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1

Sep 10 2016

왕십리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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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신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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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수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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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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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이 왔다.
하늘을 날아보기로 약속한 그 날!

친한 친구 네명이서 오래전에 했던 약속이 있었다. 날 좋은 가을에 꼭 패러글라이딩을 하자고. 언제 한 약속이었는지 기억도 가물가물하지만 아무튼 모든 일은 순식간에 후다닥 벌려야 할 수 있는 법. 일주일 전에 후다닥 예약을 하고, 단양과 양평 중에 고민을 하다가 서울에서 지하철로도 이동이 가능하고 비행시간도 길어서 양평으로 목적지를 정했다. 놀이기구도 잘 타고 겁도 없는 친구 A와 B는 마냥 신나했지만, 겁 많은 나와 C는 가는 날 까지 덜덜덜 떨며 괜히 한다고 했나 후회하며 긴장했다. 그러나 지금이 아니면 언제 또 이렇게 친구들과 함께 특별한 추억을 만들 수 있을까 싶어서 애써 괜찮은 척 수다를 떨며 양평으로 향했다.

주말의 경의중앙선은 나들이 가는 사람들과 자전거를 끌고 탄 사람들까지 꽉 차 있어서 매우 혼잡했다. 그래도 가는 길에는 운좋게 앉아 갈 수 있었지만... 올 때는 진짜 헬이었다는ㅠㅠ 지하철을 타고 한시간 반 정도? 가서 아신역에서 내렸다. 미리 예약해준 패러글라이딩 업체에서 아신역으로 픽업을 나와주었다.

마치 일본의 시골 마을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곳이었다. 오랜만에 보는 시골의 한적함이 너무 좋았다. 날이 흐려서 걱정했는데 업체 직원분께서 비행하기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하셨다. 그래도 흐리긴 많이 흐리다... 구름이 잔뜩 껴서 뭐가 보이긴 할까 싶다.

아신역에서 차로 십분 정도 가니 패러글라이딩 업체들이 모여있는 곳이 나왔다. 앞쪽으로 잔디밭의 공터가 있었고, 멀리 산 정상에서 출발하면 이곳에 착지한다고 한다. 하늘을 보니 떠다니는 사람들이 보였다. 후우, 심박수가 벌써부터 올라가기 시작한다. C와 손을 붙잡고 호들갑을 한 바탕 떨어준 뒤 주의사항을 설명듣고 트럭 같은 차에 올라탔다. 여기서 산 정상까지 차를 타고 올라간다고 한다. 그런데 이 올라가는 길이 기가 막힌다. 완전히 오프로드, 급경사의 돌길을 트럭으로 올라가는데 잠시도 가만히 있을 수 가 없다. 몸이 미친듯이 흔들려서ㅋㅋㅋ 나중에 산 정상에 거의 올라갔을때 강사님들이 트럭 뒤에 타보라고 사진을 찍어준다고 하시면서 차안에서 밖으로 내보내는데 솔직히 이 때가 비행할 때 보다 더 무서웠다. 좁은 트럭 뒤에 네명이 다닥다닥 붙어서서 떨어질까봐 기둥들을 아무렇게나 붙잡고 있어야했는데ㅋㅋㅋㅋ 다음날 팔이 어찌나 아프던지 어깨 위로 들어올릴 수 도 없었다. 정상에 도착하니 많은 사람들이 준비를 하고 있었고 하나 둘 하늘을 향해 내달리고 있었다. 심호흡을 하면서 강사님의 설명을 열심히 들었다. 하늘은 여전히 안개가 끼어있었다.

"있는 힘껏 달리세요. 무거워도 멈추지 말고 달려야 합니다. 앉으면 절대 안됩니다."

아, 강사님 ㅠㅠ 제가 힘이 진짜 없어요 ㅠㅠ

나보다 먼저 뛴 B를 보니 (나보다 키도 크고 힘도 훨씬 셈) 바람 때문에 앞으로 달려가다가 휘청거리며 거의 걷는 수준이었다. 내색을 안하려고 했지만 엄청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분명 가다가 주저앉을 텐데. 정신이 하나도 없는 와중에 강사님이 뛰라고 하셨고 나는 진짜 있는 힘 없는 힘을 죄다 끌어모아 달리기 시작했다.

