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치 앞도 보이지 않던 취업준비 시절에는 잠을 아무리 자도 피곤했고, 그 좋아하는 출사를 아무리 가도 가슴이 답답했다. 하루하루 똑같은 일상을 그저 살아내기에 바빴던 시절이었다. 마음은 답답하고 초조한데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내 자신이 너무 무능해보이는 그런 시간.

마침내 내가 원하던 곳에서 합격소식을 듣고나니, 그제서야 넓은 하늘이 두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동서울종합터미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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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팜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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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했던 바람과 풀내음을 찾아서

중간, 기말 과제에 이리저리 치이던 4년전, 힐링을 위해 찾아갔던 안성목장에서의 따뜻한 기억들이 떠올랐다. 그 기억들로 기말기간을 근근히 버티곤했으니, 힘들 때마다 생각나게 되는 것 같다.

이번엔 또다시 취업준비로 닳아버린 마음을 치유하기 위해 서울 근교에 위치한 안성팜랜드(안성목장)를 찾았다.

동서울 버스터미널에서 버스로 약 한시간, 또 택시타고 약 10분이면 갈 수 있는 안성목장의 공식명칭은 안성팜랜드. 처음에는 체험목장으로 조성된 곳이라 너무 꾸며진 모습이 아닐까하는 걱정을 떨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왠걸. 끝이 잘 안보이는 들판과 듬성듬성 서있는 나무, 그리고 구경하는 사람들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는 동물들이 한데 모여 하나의 풍경을 이루고 있었다. (물론 꾸며진 공간도 있다.)

내 키만큼 자란 밀밭 사이를 걸으니 괜히 상관도 없는 '메밀꽃 필 무렵' 같은 문학작품 속에 들어와있는것 같기도 하고, 그 사이에 털썩 앉아 온종일 노닥거리기나 하고 싶기도 하다.

"여전히 너무 좋다"

다시 찾은 날은 12월, 기억 속의 밀밭도 없고 나뭇잎도 없는 겨울이지만 그날따라 유난히 햇볕은 따뜻했다.
인적 드문 어느 목장의 주인이 되어 소소한 일상을 가꾸는, 내가 꿈꾸는 모습이 그곳에 있었다.
머리를 양갈래로 땋고 얼굴엔 주근깨를 가진 소녀가 되어 건초더미 위에 앉아 책을 읽다가, 동물들 밥 때가 되면 밥을 주는 그런 상상.
또 그런 상상이 전혀 어색하지 않게 만드는 풍경들.

"수고했어."

지친 나를 위로해주는 걸까.
너른 들판엔 사람 한 명 보이지 않았고, 선물같은 그 날의 한걸음 한걸음을 기억속에 꾹꾹 눌러담으려 천천히 걸어갔다.

저 길의 끝에 다다르면 내 목표가 보이겠지.
이제는 더 넓은 하늘을 향해 천천히 걸어가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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