것 같은 찝찝함은 어쩔 수가 없다.

아무튼, 오늘은 일찍 쉬기로 하고 저녁장을 보러 잠시 밖에 나갔다. 숙소 근처 공사장 지역을 지나가는데, 익숙한 사람의 모습이 보인다.
자세히 보니 포르투에서 만났던 Lulu! 우리는 이 큰 도시에서 다시 만난 것이 너무 신기해서 소리를 질렀다. 그것도 대성당같은 관광지가 아닌 후미진 공사장에서.

와인 한잔 하자며 코메르시우 광장으로 갔다. 역시 그녀는 걸음이 빠르다. 그녀를 따라 광장 옆 레스토랑에 앉았는데, 모히또 한 잔에 5유로나...

됐고, 날씨도 이렇게 화창하고, 좋은 사람들과 함께니 그냥 즐기자!

저녁은 돈을 아끼려고 한국에서 가져간 비빔면에 삶은 계란, 궁금했던 토마토 소스 정어리 통조림(정어리:sardinhas)을 까서 먹었는데, 이거, 비리지도 않고 간도 적당한게 한국인의 입맛에 딱이다!
게다가 가격도 저렴하니(0.5~2유로) 기념품으로 안성맞춤이다.

DAY 5

May 14 2016
맛있는 음식과 와인이 있다면
조금 추워도 좋아

매주 토요일에만 선다는 도둑시장(벼룩시장)을 찾아갔다. 앤티크 소품과 가구를 좋아하는 터라 이 시장은 나에겐 천국이다. 동시에 갖고싶다고 다 살 수는 없는 그림의 떡.

코르크제품과 낡은 타일, 낡은 가구들, 고서적, LP, 필름 카메라, 영화에서나 볼 법한 악기, 유려한 라인의 유리병, 오래된 열쇠 등등 정말 예쁜 잡동사니들이다.
내 카페나 집이 있었다면 죄다 쓸어담아 장식하고 싶은 것들.

황학동 풍물시장의 유럽 버전이라고나 할까. 우리에게 리스본에서의 토요일은 하루 뿐이기에 마음에 드는 것을 반드시 골라야한다. 일단 한 바퀴 돌고, 배가 너무 고파서 시장 안에있는 식당에 들어왔다.

우리가 시킨 음식은 토마토수프와 대구요리. 빵은 맘껏 먹을 수 있다. 이렇게 해서 9유로라니 다른 곳에 비하면 굉장히 저렴한 편.
포르투갈 요리에도 고수가 꽤 많이 들어간다. 나는 고수를 잘 못먹지만 쪼-금은 참을 수 있는 정도이고 친구가 정말 좋아하기에 빼달라고 할 수가 없었다. (굳이 빼달라고 하기도 귀찮고..)

요리는 전반적으로 짠 편이나, 빵이 있다면 괜찮다. 마치 우리네 반찬이 밥과 함께하기에 짠 것처럼. 하지만 다른 식당에선 굳이 필요없는 빵까지 돈내고 먹기가 아까워 요리만 먹으니 굉장히 짤 수 밖에 없었다. 우리는 보통 밥이 기본으로 제공되니 추가요금을 내고 빵을 사면 돈이 아깝지만 유럽의 요리들은 빵과 함께 완성된다.

그래서 공짜 빵이 제공되는 이곳의 요리가 맛있게 느껴질 수 밖에 없을지도 모르겠다.


만족스러운 한끼를 즐기고 다시 나와서, 나의 가죽가방과 반지, 엄마의 코르크 가방을 샀다.

다음으로 구시가지인 알파마를 걸었다. 다행히 숙소와 도둑시장 모두 이 지역에 위치해 있어 천천히 걸어도 둘러볼 수 있어 좋다.

오래되어 칠이 벗겨진 건물과, 여기저기 시멘트로 메워진 돌길, 타일 위 녹이 흘러내린 자국들이 도시의 누런 색감을 만들어 특유의 분위기를 낸다.
차와 사람만 없으면 그야말로 중세로 돌아간 기분일 것이다. 거기에 리스본의 상징인 노란 트램이 더해지니, 완벽한 조화이다.

불편함을 감수하고 낡음을 간직하고 그 위에 자신만의 이야기를 덧붙이는 곳이 좋다.

강과 바다가 가까워서 그런지, 높은 곳만 올라가면 기다렸다는 듯이 바람이 세차게 분다.
포르투도 그랬다. 바람이 없으면 그냥 선선한 가을 날씨인데, 거센 바람이 부니 쌀쌀한 늦가을 날씨이다. 걷다가 지쳐 목 좋은 카페 테라스에 앉아 핫초코와 에그타르트를 먹는데, 금방 차가워진다. 찬 바람을 견디다 못해 담요를 둘렀다. 양 옆에선 감미로운 카페 음악과 버스킹 음악이 들려오는데, 어제와 달리 해는 다시 모습을 감췄다.

하지만 아무렴 어때, 난 지금 리스본인데!

숙소에서 잠시 쉰 후, 저녁을 위해 다시 밖으로 나왔다. 맛집을 여기저기 찍어놨지만, 다 소용없다. 정처없이 걷다가 지금 당장 끌리는 곳으로 가는게 제일이다.