달리자마자 바람이 나를 들어올렸고, 어느새 나는 하늘 위에 떠있었다.

날았다! 얇은 의자판 하나와 날개에 의지해서 하늘에 떠있는 것이다. 헬멧과 무릎, 팔 보호대가 안전 장치의 전부였다. 강사님과 2인 1조로 함께 날기 때문에 그냥 가만히 있으면 되는데 내 입은 한시도 쉴 틈이 없었다. 심호흡도 계속 해줘야했고, 바람에 흔들릴 때마다 소리도 질러줘야했고, 강사님께 쓸데없는 질문도 해야했기 때문이었다. 약한 고소공포증이 있는 나에게 이번 패러글라이딩은 정말 큰 도전이었다. 훅 떨어지는 느낌이 너무 싫어서 놀이기구도 안타는데ㅠㅠ 그래도 패러글라이딩은 엄청난 속도로 움직이는 게 아니라서 그리 무섭지 않아서 처음 한 오분간은 진짜 신났다. 안개가 심했지만 막상 날아보니 멀리까지 잘 보였고 바람이 시원해서 기분도 좋았다. 물론 십분 정도 됐을때는 내리고 싶어서 혼났지만. 무서운 것도 있지만 멀미가 너무 심해서 힘들었다. 나중에 들어보니 타기 전에 멀미약을 먹고 타는 게 좋다고 하더라. 미리 알아보고 올 걸.

멀미로 뒤집어진 속을 달래기 위해 패러글라이딩 사장님께 추천받은 해장국 집으로 향했다. 픽업해주셨던 것 처럼 다시 가까운 역까지 데려다 주시는데 우리는 가는 길에 있는 해장국 집에 내려주셨다.

선지해장국과 소고기해장국을 먹었는데 진짜 그동안 먹어본 해장국 중에 제일 맛있었다!! 가격도 착한 7천원! 소고기 해장국에 건더기가 듬뿍, 국물은 얼큰, 시원해서 밥 한그릇을 뚝딱하고 맥주 한 잔을 마셨더니 그제야 속이 가라앉더라는. 배부르게 밥을 먹고 잠깐 쉬다가 택시를 불러 아신역으로 향했다. 다시 지하철을 타고 두물머리에 가기로 했다.

양수역에서 내려 밖으로 나와보니 자전거 렌탈샵이 보인다. 날도 좋고 (사실 더웠어..) 시간도 많으니 자전거를 빌리기로 했다. 자전거를 장착하고! 두물머리로 출발!

별다른 계획이 있었던 건 아니었기 때문에 주변 경치도 봐가면서 쉬엄쉬엄 이동했는데 길을 몰라서 조금 헤맸다. 표지판이 헷갈리게 되어있어서, 긴가민가 하면서 가다보니 나오더라는.

두물머리 나루터 옆에는 유명한 액자틀 조형물이 있는데 여기서 강을 배경으로 인증샷을 찍어야했지만... 사람이 정말 너무나도 많았다.... 사진 찍으려고 줄서기는 싫어서 그냥 구경만 하고 지나갔다. 두물머리에 핫도그도 유명한건지 거기도 사람이 바글바글했는데 핫도그 좋아하는 사람이라 진짜 먹고 싶었는데ㅠㅠ 못 먹어서 아쉬웠다. 다음에 꼭 핫도그 먹으러 가야지.

땀흘리며 자전거 타느라 지치고 힘든 탓에 근처 카페에 가서 빙수를 먹었다. 강을 앞에 두고 카페가 참 많았다. 맛은 역시나 예상대로 없었다. 이런 곳에 있는 카페 치고 맛있는 걸 못 봤어... 맛없어도 장사가 잘되니까 그렇겠지. 주말에만 푸드트럭 끌고 와서 커피랑 베이커리를 팔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직은 살짝 더웠지만 훨씬 높아진 가을 하늘을 실컷 보고, 날고, 느끼고, 시원한 바람을 마시며, 기분좋은 기억을 만들고 온 날이었다. 이제 추억이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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