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1

May 10 2016

3년전 밟았던 유럽 땅이 그리워 다시 찾는 그 곳. 다녀온 사람들이 모두 추천했던 나라인 포르투갈은 사진으로 보면 붉은 지붕의 건물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모습이 왠지 익숙했다. 그래서 선택하게 된 여행지 포르투갈.

비행기 안에서 쓰는 실시간 여행기. 앞으로의 여정이 너무나 기대된다.

포르투갈 입성과 함께한 신고식

우려했던 16시간의 비행은 역시나 고됐다. 엉덩이 뼈가 뒤틀리는 느낌이 들 때쯤에야 곧 착륙한다는 방송을 들을 수 있었다.
리스본에 내려서 이번 여행을 실감할 틈도 없이, 다시 포르투에 가는 버스에 올랐다. 포르투에도 공항이 있다는 사실을 좀 더 일찍 알았더라면, 괜한 고생은 하지 않았을텐데. 무식하면 몸이 고생한다는 말을 증명하고 있었다.

조금만 참으면 된다고 나 자신을 다독이며 포르투행 버스에 오른것도 잠시, 빗방울이 하나둘씩 버스 앞유리를 적시더니, 세찬 비가 퍼붇기 시작한다. 비소식은 미리 날씨 어플을 통해 봤던터라 큰 실망을 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또 조금 뒤, 한 순간 사람들이 으어어!! 하며 놀라더니 버스가 멈춰선다. 흥분한 사람들이 알 수 없는 말로 떠들기 시작했고, 영문을 모르는 나는 두리번거리며 뭐지? 뭐지? 하는 말만 반복했다.
그들의 바디랭귀지와 섞여있는 영어문장을 엿들은 결과, 한 차가 갑자기 와서 박을뻔 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실제로 박았는지 박을뻔 한지는 모르겠다. 박는 충격은 전혀 없었다.)
기사님과 잠시 후 나타난 경찰과 상대방 차주가 상황을 모두 정리하는 약 30여분 동안 승객들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었다.

본국에서도 목격하지 못했던 사고를 타국에서 당하다니. 액땜 제대로 했다.
앞으로의 여행은 술술 풀릴거라 믿으며, 또다시 포르투를 향해 달려간다.

이렇게 아름다운 도시가 존재할 수 있다니!

숙소에 도착하고 지친 우리를 본 숙소주인은 차 한잔을 타주었고, 조금의 휴식 후 다시 시내구경을 위해 길을 나섰다.

포르투 버스정류장에 내려 숙소까지는 걸어서 약 14분(구글맵에 의하면). 천천히 산책하면 좋겠네 싶어 캐리어를 끌고 걸어가는데 빗방울이 다시 떨어진다.
하지만 버스 정류장 밖에 나오자마자 눈앞에 펼쳐진 풍경은 비 따위는 전혀 신경쓰이지 않게 만들었다. 리스본 사진만 보고 누렇고 빨간 집들을 상상했던 나는 그것과는 전혀 다른 아름다움에 압도되었다.
알록달록한 타일이 건물 전체 외벽에 발라져 있는 것은 기본이며, 아름다운 라인의 발코니, 어울리기 힘들 것 같던 색들의 조화는 이런게 가능할까 싶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마치 뛰어난 실력자의 도시 디자이너가 아름다운 요소들을 자연스러운 듯이 계획하여 놓은 것 같은 도시.

낡음 마저도 조화로웠다. 발코니의 녹 마저도 계획한 것 같았다.

우리는 비가 한두방울에서 소나기로 바뀌는 날씨에 우산을 쓰고 캐리어를 끌며,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아름다움에 숨이 멎고, 사진을 찍고, 숙소를 찾으려 지도를 보고, 가파른 경사의 돌계단을 조심조심 밟으며 걸어나갔다. 그러다보니 14분은 무슨 한 40분은 걸린 것 같다.

포르투갈에 여행 오는 사람들이 꼭 추천하는 포르투. 여행광 친척오빠가 1순위로 꼽은 도시 포르투. 그때까지만 해도 실감하지 못했다. 얼마나 예쁘길래.
포르투 땅을 밟고나서야 느낄 수 있었다. 3년전 유럽의 20개 도시를 여행했지만 그 어느 도시에서도 느낄 수 없었던 이 분위기. 포르투에 고작 3일을 할당한 것이 미안할 정도이다.

