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1

May 24 2015
#1. 건너가기

Astoria

Соединённые Штаты АмерикиUS

Ilwaco

Соединённые Штаты АмерикиUS

미국 태평양 연안의 세번째 주 '워싱턴'으로 가기 위해선 커다란 다리를 하나 건너야 한다.
오리건 주 최북단의 도시 '아스토리아'와 워싱턴 땅을 잇는 Megler Bridge는, 우연히 만난 여행자가 말하기를 지금까지 걸어왔던 길 중에 가장 위험했던 길이라 귀띔해 주어 다리를 건널 때가 다가올수록 조금씩 긴장했던 것 같다.

다리 위로 올라가는데 한 운전자가 창문을 내리더니 '넌 이 다리를 건널 수 없어' 하며 소리쳤다. 글쎄.. 정말 나를 걱정했던 건지는 모르지만 바람이 위험할 정도로 정말정말 세게 불기는 했다.

그래도 어쩌겠어..
내 앞에 놓인 내 갈 길이니 감내할 수밖에.

DAY 2

May 25 2015
#2. Evergreen State

Ilwaco

Соединённые Штаты АмерикиUS

Lake Sylvia State Park

Соединённые Штаты АмерикиUS

다리를 건너고 워싱턴 주에 발을 딛는 순간 당신이 보게 되는 것은 '푸르른 워싱턴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는 소박한 문구다.

이 날은 워싱턴에 도착했을 때 보았던 환영 문구가 가슴 속에 가장 잘 와닿았던 날이 아니었나 싶다. 미국 서부는, 북쪽으로 올라갈 수록 습해지고 비가 잦은데, 미리 오리건의 포틀랜드부터 며칠동안 비를 맞아서인지 워싱턴에 있는 동안은 날씨가 아주 화창했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 아래 워싱턴과 올림픽 국립공원을 지나는 내게, 사람들은 ‘축복받은 여행자’라 했다.

어렵지 않게 도착한 Lake Sylvia는 아름다운 곳이었다. 우연히 같은 루트로 여행하고 있는 여행자를 만났는데, 앞으로 일정을 나누어 보았더니 벤쿠버까지 일정이 거의 대동소이했다. 앞으로 며칠동안 외롭지는 않겠는걸? 헤헷.

DAY 3

May 26 2015
#3. 당신과 석양을 함께

이른 아침, 잠에서 깨어 보니 어제 그 여행자는 이미 떠나 있었다. 자전거 여행자들은 너무 쿨하다. 거자필반 회자정리의 가르침을 몸소 실현하는 것처럼.

Lake Sylvia State Park

Соединённые Штаты АмерикиUS

Lake Quinault

Соединённые Штаты АмерикиUS

캠프장에서 내려와 맥모닝으로 15불을 지출하고 거하게 아침을 먹는데(머핀 3개, 핫케익 3개, 쉐이크, 웨지감자 3개, 스크램블 에그) 커트 코베인의 사진이 심심치 않게 보인다. 알고보니 ‘애버딘’은 커트 코베인의 고향이었다. 동시에 마약중독자가 많은 듯한, 그렇고 그런 낡은 도시였다.

시애틀이 있는 쪽과는 달리 미국 북서부 해안은 아주아주 사람이 없고 한적하다. 특히나 아래 초록색으로 보이는 ‘올림픽 반도’는 하나의 거대한 국립공원이자, 국유림으로 미국의 경치 좋기로 유명한 드라이브 코스 중 하나다.

오늘의 목적지 Lake Quinault에 도착해 간단하게 캠프를 세워 놓고, 열대우림 탐험로(?)를 따라다녀 보았다. 이 지역 또한, 본디 공기중에 습도가 높아 강우량은 많지 않음에도 열대우림으로 분류되는 특이한 지역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내가 있는 동안 날씨는 맑디 맑았지만. 헤헤. 이런 평화를 인생에서 다시 언제쯤 누려볼 수 있을까.