항상 그렇듯 목표를 가지고 걷다가 한 골목이 예뻐서 길을 새고, 사진을 찍고, 또 걷다가 사진을 찍고, 그러다보면 내가 하려던 것이 뭔지 잊게된다.
처음 방문한 여행지에서 목적을 갖고 그것만 보려 서두르면 길을 잃었을 때 우연히 만나는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을까. 패키지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식당을 찾으려 구글맵만 바라보며 길을 걸었다면, 내가 좋아하는 핑크색 문이 일렬로 늘어서있는 골목도 보지 못했을 것이고, 비글 한 마리가 뛰어올라 파란색 문 밖으로 고개를 내민 순간도 포착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냥 걷다가 우연히 먹어보고 싶었던 타파스를 파는 곳을 만나, 우연히 노을이 보이는 테라스를 발견했다. 그 별거 없는 타파스 한 접시가 그렇게 비싸다는 사실도 우연히 알게 되었고, 이제 와인을 조금씩 즐기고 있다는 것도 우연히 깨달았다.

DAY 6

May 15 2016
벨렘도 에그타르트도 정말 좋지만
내가 만든 타파스가 최고

오랫만에 느즈막이 일어나 길을 나선다. 숙소에 빛이 너무 잘 들어 늦게 일어난다 해도 8시를 넘기지 못한다.
오늘은 유일하게 여행 전에 검색해봤던 유명한 에그타르트집 '파스테이스 드 벨렘'에 가는 날.

여태 먹었던 에그타르트도 최고였는데 어떻게 더 맛있을 수 있을까.

에그타르트 가게가 점점 눈앞에 다가오니 엄청난 대기줄이 보인다. 사람들의 충고대로 줄을 기다리지 않고 자리에 앉으면 더 빨리 먹을 수 있다고 해서 안으로 들어가는데, 아니 안에도 인파가 장난이 아닐 뿐더러, 매장 자체도 굉장히 넓다. 미로처럼 굽이굽이 들어가는데, 아마 장사가 잘되니 방을 하나씩 넓힌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그 넓은 매장 안에서 자리를 맡으려 해도 줄을 서야한다. 생각해보니 오늘은 일요일. 리스본이 큰 관광지라는 것을 실감한다.

주문하기도 힘들다. 직원을 간절히 바라보는데 우릴 볼 생각을 안 한다. 겨우겨우 불러 음료와 에그타르트 두개, 테이크아웃용 에그타르트 여섯개를 주문했다.

다른 집의 에그타르트와 다른 점은 겉부분이 튀긴 것처럼 바삭하다는 것. 약간 시리얼같은 고소함과 바삭함이 느껴진다. 안쪽의 커스터드 크림은 느끼하지 않게 부드럽고 시나몬 파우더를 뿌리니 향이 정말 잘 어우러진다.
너무 순식간에 사라져서 조금 더 주문하고 싶은데, 두 개 더 먹으려고 삼십분은 기다려야할 것 같아서 그냥 나가서 따로 포장한 것을 먹기로 했다.

참고로 영어 메뉴를 보니 egg tart 가 아닌 portuguese custard tart 라고 설명되어 있다. 현지어로는 pasteis de nata. 줄여서 nata 라고 부른다.

각종 건축양식이 혼합되어 유명하다는 제로니무스 수도원에 갔는데 입장인파가 한가득이다.
뭐, 분명 멋있겠지.. 그래.. 하며 쿨하게 돌아섰다.

발견기념비와 벨렘탑 모두 밖에서 보는 것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우리는 갑자기 뜨거워진 햇살을 받으며, 확확 변하는 리스본의 날씨에 의아해하며 느릿느릿 걸었다.

앉아서 에그타르트를 또 꺼내먹고, 산책나온 강아지를 구경하고 그 강아지를 약올리는 아이들을 구경했다. 강가에 앉아 대화를 나누는, 곧 사랑이 시작될듯한 커플을 구경했고, 두 동양인을 신기하게 쳐다보는 사람들을 같이 구경했다.

저녁에는 쇼핑을 했다. 유럽에 오면 좋아하는 브랜드인 '러쉬'를 꼭 가려고 다짐했던 터라 멀리있는 쇼핑몰까지 버스를 타고 갔다.
쇼핑 후 나가려는데, 알파마에선 보지 못했던 대형 마트가 보인다. 정어리 통조림이 의외로 맛있어 조금 사려고 들어갔는데, 눈 앞에 펼쳐진 천국같은 풍경.
치즈와 햄 코너가 정육코너만큼 정말 크고 종류도 다양하다.

마트를 나왔을 땐 둘이서 같이 들기도 힘들 정도로 많은 양의 식품들이 손에 들려있었다.

짐이 많아 저녁으로 먹으려 했던 해물밥은 포기하고 숙소로 왔다. 한 10피스에 1유로 좀 넘는 빵에 1유로 좀 넘는 랍스터살, 또 1유로 좀 넘는 치즈를 한 입 크기로 잘라 접시에 올리니 타파스가 따로 없다. 정어리캔과 5유로짜리 와인도 한 병 땄다. 어젠 한 접시에 15유로나 하는 타파스를 사먹었는데, 이렇게 저렴하고 푸짐한 만찬이 또 있을까!

맛도 최고다!
잠옷입고 편하게 노을을 보며 원하는 만큼 마음껏 먹을 수 있는 포르투갈 마트산 타파스라. 와인 한 잔 하자던 게 한 병이 되고, 기분좋게 취하는 밤이다.





포르투갈 실시간 여행기 #3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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