내가 본 포르투는 유럽의 모든 특색을 한 곳에 모아둔 느낌이다. 피렌체의 붉은 지붕과 생폴드방스의 아기자기한 골목들, 파리같은 대도시의 시원시원한 길과 높진 않지만 위엄있는 건물들, 친퀘테레같은 언덕, 에펠탑을 지은 구스타프 에펠의 제자가 설계한 다리, 강을 따라 늘어선 레스토랑과 와이너리, 갈매기, 그리고 포르투갈의 특색인 타일.

이곳은 한눈에 사랑에 빠지지 않을 수 없는 도시였다.

DAY 2

May 11 2016
비, 생선요리, 와인투어, Lulu 그리고 비

여전히 비가 내린다. 날씨도 생각보다 너무 춥다. 더울 것을 걱정하고 챙겨갔던 옷은 무용지물이었다.

밖에나가 아침으로 빵을 사왔는데 숙소 주방에 가니 호스트들이 준비해준 빵이 있다.
생각지도 못한 선물은 작지만 큰 기쁨으로 다가왔다. 그들의 방과 우리가 묵는 방, 방 두 개뿐인 집에서 딱 한 팀의 손님씩만 받으며 얼마나 많은 신경을 써주는지 느낄 수 있었다.

호스트가 추천해준 Ramos Pinto라는 브랜드를 찾아가 예약을 해놓고 점심을 먹으러 간다. 해산물이 맛있다는 포르투갈에서 내가 좋아하는 생선구이를 먹어보지 않을 수 없지.

헌데 역시나, 별거 아닌 생선구이가 어쩜 이리 맛있을 수 있을까. 물론 배고픔도 한 몫 했겠지만 이 곳의 생선요리는 밥과 함께 먹어도 손색이 없을만큼 고소하고 향이 좋다. (감자나 빵이 없인 매우 짜다는 것도 특징)

베네치아에서 먹었던 비싸고 엄청나게 짠 생선요리가 기억 속 첫번째 요리로 남았던 것도 비슷한 이유 때문이다. 올리브 오일 때문인지, 유럽식의 생선 요리법은 같은 생선도 더 고급스럽게 만든다. 분명 생선 그 자체의 맛은 비슷한데, 왜 다를까. 왜 자꾸 찾게될까.

생선, 원없이 먹고 가야겠다.

비가 내리니 실내 와인투어를 하자며 길을 나섰다. 와인투어를 위한 와인셀러(양조장?)들은 도우루강 건너편에 있어, 어제 보고 감탄했던 철교를 건너야 한다.

강건너편에서 보면 Offley, Sandeman, Tayler 등 알 수 없는 간판들이 엄청난 크기로 경쟁하고 있는데, 알고보니 이들이 포르투를 대표하는 포트와인 브랜드들이다.

포트와인투어는 와이너리 내부에 있는 전시실과 Ramos Pinto 브랜드 창립자(?)인 아드리아노에 대한 간단한 설명, 그의 사무실 등을 보는 뻔한 내용들을 지나, 와인통 저장고로 이어진다.
사람 두명쯤은 들어갈 것 같은 와인통이 창고 한가득 늘어서있는 모습에 압도된 후 사람들이 제일 기대하는 순간인 와인 시음 시간.

사실 와인에 대해 일면부지인 내가, 3년 전 이탈리아에서 만난 한국인 여행객이 이곳은 와인이 참 맛있다며 1일 1와인을 한다는 말에 자극을 받아 아무 와인가게에 들어가 제일 대중적이라는 와인을 한 병 샀었다. 하지만 친구와 한 모금씩 마시고는 인상을 팍 쓰며 삼겹살을 사서 남은 와인을 쏟아부어 재워먹었다.
그 이후로 나는 와인과 안 맞는 사람이구나 하고 친구가 포트와인 투어를 추천해줬을 땐 시큰둥했다. 하지만 와인이 아니어도 그 내부를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너무 좋을 것이라는 말에 호기심이 생겨 선택한 것이었다.

그런데 나눠준 포트와인을 한 모금 마신순간, 그 달달한 향이 입안가득 기분좋게 퍼지며 감탄이 절로 나왔다.

안왔으면 정말 후회할 뻔했다.