그리고.. 어디선가 들려오는 친숙한 목소리.
"헤이! 조, 같이 샤워할래?"
"네? 어디서요?"
"저기 호수에서 하면 되지~"
(순수 자연인 체험)

"아저씨들, 우리 석양 같이 봐요. 그리고 저 쪽에 한 번 서 보세요"
"이렇게?"
"예. 됐어요. 이 사진, 메일로 보내 드릴게요 :)"

전 아티스트가 되고 싶었어요. 떨어지는 해를 당신들과 함께해 정말 행복했답니다.

DAY 4

May 27 2015
#4. 나눌 것은 나누고

올림픽 국유림을 떠올릴 때면 '거대함'이란 단어가 그제일 먼저 생각난다.

그 어느 곳도 숲이 연속되지 않은 곳은 없다, 중간중간에 리조트와 숙박시설이 보이지만 그렇다고 그 건물들이 가장 유명한 뷰포인트에 지어진 것은 결코 아니다. 그저 반도를 아우르는 도로변의 작은 점일 뿐이기 때문이다.

카메라 배터리가 모자라 사진을 많이 찍지 못한 것이 아쉬울 정도로 멈춰있고 싶은, 아니 저절로 페달을 멈추게 되는 고요한 순간이 아주 많이 존재한다. 저기 저 해변을 걸어가는 백패커 또한 비슷한 생각일 거다.

한편, 서부를 여행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 때는 비단 아름다운 것들을 마주할 때 뿐만은 아니다. 서부 해안도로는 워낙에 보편적인 여행루트여서, 매일매일 내가 어디에서 잠을 청하던 다른 여행자와 함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렇게 그날 만난 뉴올리언스에서 온 Rick은 시작한지 사흘만에 자전거 여행을 포기할까 고민하고 있었다.

"조, 어떻게 하루에 60마일을 달리는 거지? 나는 지금 사흘 됐는데, 정말 너무 힘들다구. 생각보다 날씨도 춥고.. 샌프란까지 갈 수 있을지 자신이 없어."

일단 제게 긴팔 져지가 하나 있는데, 이거랑 지금까지 봐온 지도를 아저씨한테 줄게요. 생각보다 할 만 하더라구요.. 예쁜 것도 많고, 좋은 사람도 많고.. 아무튼 지금까지 다 좋았으니까 며칠만 더 해 보세요 :)

그리고 7월 어느 날, 메일을 받고는,

문득 생각해 보면 작은 나눔이었지만, 서로 주고받으며 상호작용할 수 있는 이 긍정적 케미가 난 너무 좋았다. 그저 자전거를 가지고 사서 고생 하러 가는 것이 아닌,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는 이런 것이 내가 진짜 꿈꿨던 여행의 형태였다 할까.

DAY 5

May 28 2015
#5. Lake Crescent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미국 서부의 마지막 여행지 Lake Creacent는 또 다른 차원의 세상이었다.

아니, 사실 가는 길부터 아름다웠지만, 내가 캠프를 설치하게 된 곳은,

마음같아서는 며칠 더 있고 싶었던, 그런 곳이었다. 실은 더 많은 것을 보고 싶어 서둘렀던 감이 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왜 그랬나 싶다. 이번 여행이 마지막이 될 거라는.. 여행에 특별함을 부여하고자 하는 과욕이 내 맘을 급하게 했던 걸까?

평소 쉽게 보지 못하는 광경들이기에 더욱 특별함을 느꼈나 보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을 떠나서 Lake Crescent는 특별한 곳이었다(시애틀에서 차로 200km정도 거리라니 1박 2일로 들러볼 법 한 것 같다).

캠프 주변을 서성거리면서 사진도 찍고, 멍도 때리고 있다가 한국말이 들리길래 다가가 보았더니 이 근처에 놀러오신 아주머니들이 내게 삼겹살의 은혜를 선사하셨다. 매일 맥모닝과 서브웨이 그리고 내가 만든 캠핑음식만을 섭취하던 나에게 삼겹살과 김치는 정말 슈퍼 울트라 맛있었다. 감사합니다 헤헤..

다음 날, Port Angeles까지 가는 것을 끝으로 나의 서부 로드트립이 끝을 맺었다. Port Angeles에서는 캐나다 빅토리아 아일랜드로 갈 수 있는 배 편이 있는데, 과연 캐나다에선 무슨 일이 벌어질지 참.. 궁금하다..!

두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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