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내일 아침 일찍 내려갈 거야".

갑작스레 통영으로 취재를 가게 되었다. 통영이 얼마나 먼 곳인 줄도 모르고 취재를 가겠노라 했지만 알고 보니 아침 경기였고, 전날 출발해야 하는 상황이 되어버린 거다.

그날 아침은 눈이 내렸다.

그날 아침 여덟시 반 버스를 탔다.

일기예보에선 그날 날이 흐릴 거라 얘기했다. 실은, 날씨는 결코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다만 어디론가 떠나보고 싶었을 뿐이다.

긴 여행이 지나가고 오랜동안 칩거생활을 하면서 어느새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새로운 여행을 꿈꾸었지만, 동시에 일상에서 벗어날 용기를 지니진 못했던 거 같다.

아무렴. 그래서 머나먼 지방 취재를 자원한 것도 있지. 취재를 위한 여행, 아니. 여행을 위한 취재가 더 어울리는 표현이랄까?

그렇게, 4시간을 달려 통영에 도착했다.

통영종합버스터미널

Южная КореяKR

통영활어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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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피랑 벽화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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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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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하자 마자 전통시장에서 식사를 하기로 했다. 딱히 계획을 가지고 어딘가 들어간 것은 아니어서 들어갈 때 이름도 제대로 보지 않은 집. 그곳의 고등어회는 상차림과 함께 조금 가격이 있다 싶었지만 여행지에서 발생하는 일들에 대해 불평하지 않기로 한 것이 우리가 정한 나름의 규칙.

감사히, 여유롭고 행복하게 먹고 마시고. 보고 들을 것. 그것이 '여행'의 의미가 아닐지 한 번 되짚어 보기로 한 것이다.

식사를 끝내고, 근처에 있는 동피랑 마을부터 둘러보기로 했다. 동피랑 마을과 이순신 공원을 보고 달아공원에서 석양까지 보기로 한 우리 계획은 욕심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것을 미리 알았는지, 하늘 또한 먹구름이 가득.

뭐 그래도 예쁘구나, 하고 한 번 같이 쏘다녀 본다. 평일인데도 생각보다 사람이 북적이는 것이 애초에 동피랑 마을이 크지 않아서 그런가? 아기자기한 거리들. 한 시간 정도면 충분히 둘러보고 사진도 찍을 만한 규모였다. 삼각대를 들고 다니며 둘이서 사진을 찍느라 사람들 이목을 받기도 했고. 헛헛.

마을 꼭대기로 올라가면 통영항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동피랑 마을에서 내려와 간 곳은 이순신 공원이다.

이순신 공원은 동피랑에서 멀지 않아 택시요금 3500원 정도로 갈 수 있다. N분의 1을 하면 대중교통보다 싸고 저렴한 셈. 공원 자체가 그리 크지 않아 가볍게 바다를 둘러보고 싶을 때 좋은 것 같다.

생각보다 날씨가 궂어 조금의 진눈깨비가 내리고, 바람도 많이 불었다. 남쪽은 따뜻할 줄 알고 얇게 입고 왔던 것이 문제가 됐을까, 으슬으슬 떨리고 컨디션도 안좋아진 듯.

달아공원에서 수평선을 넘어가는 커다란 해를 찍어보고 싶었는데. 아쉽지만 그건 다음을 기약하지 뭐. 춥고 괴롭다면, 보고싶은 것을 보아도 그 감흥이 커다랗게 다가올 것 같지는 않다. 자, 숙소로 돌아가서 쉬자구. 여유로움을 맘 속에 새겨야겠다.

통영산양스포츠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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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려수도조망케이블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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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거짓말처럼 좋은 다음날 아침이었다.

남은 밥으로 볶음밥..을 해먹은 우리. 일부로 경기 취재가 있을 스포츠파크 주변으로 숙소를 잡아, 가볍게(?) 걸어갈 수 있었다.

열심히 찰칵찰칵.

경기가 끝나고 버스 시간을 확인해 보니, 오후 6시 10분 차가 마지막이고 그 이후는 심야버스 뿐이 없는 거였다. 아쉽지만.. 눈물을 머금고 달아공원 석양은 다음 번에 보기로. 내 기필코 해 지는 사진을 찍고 말거야!

그렇게 미륵산에 올르는 것을 마지막으로 일정을 끝내기로 했다. 생각보다 일정은 많지 않았지만, 즐겁게 다녔으면 된거지, 안그래?

버스에 비치는 햇살조차 아름다운 하루다.

날이 좋아, 버스에서 내려 조금 걸어 가기로 했다. 뭐 원래는 통영항을 따라 걸어 보고 싶었는데 오래된 골목길을 걷는 것도 나름의 재미가 있는 듯하다. 세월의 흔적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특유의 색깔과 느낌을 주워담을 수 있으므로.

그렇게 이십 분쯤 걸어 케이블카 타는 곳에 도착했다. 생각보다 버스 시간이 빠듯해 도중에 조금 서두르기는 했지만, 뭐 이정도면 즐겁게 온 것 같네. 계단을 조금 올라가야 하지만 케이블카들이 올라가는 모습도 나름 운치있네.

케이블카 왕복은 인당 만원. 올라가고 나서 대여섯개의 전망대를 10-20분간 올라가면 미륵산 정상에 닿을 수 있다. 언제나 더 높은 곳에서 더 많은 것을 바라보고 싶었던 나는, 정상이라면 어디든지 즐겁고 행복하다. 들뜬다.

그렇게 잠깐동안 느긋하게, 작아진 세상의 것들을 내려다 보며 일박 이일의 짧은 일탈을 마감한다.

그 다음.. 그 다음은.. 눈을 떠보니 어느새 서울에 도착해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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