한참 느긋하게 와인을 즐기고 있는데, 옆에 한 외국인 여성이 앉더니 시음와인 다섯잔이 서빙된다. 우리는 서로 쳐다보며 어색한 미소를 지었고, 잠시 후 그 외국인이 먼저 말을 걸었다.
그녀는 작년 10월부터 일을 하며 여행을 해오던 미국인 온라인마케터 Lulu. 심지어 동남아 여행 중에는 남자친구도 만났다고. 여행지에서 돈을 벌며 다음 여행을 가고, 또 일을 하고, 내가 제일 부러워하는 삶의 모습이다.

그렇게 한참을 이야기하다가 다음 일정도 겹친다는 사실을 알고 함께 자리를 일어났다.

그녀는 정말 에너제틱한 여행자이다. 여유로운 여행은 둘째치고, 젊은데도 불구하고 체력이 더 딸리는 우리는 그녀의 빠른 걸음에 헉헉대며 쫓아가는 꼴이 되고말았다. 그렇게 빠르게 클레리고스 전망대까지 200계단을 올랐고, 빠르게 주위 랜드마크들을 안내판과 맞춰보았고, 빠르게 내려왔다.

그렇게 우리의 진을 빼놓더니 주위를 더 둘러볼거라는 우리를 남겨두고 쿨하게 저녁을 먹으러 떠났다.
리스본에서 다시 만나기를 기약하며.

DAY 3

May 12 2016
파란 하늘 아래
알록달록한 줄무늬 마을

셋째날 아침, 우리는 예정대로 포르투 근교마을 코스타노바로 가기로 했다. 바로 가는 편이 없어 아베이로로 가는 기차를 탄 후 버스로 갈아타야 한다.

아침에 해가 살짝 보이길래 기대했는데, 아베이로에 도착하니 다시 비가 내린다. 그래도 되돌릴 수는 없는 일. 코스타노바로 가는 버스가 어디있는지 현지인 아주머니께 여쭤보니 웬걸, 알아듣기 힘든 발음으로 "Everything is closed!" 라는 단호한 대답. 뭔가 이유를 묻고 싶었는데 자꾸 같은 말만 반복하신다.

이렇게 허탈할 수가.
하지만 왠지 의심이 간다. 간간히 지나가는 버스와, 간간히 열려있는 가게들. 딱히 버스가 없을 이유도 없다. 비가와서? 아니면 이 나라 공휴일인가? 그렇다고 버스가 안 다닌다는 건 말이되지 않는다.

대책없이 터덜터덜 걷다가 지나가는 아저씨에게 다시 물어봤다. 그런데 돌아온 친절한 답변.
"쭉 가다가 강가가 보이면 오른쪽으로 꺾어!"
다행이다. 다시 힘을 내보자!

...헌데 걷다보니 강가가 걷기엔 꽤 먼거리이다.
우리 오늘 갈 수 있을까?

...

...

또다시 걱정이 스멀스멀 기어오르는 순간, 쇼핑몰이 나타났고, 한 가닥 희망인 와이파이를 이용해 정보를 찾았다.
생각보다 목적지가 멀지 않다. 잠시 쇼핑으로 기분전환 후, 버스 정류장에 갔는데 버스가 온다!

게다가 코스타노바에 도착하니 비까지 그쳐주시고 행운이 깃든 날이다.

떠나기 전 페이스북에서 우연히 보고 꽂혀서 선택하게 된 여행지. 사진을 좋아하는 우리에겐 최고의 여행지다. 실제로 방문해보니 사진 속 그 모습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

줄무늬 마을. 집의 파사드에 줄무늬가 그려져 있는 독특한 집들. 이게 가능한가 싶을 정도로 아름다운 색감과 비율. 꾸며놓은 테마파크가 아니고서야 이런 모습을 가질 수가 없다.

알고보면 사실 테마파크로 쓰이던 곳이 아니었을까.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모두 예술적 감각이 타고난 사람들인가.

거기에 파란 하늘과 눈부신 햇살까지 더해지니 구름만 봐왔던 우리로써는 기분이 안 좋을수가 없다.

고생해서 온 보답이 있다. 끊임없이 사진을 찍으며 꿈만 같은 순간을 만끽한다.





포르투갈 실시간 여행기 #2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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