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행복할 것'의 줄임말이
'여행'이라고.

어디서 본 글인데, 너무 좋아서 저 부분만 기억해두었다. 여기서 행복할 것. 여행과 어쩜 이리도 잘 어울리는지. 수 년 전, 다니던 회사가 어려워진 탓에 갑자기 예상못한 휴가가 생겼다. 불투명한 미래와 불안한 직장에 하루하루 불행하다고 생각하던 시절이었다. 여유롭지 않은 생활이었기 때문에 해외로 훌쩍 떠나기에는 부담이 있었고 고민하던 차에 우연히 인터넷에서 사진 하나를 발견했다.

이 사진 두 장에 반해 그 날로 제주행 티켓을 끊었고, 저 다락방을 예약하기 위해 날짜를 변경하는 수고까지 감수했다. 평일에 다녀오는 일정이라 그런지 티켓을 정말 싸게 끊었다! 게다가 겨울의 제주도였으니. 편도에 만오천원 꼴이었는데 고향집까지 가는 KTX보다 쌌다! 운이 좋았지. 역시 여행은 비수기에 평일에 가는게 최고👍🏻 김포공항에서 출발하는 비행기라서 공항철도를 타고 아침일찍 출발했다.

김포공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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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국제공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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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공항에 도착해서는 대중교통을 이용했다. (허울뿐인 장롱면허 때문에ㅠㅠ) 제주공항에 도착해서 나오면 2번 게이트에 버스정류장이 있는데 그곳에서 100번 버스를 타면 시외버스터미널로 갈 수 있다. 공항에서 대략 10-15분 정도 걸린다. 후불교통카드가 이용이 가능해서 잘 쓰고 다녔다. 버스터미널에 도착하면 11번 게이트에서 서일주버스를 타면 되는데, 이때도 교통카드가 가능하고 환승도 된다! 대신 탑승할 때 버스 기사님께 어디까지 간다고 미리 말씀드려야 한다. 처음 터미널에 도착했을 때 서일주버스 타는 곳을 못 찾아서 넋빼고 노선도를 보고 있으려니 어떤 아저씨가 어디까지 가냐고 물어보면서 친절하게 알려주셨다. 처음으로 혼자 간 여행이라 나름 긴장하고 있었는데 그분 덕분에 제주의 이미지가 친절함으로 물들어가기 시작했다. 고마워요, 아저씨😊

제주국제공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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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래닛 게스트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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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를 타고 1시간 쯤 가니 협재리에 도착했다. 가는 동안 창 밖으로 멀리 보이는 제주바다를 보면서 가니 금방 도착하더라는. 협재리 정류장에서 내린 다음 도보로 약 3분 정도 걸으니 플래닛 게스트 하우스에 도착했다. 제주 전통식으로 지어진 건물이 유니크해서 멀리서도 눈에 확 들어오는 곳이었다.

이번 제주 여행을 결심한 이유가 이 게하의 오션다락방 때문이었는데, 원래 3박 4일 일정으로 떠난 여행이 회사의 갑작스런 호출로 제주로 출발하고 나서 1박 2일로 급하게 변경되었다. 숙박을 도미토리 2박+오션다락방 1박으로 예약을 했는데 오션다락방에서 투숙은 해보지도 못하고 서울로 돌아가야하는 상황이 되버린 것이다. 정말이지 우울하고 또 우울했다.

아무튼 기왕 제주에 왔으니 바다라도 실컷 보고가자는 마음으로 플래닛으로 야무지게 걸음을 옮겼다. 이곳 게하들은 체크인 시간이 늦은 편인데 (오후 4시) 조금 일찍 도착한 탓에 짐이라도 맡기자 하고 그냥 갔는데 마침 출근하는 스텝언니를 만나서 다행히 들어갈 수 있었다. 원래 4시 전에는 사람이 없다며 잘 맞춰서 오셨다고 하더라는. 그리고 스텝언니가 게하에 대해서 이곳저곳 설명해주고 안내사항에 대해 알려주셨는데, 도미토리룸도 화장실도 모두 너무 마음에 들었다.

그런데 제주에 도착하고 나서 혹시나 하고 블로그 예약 상황을 확인했더니 이 날 원래 예약 되있던 다락방이 취소됐는지 방이 가능한 걸로 오길래 스텝언니에게 혹시 변경이 되는지 물어봤더니 추가요금만 내고 옮겨도 된다고 하는 게 아닌가?! 두 말 할 것도 없이 그 자리에서 바로 요금을 지불하고 오션다락방으로 짐을 옮겼다.

그곳은 여느 동남아 휴양지의 오션뷰와 비교해도 절대 뒤지지 않을 최고의 뷰였다. 다락방의 특성을 잘 살려놓은 방은 딱 여자 한 사람이 들어가서 지낼 만 큼의 규모였고 그 안의 소품들은 아기자기했으며, 잔잔하게 들리는 파도소리와 에매랄드빛 바다가 눈 앞에서 춤을 추고 있었다. 마치 동화 속 주인공이 된 느낌이 들었다. 잠깐동안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멍하니 바다를 보다가 배가 고파져서 방을 나섰다.

버스타고 오면서 보니 근처에 가게들이 보이지 않았던 것 같았다. 어디로 가야하나 고민하면서 문을 나서려는데 마침 또 마주친 스텝언니가 알아본 곳은 있냐고 묻길래 그냥 근처에 카페나 찾아볼까 한다 했더니 요즘 입소문이 난 카페가 있다며 추천해주셨다. 무지한 여행자에게 어찌나 친절하게 대해주시던지 버스터미널의 아저씨에 이어 더욱 감사한 분이다.😊 어쨌든 협재 해변을 지나 걸어야했기에 게하에서 연결된 문을 통해 바닷가로 내려갔다.

협재 해변은 역시나 아름다웠다. 겨울 바람이 차가웠지만 걷다보니 오히려 시원했고, 고요한 해변을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며 걸으니 기분이 한껏 좋아졌다. 여름에 왔으면 사람들로 바글바글했을텐데. 겨울의 제주는 이렇게나 좋다. 추천 받은 카페는 금능해변 쪽에 있어서 대략 15분 정도 걸으니 도착했다.

빈티지한 인테리어와 소품들이 잘 어울리는 카페였다. 사랑하는 카푸치노와 오븐 초콜릿 케이크를 시켰는데 초콜릿 케이크는 거의 퐁당 쇼콜라 수준이었다는. 한적한 그 곳에서 잡지도 보고 만화책도 보면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카페 그 곶 근처에 릴리스토리가 있길래 들려서 컵케익을 샀다. 게스트하우스도 같이 하는 곳인데 아기자기한 인테리어가 귀여웠다. 바나나오레오랑 당근 컵케익을 사왔는데 둘 다 너무 맛있었다!

그리고, 혼자만의 시간들

멍하니 멍때리면서 바다보기, 해지는 거 구경하기, 새벽까지 파도 소리 들으면서 좋아하는 미드 보기, 부스스 일어나서 바다 보며 아침 먹기.

원래 예정했던 일정이 반토막 나버리긴 했지만 그래도 마음을 치료하고 온 여행이었다. 창문 밖에서 들려오는 파도 소리 말고는 아무런 소음이 없는 그곳에서 무척 행복하다고 생각했다. 낯선 여행지에서 도움을 준 친절한 사람들, 그리고 나 자신에 대해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만들어 준 시간들. 아, 이런 순간을 얻으려고 그렇게 열심히 살아왔구나. 앞으로도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에서 정말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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